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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ree Nov 27. 2020

"트리님의 생각대로 일하셔도 돼요."

'오리지널스' 스타트업에서 팀원의 판단을 존중하고, 권장하는 것

카테고리/필터 개선 프로젝트를 처음 시작했을 때, 해당 기능에 중요한 문제들이 있음을 발견하였습니다. 이로인해 제품/고객의 본질에 대한 분석을 토대로 프로젝트를 빌드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요구사항을 넘어 회사의 주고객층과 구매경로를 추가 분석하여 개선되어야 하는 이유와 목적, 방향성을 정리하여 회의에서 공유하였죠.


며칠이 지난 점심 식사 자리에서 CTO님은 서비스 분석에 대해 내게 가볍게 물어보셨고, 잠깐 이에 대한 대화를 하게 되었습니다.


"누군가 방향성을 분석하라고 지시했던 거예요?"

"아뇨, 해당 기능을 개선하는데 제품에 대한 이해가 더 필요할거 같아서, 추가적으로 진행한 거였습니다. 제가 고려하는 방향이 다른 분들의 목소리와 일치하는지 확인하고자 공유드렸습니다."

"아, 저는 누가 시킨줄 알았어요. 잘하셨어요, 좋았어요."




그외에도 저는 간혹 회사의 방향성과, 원하는 업무 방식, 저에 대한 피드백을 CEO, CTO님께 질문드렸고, 때때마다 다음과 같은 답변들을 들었습니다.


실력의 부족함과 기획자 구성에 대한 얘기를 나누던 중,

"트리님이 아시는 것처럼, 저희 회사는 스타트업이기 때문에 스스로 성장해야 해요. 트리님이 원하시는 PO가 되기 위해서도 스스로 배우고 성장하셔야 할거예요. 저희 회사의 모든 구성원들이 미숙하고 배워나가는 중이죠. 트리님은 스스로 부족하다고 생각하시겠지만, 충분히 성장해서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있을거 같아요"


업무 스타일의 약점에 대한 객관적인 피드백을 질문드리던 중,

"트리님이 스스로 업무 일정과 범위에 대해 질문하고, 고민하는 부분들을 공유해주셔서 좋아요. 저희 회사는 지금까지 기획자가 없는 시기가 많았어요. 어느때는 저와 CEO님이 같이 기획을 했고, 막 정착하려던 찰나 기획자님이 떠나는 경우도 있었죠. 그래서 기획자가 일하는 방식에 대한 체계가 부족한게 사실이예요. 그렇기에 트리님이 지금 하시는 질문들, 말씀들은 실제로 타당한 부분들이예요. 만약 트리님께서 조금 더 업무영역을 넓히고 싶다거나, 고민하고 싶은 부분들이 있으면 공유하면서 진행해주셔도 될거 같아요."


프로젝트의 방향에 대한 검토 결과를 공유하던 중,

"트리님이 보시기에, 해당 기능은 사용자 경험에 부정적이라는 말씀이시죠? 음.. 그렇다면 해당 기능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진행하죠."




이런 대화들을 하며 저는 소통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습니다. 과연 모든 회사에서, 저의 질문들과 의견들을 존중하고 합리적으로 피드백을 해줄까? 라는 질문을 하였죠. 개인적으로는 그렇지 않을거라 생각합니다. C레벨이 모인 회의에서, 주니어가 회사의 방향을 제시하는건 건방진 행동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어떤 면에서는 시킨 일이나 제대로 하지라는 뒤틀린 시선으로 바라볼 수도 있죠. 


이런 선택지들 중, 저희 회사는 저의 행동을 존중하고 격려하며, 합리적으로 의견을 바라보고 피드백 하는 소통을 택하였습니다. 팀원을 믿고, 권한을 주고, 합리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고 있는 것이었죠. 이러한 경험을 통해, '서로 믿고 일하는 팀을 만들어 가는 소통방식'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었습니다.




'오리지널스'라는 책을 보면, 재미난 분석 자료를 볼 수 있습니다. CS담당자 3만여명을 조사한 결과, 웹브라우저로 크롬 또는 파이어폭스를 사용한 직원들이, 인터넷 익스플로러나 사파리를 사용한 직원들보다 재직 기간이 15% 길었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단순한 우연이라고 생각했지만, 결근률과의 연관성에서도 동일한 결과가 나왔죠. 크롬 또는 파이어폭스를 사용하는 직원들은, 다른 집단보다 결근하는 확률이 19% 낮았습니다. 실제로 해당 직원들은 판매 실적, 업무 효율성, 고객 만족도, 업무 수행력에서 상대적으로 우수한 결과를 만들고 있었죠.


그 직원들을 타 그룹과 차별화한 요인은 그들이 브라우저를 획득한 방식에 있었습니다. 컴퓨터를 처음 사면 윈도우는 인터넷 익스플로어가, 맥에는 사파리가 내장되어 있죠. CS담당자들 중 2/3는 내장된 브라우저를 사용하였는데, 더 나은 방법이 있을까 생각지도 않았습니다.


하지만 파이어폭스나 크롬을 사용하는 직원들은 내장된 브라우저에 만족하지 않고, 주도적으로 더 나은 브라우저를 찾아 설치하였습니다. 이런 사소한 주도력은 실제 업무를 진행하는데도 작용되었고, 그들은 고객들에게 더 나은 상담을 하기 위한, 고객들의 불만을 해소할 방법을 모색하였습니다. 비합리적인 방법이나 상황들을 바로잡았고, 자신의 상황을 주도적으로 개선했던거죠. 그랬기에 그들은 더 나은 업무능력과 업무만족도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오리지널스 속의 '사소한 주도성'이 저희 회사가 팀원을 바라보고, 독려하는 방향과 일치한다고 느껴졌습니다. 모든 것을 통제하는 관계에서는 절대로 주도적일 수 없습니다. 만약 IE 혹은 사파리만 사용하도록 세세하게 규정했다면, 그 어떤 직원도 크롬 브라우저를 사용할 수 없었겠죠. 그런 면에서 저희 회사의 CEO, CTO님은 새로운 길과 방향에 대해 긍정적으로 피드백 하였고, 이는 결과적으로 팀원 개개인이 자신의 업무에서 더 나은 방향을 모색할 수 있는 '문화'로 작용하는 작은 불씨로 타고 있었습니다. 


오늘도 퇴근을 하고, 하루를 정리하며 있었던 일들을 기록합니다. 나중에는 저 또한 팀원들을 믿고 그들을 독려하며, 함께 고객의 선택을 받는 제품을 만들어가는 사람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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