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대한 이야기에 제품을 담다.
제가 사는 원룸의 가구들은 대부분 하나의 커머스를 통해 구입한 것입니다. 대학생 시절에는 싼 가격에 이쁜 가구들을 구매하기 위해 이용하였고, 수년이 지나 직장인이 된 지금은 저렴한 가격 뿐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의 인테리어 사진을 보고 구매할 수 있어서 찾는 서비스입니다. 오늘은 '오늘의집'을 간단히 둘러보려 합니다.
오늘의집 소개에는 '누구나' '재밌게' '예쁜집'의 단어들이 반복됩니다. 이러한 편안함에 대한 오늘의집의 컨셉은 전체적으로 둥그런 폰트를 통해 시각적으로 전달됩니다. 또한 '오늘의집이 이 일을 하는 이유'로 들어가면, 오늘의집은 스크롤을 2번 하는 동안, 사용자들의 인테리어 사진을 보여줍니다. 여기서 우리는 '쉽고 재밌는 예쁜집 만들기'를 사용자들이 생산한 인테리어 콘텐츠를 통해 달성하려는 오늘의집의 주요전략을 볼 수 있습니다. 동시에 오늘의집은 사용자 생산 콘텐츠를 자신들의 주요 강점이라고, 방문자들에게 말하는 것입니다.
오늘의집의 핵심 고객층은 저렴한 가격에 예쁜 집을 가지고 싶은 2030입니다. 여기서 사용자와 소비층을 구분하면 주요 사용자는 예쁜 인테리어 사진을 보고 싶은 2030이며, 주요 소비층은 사진후기와 콘텐츠들을 통해 찾은 인테리어 물품을 조금의 돈을 더 주고서라도 구매하는 '가심비 2030'입니다. 오늘의집에서 소개하는 제품들이 저렴한 가격대인데 '가심비'라는 말이 붙는게 어색할 수 있습니다. 이는 오늘의집이 제품별 '최저가'를 표방하는 커머스가 아니기에 붙은 설명입니다. 실제로 오픈서베이의 오늘의집에 대한 조사 결과를 보면, 2019년 6월, 20대 고객의 대부분은 오늘의집에서 검색하고 다른 커머스에서 구매하고 있었습니다. 즉 오늘의집에서 구매하는 소비층은 최저가가 아니어도, 상품을 구매하는 가심비 고객인 것이죠. 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당장 이 제품을 구매할 때의 인테리어에 대한 기대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오늘의집 APP에 접속하면 고냥이와의 휴식을 보여주는 편안한 스케치를 만날 수 있습니다. 앱 도입에서 사용자들은 오늘의집을 이용하면, 나도 고양이랑 강아지랑 편안하게 영화를 보는 하루를 살아갈 수 있을 것이란 무의식적인 기대감을 품게 됩니다. 이러한 연상작용은 처음에는 약하지만, 반복되어 노출될 수록 뇌리에 깊게 남아 '오늘의집 = 편안한 하루, 집, 공간'이라는 도식을 만들게 됩니다. 이는 오늘의집이 지속적으로 사용하는 둥근 폰트와 부드러운 컬러톤으로도 이어지며, 사업부가 GUI를 통한 브랜딩을 매우 중요시한다는 점을 추측할 수 있습니다.
APP의 탭은 총5개로 구성되어 있으며 홈은 인기/사진/집들이/노하우/전문가집들이/---의 헤더와 마켓/쇼핑하기/집구경---의 중단 카테고리, 맞춤콘텐츠 추천 기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홈에서 마켓/쇼핑하기가 최우선 노출되어 있지만, 콘텐츠가 주를 이루는 헤더와 맞춤콘텐츠 추천 기능은 오늘의집이 사용자들의 커뮤니티/콘텐츠 소비를 굉장히 중요시한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실제로 오늘의집을 방문한 사용자들에게는 단순히 제품의 상세한 기능과 효과, 가치를 설명하는 것이 구매로 이어지는 Aha moment가 아닙니다. 오히려 예쁜 사진을 보고 집에 대한 이야기를 소비하는 것이 오늘의집의 가치를 경험하는 Aha moment이며, 최저가가 아닌 가심비 고객을 사로잡는 무기입니다. 사진 메뉴로 들어가면 상품이 아닌, 사용자들의 기록이 리스트업 되는건 이런 이유에서 인거죠 :)
오늘의집은 엄연히 커머스입니다. 결국 소품을 판매하기 위해 사용자들의 이야기를 이용하는 거죠. 그렇기에 오늘의집의 사용자들의 기록 속에는 상품에 대한 정보들이 담겨 있습니다. 사용자들은 자신의 집에 사용된 제품들을 태깅하고, 다른 사용자들은 이에 대한 정보를 볼 수 있는 구조이죠. 어쩌면 유튜브&블로그 후기가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과 유사한 방식이지만, 오늘의집은 이야기의 신뢰성과 사진 품질, 구매단계 연결이 즉각적이라는 점에서 차별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사용자들은 오늘의집에 기록된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집이 가지는 분위기와 감성을 느끼고 공감합니다. 자신의 집과 비슷한 인테리어 사진들을 보며 '나도 똑같은 제품을 구매하면 이렇게 이용할 수 있겠다'라는 상품에 대한 이용가치를 받아들이게 되고, 가격에 대한 저항을 내려놓게 됩니다. 자연스레 사진 속의 제품을 클릭하면, 즉각 상품페이지로 이동되고 구매는 원스톱으로 해결됩니다. 최근 등장하는 콘텐츠커머스, 라이브커머스와 유사하게 '제품에 대한 스토리'가 사용자의 구매 플로우로 이어지는 것입니다.
이러한 구매 플로우에는 사소한 UX의 디테일이 있습니다. 오늘의집에서는 태깅된 제품에 접근하는 채널을 2가지로 제공합니다. 첫번째는 사진 밑의 상품리스트이고, 두번째는 태깅포인트입니다. 여기서 태깅포인트는 사진 속의 제품이 배치된 곳에 지정되어, 고객이 사진을 클릭하면 원하는 제품페이지로 이동하는 경험을 제공합니다. 태깅포인트는 사진과 분리된 상품리스트로 눈을 돌리는 것이 아닌, '마음에 드는 상품에 집중하고, 이것에 더 가까이 다가가서 보는 사람의 일반적인 행동'에 더 근접한 UX를 제공합니다. 인스타그램에서 시작된 태그는 커머스에도 동일하게 이용되고 있습니다.
오늘의집은 상품페이지에서도 일관된 경험을 제공합니다. 상품에 대한 필수정보는 최우선 노출하지만, 3번의 스크롤 동안 스타일링샷/간략상세소개/사진후기로 화면을 구성하고 있습니다. 이는 상품에 관심을 가진 사용자가 끊임없이 다른 사용자들의 사례에 노출됨으로, 해당 제품이 가진 잠재력을 학습하는 시간을 줍니다. 사용자들은 다른 사람들의 글과 사진을 보며 해당 제품이 가진 아름다움과 효과를 확인하고, 제품 구매를 확정하는 용도로 상세정보를 펼쳐봅니다. 이전에는 '상세페이지 > 후기'였던 사용자의 구매경로가 '후기>상세페이지'로 역전된 것입니다.
사실 오늘의집에 등록된 모든 제품이 아름다운 썸네일을 가지고 있는건 아닙니다. 위에서 소개한 의자제품도 썸네일은 그리 매력적이지 않죠. 그렇기에 오늘의집은 마법같은 단어로, 사용자에 따라 가구도 다른 매력을 품게 될 수 있다는걸 보여줍니다. 그건 바로 '스타일리샷'이라는 말입니다. 우리에게 스타일링이란, 본연의 매력을 가꾸지 못한 사람들이 미용실에서 메이크업을 받으면 마법같이 변하는 모습으로 기억됩니다. 스타일링은 한껏 수수하게 다니던 사람이, 미용을 통해 변화되는 마법의 순간을 뜻하죠. 오늘의집은 흔한 인테리어샷, 후기사진이 아닌 '스타일링샷'이라는 단어를 사용함으로 초라한 썸네일을 가진 제품도 나에게 오는 순간 변화될 수 있다고 말하며, 사용자들의 구매맥락을 연결합니다.
오늘은 간단하게 오늘의집의 상품 구매 플로우를 분석하였습니다. 오늘 살펴본 기능들 외에도 오늘의집에는 집들이, 노하우, 질문과답변 등 다양한 콘텐츠들이 있습니다. 사용자들은 상품 뿐만 아니라, 화려하고 이쁘게 꾸며진 다양한 사람들의 집을 구경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읽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경험들이 모이는 곳에는 결국 '구매'라는 최종 목적지가 있습니다.
오늘의집은 상품을 자랑하고 구매를 강요하는 것이 똑똑한 소비자들에게 먹히지 않는다는걸 너무나도 잘 알고 있습니다. 자신들의 목소리보다는, 사용자들의 목소리가 다른 사용자의 마음을 사로잡는단걸 이용하죠. 단지 사용자들이 내는 목소리에, 팔고 싶은 상품들을 녹여낼 수 있도록 노력하고 또 노력합니다. 그렇기에 오늘의집의 모든 판매 구조는 사용자들의 이야기에 제품을 담는 자연스러운 방법을 구축하는 것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오늘 오늘의집을 바라보면, 아몬즈가 어떠한 방향으로 성장해야 할지를 잠깐 생각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사람'을 동경하고, '사람'의 사랑과 공감을 받고 싶어합니다. 후기와 이야기, SNS는 모두 이러한 인간의 욕망과 관련된 것입니다. 아몬즈의 주얼리를 사랑하는 고객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주얼리를 사랑할 정도로, 아다움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는건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죠. 오늘의 분석을 통해 고객의 마음을 더 이해하는 기획자가 되어야겠단 생각이 듭니다.
다음에는 코로나를 통해 전국민의 플랫폼이 된 당근마켓에 대해 적어보려 합니다. 편안한 토요일 저녁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