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유랑하기로 결정하고 몇 개의 목표를 세웠는데요. 그중 하나가 주 3회 운동입니다.
평소 운동과는 담을 쌓던 사람이기에, 그나마 진입장벽이 낮은 러닝에 취미를 붙여봤습니다.
지금은 5km 러닝에 집중하고 있는데요.
아마 러닝을 조금이라도 해보신 분들은 공감하실 텐데,
5km만 뛰어도 그 안에서 무수히 많은 심경변화가 일어납니다.
이를 짧게 요약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0.0 ~ 1.0km (엄살 구간)
심장 : 와.. 벌써 힘든데? 어떡하지? 좀만 쉬면 안 될까?
뇌 : 다리야, 심장이 정신 못 차리고 벌써 힘들다는데? 어쩌지?
다리 : 이제 뛰기 시작했다 심장눔아. 엄살은..
1.0 ~ 2.0km (고비 구간)
심장 : 와.. 나 진짜 오늘은 안될 것 같은데? 쉴 때 되지 않았어?
뇌 : 너 전에도 힘들다 그랬는데 결국 뛰었잖여. 이번에도 분명 더 뛸 수 있을껴!
다리 : 그으래! 나도 아직은 더 뛸 수 있어! (슬슬 힘든데 앞에 센 척해놔서 말 못 하는 중..)
2.0 ~ 3.0km (타협 구간)
심장 : 응 더 뛰면 나 터질겨 몰라 배째.
뇌 : 다리야 심장이 파업 선언했어. 좀만 쉬었다 가자.
다리 : 아 그래? 어쩔 수 없지. 내가 좀만 쉬어준다.. (휴.. 다행..)
3.0 ~ 4.0km (채찍질 구간)
심장 : 쉰 김에 그냥 계속 쉬자.. 나 정상 박동을 돌아오려면 아직 멀었어..
다리 : 뇌야.. 심장 좀 많이 힘들어 보이는데..? 좀 더 쉴까? (나도 힘든데..?)
뇌 : 너네 3km까지 뛴 거 안 아까워? 앞으로 10분만 더 뛰면 되는데 이대로 포기할겨? 뛰어!
4.0 ~ 4.5km (당근 구간)
심장 : ...
다리 : ...
뇌 : 저기요?.. 얘들아 괜찮지?..왜 말이 없어..? 우리 일단 쩌어기 코너까지만 뛰자. 진짜로 딱 저기까지만!
4.5 ~ 5.0km (오락가락 구간)
심장 : ...
다리 : ...
뇌 : 다 왔어!! 움직여!! / .. 움직여 주세요 님들.. / 더 뛰라고!!.. / 이제 진짜 다 왔어요.. / 안 뛰어?!
완주 후 (이미 서로 마음이 멀어질 대로 멀어진 구간)
뇌 : 봐! 할 수 있잖아! 난 너희들을 믿었다고!!
심장 : 뇌.. 저거... 지는 안 힘들다고.. 허.ㄱ..헉...
다리 : 응 내 다리 돌덩이. 난 그냥 바닥에 붙어있을게..
5km 러닝을 시작한 지 횟수로 10회? 15회? 정도 된 것 같은데요.
최종 기록은 '당근 구간'과 '오락가락 구간'에서 뇌가 심장/다리를 얼마나 잘 설득하느냐에 달려있습니다.
뇌가 협상을 잘 한 날에는 26~27분대, 그렇지 못한 날은 28~29분대가 나오는데요.
처음에 30분이 훌쩍 넘었던걸 생각하면 그래도 꽤 많이 단축된 것 같습니다.
자신감이 충만한 상태에서 제 기록이 어느 정도 수준이려나 찾아봤는데,
5km 마라톤 초보 기록이 31분, 중간이 22분이랍니다..
허.. 말도 안 돼.. 거짓말일 거야..
정말 죽어라 뛰어야 26분대가 나오는데.. 22분은 돼야 중간은 간다고..?
말도 안 되고 말고.... 암..
분명 세상 모두가 저를 속이는 거라 믿습니다.
..
...
..흠..
올해에는 10km 마라톤에 도전해 보려고 하는데,
5km도 이모냥이라 괜찮으려나 모르겠습니다.
뭐 꾸준히 하다 보면 단축되겠죠..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