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OpenAI 샘 알트만이 해임된 사건은 많은 이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특히 해임되기 불과 열흘 전에 열린 'OpenAI DevDay' 개발자 콘퍼런스에서 직접 시연에 참여한 후 일어난 일이기에 더욱 놀라운 소식이었습니다.
그러나 샘 알트만은 강력한 팬덤을 기반으로 여론전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했고, 이사회는 다각도로 쏟아지는 공세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며 일주일도 되지 않아 백기를 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결과, 샘 알트만은 복귀했고, 이사회가 회사를 떠나는 것으로 일단락됐습니다.
당시 이사회가 발표한 해임 사유는 "샘 알트만이 이사회와의 소통에 있어서 일관되게 솔직하지 않았다"는 것이었는데요. 이는 많은 사람들에게 충분하지 않은 사유로 보였습니다. "샘 알트만이 그동안 해온 게 있는데 이 이유만으로 해임을 시켜도 되나?"라는 반응이 우세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 해임 사유의 의미가 재조명되고 있습니다.
샘 알트만의 해임 당시 이사로 재직하던 헬렌 토너는 최근 팟캐스트 "TED AI" 인터뷰에서 당시 상황을 설명하며 다음과 같은 사례를 언급했습니다.
- 이사회는 ChatGPT 출시 당시 사전에 통보받지 못하고 X(트위터)를 통해 그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 자신을 독립적인 이사회 구성원이라고 주장했지만, OpenAI 스타트업 펀드를 소유했고 이를 숨겼습니다.
- 회사의 안전 프로세스에 대해 지속적으로 부정확한 정보를 제공했습니다.
만약 OpenAI가 일반적인 영리 기업이었다면 이 모든 주장이 사실이더라도 여전히 해임 사유로는 부족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OpenAI는 "전 인류를 이롭게 하기 위한 AI를 안전하고 투명하게 개발하는 기업" 목표 아래 비영리기업으로 설립되었기에 해임 사유로 볼 수 있는 명분이 생기게 됩니다.
그러나 이사회는 그들의 결정이 가져올 엄청난 파급력을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또한, 발표 타이밍과 두루뭉술한 명분, 해임 이후 언론 대응 등 여러 면에서 능숙하지 못했고 결과적으로는 좋은 패를 들고도 여론을 설득하지 못했습니다.
샘 알트만은 그 상황을 철저히 자신에게 유리하게 만들어, 스스로를 어리숙한 이사회에 의해 어이없이 축출된 비운의 영웅으로 브랜딩했습니다. 그리고 해임 사태 이전보다 더욱 막강한 파워를 얻으며 OpenAI를 완전히 장악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한 번의 부활을 통해 너무 강력한 권력을 얻은 것이 오히려 독이 되었던 걸까요? 최근 그의 행보에 많은 의문 부호가 붙으면서 조용히 묻힐 수 있었던 해임 당시 상황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다음은 최근 한 달 내에 실린 기사 헤드라인들입니다.
- 'AI 리스크' 대응팀 해체에... 오픈AI 떠난 안전 책임자, 앤트로픽 합류
- 스칼렛 요한슨 모방 논란에... 오픈 AI, 'GPT-4o' 음성 일시 중단
- 오픈AI, "퇴사 후 회사 비방하면 지분 회수" 비밀 계약
- "오픈AI, 영리 기업 추진... 애플 계약으로 추진력 확보"
AI 리스트 대응팀 해체나 스칼렛 요한슨 목소리 모방 사건을 보면, OpenAI가 안전보다는 개발 속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이 분명히 드러납니다. 또한, 퇴사 직원에게 회사 비방 금지 계약을 강요했다는 점에서 샘 알트만의 막강한 권력이 긍정적인 방향보다는 부정적인 방향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점이 부각됩니다.
결정적으로, 영리 기업의 추진의 경우 아직 루머에 불과하지만 만약 실제로 이어진다면 해임 당시 이사회의 판단이 틀리지 않았음을 스스로 증명하는 꼴이 될 수 있습니다.
샘 알트만 역시 부정적인 여론을 의식을 하고 있는 듯합니다. 이를 만회하기 위한 여러 시도들을 하고 있는 것인데요. 대표적으로는 재산 기부 소식이 있습니다. 샘 알트만과 그의 남편인 올리버 멜헤린은 빌 게이츠와 워렌 버핏 등 세계 최고 부유층을 중심으로 자신의 재산의 대부분을 자선 사업에 공개적으로 기부하겠다는 서명한 서약에 동참했습니다.
또한, 알트만은 월스트리트 저널을 보유한 뉴스코퍼레이와 계약을 통해 학습에 사용될 저작권을 정당하게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회사의 비방 금지 계약과 관련된 문제에 대해서는 자신이 전혀 알지 못했던 내용이라며, 문제가 제기된 이후 바로 수정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사과했으며, 해임 당시 문제로 거론됐던 스타트업 펀딩에서도 손을 뗀다고 발표했습니다.
최근 생긴 논란들이 큰 문제로 커지기 전에 빠르게 대응을 하고 있는 알트만이기에 당분간 이 문제들로 큰 타격을 받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러나 작은 논란이라도 비슷한 사례가 누적되면 단초가 되어 그동안 관심을 받지 않았던 문제들까지 드러날 수 있습니다. 대중과 언론은 기쁜 소식보다는 부정적인 논란에 더 빠르게 관심을 갖기 마련이기 때문입니다.
샘 알트만은 와이콤비네이터의 수장으로 역임하면서 이미 저명한 인사였지만,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지기 시작한 건 확실히 ChatGPT가 출시된 이후입니다. 그 이후로 3년이 채 되지 않았지만, 현재 그는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MS의 사티아 나델라, 구글의 순다르 피차이와 견줄 만한, 가끔은 그 이상의 영향력을 발휘하는 슈퍼스타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빠른 성공은 오히려 그의 발목을 잡을 수 있습니다. 빠르게 명성을 쌓아 올렸다는 것은 잃는 것도 순식간일 수 있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내딛을 한발 한발이 더욱 중요해진 샘 알트만, 과연 다음 스텝은 어느 방향으로 이어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