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얼음꽃 Sep 27. 2022

인생운동의 권태기 구간을 지나고 있습니다.

지금도 이 운동을 처음 접했던 때가 생각나요. 얼마나 좋았으면 그날 옷을 입고 집을 나가는 순간 하나하나가 다 떠오를까요. 어제 일처럼 선명해요. 오랜만에 빙상장에 방문했던 날이었는데 계절은 한겨울이었어요. 그때 저는 베이지색 코트를 입고 갔지요. 바지는 아마 트레이닝 바지였을 거예요. 빙상장에 가보는 건 중학생 때 이후로 처음이었나 그랬을 거예요. 눈앞에 빙상장 건물을 보자마자 어렸을 때 스케이트를 재밌게 탔던 일들이 생각났고 마냥 설레었답니다.


빙상장 한 켠에는 회원 모집을 한다며 한쪽 면에 크게 현수막을 걸어두었는데 눈에 띄었던 건


피겨 성인반이었어요.


그때 처음 알았어요. 성인도 피겨를 할 수 있다는 걸.


정말 열심히 했어요. 쉽게 늘지 않았지만 정말 틈날 때마다 다녔어요. 그 당시만에도 주 5회나 다녔답니다. 이걸 2년 넘게 했어요. 그렇게 시간을 부었는데도 안 늘었지만 매번 설레고 재밌었어요. 대회도 나가보고 승급도 경험해보았으니까요. 크게 다치면 그만두려 했는데 발목 인대가 나갔을 때 깨달았어요. 이건 그만두지 못하겠구나. 내가 생각보다 피겨를 많이 좋아하는구나. 코로나 초창기에는 휴장을 몇 달간 하기도 해서 고문받는 느낌이었답니다.


그리고 이제 햇수로 3년이 되었어요. 좋아하는 마음은 같지만 그 마음이 이제는 마냥 순수하지는 않더라고요. 피겨를 처음 배웠을 때는 그저 설레는 감정뿐이었는데 이제는 슬픔, 씁쓸, 의심이라는 감정들이 밑에 깔려요. 이제 더 이상 나아질 게 없다는 걸 알게 되고 그저 좋기만 했던 것들 사이사이에 틈이 생기고 다른 감정들이 그걸 비집고 들어옵니다. 이때쯤 되면 진도 나갈 게 없기도 하고 오래 다닌 분들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많이 듣게 되고 주변을 보며 슬퍼지는 일도 많이 생깁니다.


이제 하나씩 그 이야기를 적어볼까 해요. 인생운동의 권태기 구간을 지나고 있는 저의 이야기와 수업방식이 어떻게 바뀌었으면 좋겠다는 개인적인 바람에 대해 적어보려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