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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얼음꽃 Sep 27. 2022

그 주변에서 점프 안 뛰어요

연습하러 자주 다니고 주말에 몇 시간씩 연습하다 가도 나 같은 유형의 열심히만 하고 운동신경 하나 없는 수강생은 가르치는 사람에게 있어서 하나를 더 알려주고 싶은 수강생은 아닌 거 같다. 그냥 빙상장에 자주 오는 사람 1인일 뿐.




피겨를 배우다 보면 유독 겁도 없고 운동신경이 좋으신 분이 있다. 그런 분들은 습득 속도가 상당히 빠르다. 선생님은 당연히 그런 학생을 주목하게 된다. 그런 강습생이 오면 나같이 느리게 느는 사람은 부럽기도 하고 때로는 나는 왜 이럴까 하며 좌절한다.


스케이트장에 자주 안 나오시는 분이 계셨는데 신기하게도 올 때마다 실력이 향상됐다. 피겨는 그런 운동이 아니다. 맹세코.

오랜만에 면 어색해져서 얼음이랑 잠시 친해지는 타임을 가져야 하고, 내가 너무 오랜만에 온 것에 대한 참회의 시간을 오래 거쳐야 원 상태의 실력으로 겨우 복구되는 것이 피겨였다. 가끔 멀리서 그분이 수업받고 있는 걸 보고 있으면 마치 개인강습을 받는 것 같았다.


그때 나랑 같이 다니던 분은 그 모습을 보다 결국 그만두었고 가끔 연락할 때마다 그런 이야기를 하셨다.


요즘도 그래요? 잘 타는 사람들 유독 챙기는 거?



선수할 것도 아닌 성인반인데.


어떤 사람은 가끔 주말마다 나와 마주쳤는데 나를 보더니 그런 말을 했다.


내가 본 성인 중에서 제일 열심히 해. 열정이 정말.


- 그럼 뭐하나요. 늘지를 않는데요. 이렇게 열심히 타면 늘 줄 알았어요.


나는 열정만 가득한 사람이었다. 오래 타다 가지만 늘지는 않는 그런 사람. 많이 탄다는 걸 숨기고 싶은 사람. 주1회 다닌다하면 덜 부끄러윘을까.




어느 한 분이 있었는데 그분도 빨리 늘었다. 나는 그때 룹을 한창 연습하고 있었다.


점프 시간이 되자 선생님이 점프를 뛰어보라 다. 내가 왈츠점프를 뛰었고 뒤에 오던 빨리 는다던 분이 곧 왈츠점프를 뛰었다. 선생님이 왈츠+룹을 뛰어보라 했다. 그분한테 뛰라는 소리인 것 같았지만 나도 시도해보았다. 조용했다. 그분이 왈츠+룹을 시도했다. 선생님이 그분한테 이런저런 말을 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런 일이 몇 번 반복되었다. 나는 아무리 뛰어도 피드백이 오지 않았다. 혹시 내가 잘 뛰어서 그런 건가?


어느 날 룹을 뛰는데 내가 먼저 뛰었고 뒤이어 그분이 뛰었다. 둘 다 착지에 실패했다.  그리고 선생님이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말소리가 쭉 이어져서 닿은 곳은 내가 아니었다.


그때 알았다. 내가 잘 뛰어서 그런 게 아님을. 나에게는 처음부터 관심조차 없었다는 것을. 나는 처음부터 혼자 타고 있었구나.


그 이후로 나는 그 주변에서 점프를 뛰지 않는다.


나는 그때마다 한 분의 눈빛이 생각난다. 그분도 열심히 나오던 분이었는데 점프 뛸 때 피드백 하나 받지 못했다. 그분이 선생님을 바라보던 눈빛.


나는 저 멀리로 간다. 어차피 그 주변에서 뛰어봐야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피드백도 못 받는데 기분 좋게 뛰기란 어렵다. 점프 후 오는 적막은 항상 비참한 감정마저 들게 한다. 나는 그 아무 소리도 안 나는 텅빈 소리가 싫었다. 마치 인정받으려 애쓰는 것도 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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