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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심삼일 글쓰기 Nov 17. 2019

#3. 컴퓨터를 내놓으라고? 부정부패의 관공서

컴퓨터를 내놓으라고? 커피와 담배, 부정부패로 물든 관공서


인도네시아의 군부대에서, 탁자에 있는 건 역시나 커피와 담배다


오늘은 8개의 관공서를 돌아다녔다. 정말이지 놀랍게도 이 좁은 찌솔록면에 관공서란 하나의 정부 부처를 만들어도 괜찮을 만큼, 다양한 관청들이 있었다. 면사무소로 시작해서 보건소, 교육청, 군부대, 경찰서, 동사무소, 수산청, 농산물청이 있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모든 관공서의 공통점이었다. 정중앙에는 항상 탁자가 놓여있는데, 그 위에는 항상 담배 재떨이와 커피가 놓여있고 그 주위를 사람들이 둘러싸고 앉아서 놀고 있다는 점이었다. 정말이지... 이곳의 공무원들은 편해보였다. 사실 일하는 모습을 보기보다도 커피를 마시고 담배 피는 모습을 더 많이 본 것 같다.


인도네시아 공무원들은 형식과 절차를 엄청나게 중요했는데, 우리가 방문하는 곳마다 귀찮게 자꾸만 방명록을 쓰라고 요구했다. 이름, 직업, 등등 몇 가지 사항으로 이루어져있고, 마지막에는 도대체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관공서를 방문한 소감을 적으라는 칸이 있다. 당연히 모두가 좋다라는 뜻인 Bagus를 적지 않을 수가 없다. 공무원들이 옆에서 불을 키고 쳐다보고 있었다.         

   

지방 자치제가 활성화 되어 있기 때문일까. 마치 조선 시대의 이방들처럼 예전에는 지방 공무원들이 돈을 요구하는 사례가 흔하다고 했다. 하지만 최근에 대통령이 바뀌면서 많은 개혁을 시도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경찰서에 갔을 때는 아직도 부정부패가 성행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는데, 저번에 보았던 모건 프리먼을 닮은 경찰 서장 형님(갱단 두목을 닮은)이 아니나 다를까, 교장선생님께 컴퓨터를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무슨 과자도 아니고, 컴퓨터씩이나 내놓으라고 하다니 정말이지 깡패가 따로 없었다.


교장선생님의 말에 의하면 경찰서장은 평소에도 돈을 그렇게 밝힌다고 한다. 예전에 군사정권 시절에는 군부의 힘이 강했지만, 군사정권이 쇠퇴함에 따라 자연스럽게 경찰로 그 힘이 넘어오게 되었고 그 때문에 경찰들이 횡포를 부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한다. 


물론 다 그런 것은 아니라서, 옆 마을의 경찰서장은 사람이 괜찮다고 말하셨다. 여기서도 확실히 옛날 정권부터 있었던 나이 많은 공무원들은 부정부패를 당연시 여기는 것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젊은 공무원들 일수록 그런 것이 덜한 것들이 보였다. 물론 아직은 갈 길이 멀지만 점점 인도네시아가 변화해간다는 증거라고 생각되었다.  


또한 우리는 군부대를 들렸는데, 군사정권이 쇠퇴하고 이가 빠진 군부대의 힘을 보여주듯이, 군부대의 간부가 있음에도 병사가 마치 말년 병장처럼 군화와 군복을 풀어헤치고, 우리의 옆에 앉아서 연신 줄담배를 피워댔다. 아무리 시골이라고는 하지만 군 기강이 얼마나 헤이 해져 있는지를 단면적으로 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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