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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심삼일 글쓰기 Nov 17. 2019

#7. 젖과 꿀이 흐르는 땅, 한국으로

제2의 콜럼버스 안디아저씨

3월 18

젖과 꿀이 흐르는 땅한국으로

알파마트에는 불닭볶음면과 신라면을 팔았다. 거기에 이어서 한국 연예인 ‘이민호’가 모델로 박혀있는 과자도 있었다. 거대한 대형 마트도 아니고, 이런 동네 편의점에서 한국의 음식을 보게 되다니 왠지 가슴이 벅차올랐다. 알파마트를 갈 때는 내리막길이어서 수월했지만, 돌아오는 길은 언덕이라서 오는데 굉장히 힘이 들었다. 그때 마침 누군가 내게 한국어로 말을 걸어왔다. 그는 날개 없는 천사 인드라 씨였다.


처음에는 “안녕하세요.”라는 말을 내가 잘못 알아들은 것인가 헷갈릴 지경이었지만, 알고 봤더니 인드라씨는 한국에서 4년 동안 일을 하고 왔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한국말을 잘했다. 오토바이 뒤에 나를 태워다가 가나안 농군학교까지 데려다주었는데, 덕택에 나는 편하게 올 수 있었다.


인드라 아저씨는 인도네시아 사람들 가운데서는 한국에서 일하기를 희망하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이곳 사람들의 평균 월급은 평균 15만원 ~ 20만원 선이었다. 그에 비하면 한국에서 100만원만 받고 일을 하고 오더라도 무려 5배 이상의 월급을 받는 것이었다.


후에 인도네시아 사람 한 명이 교장선생님을 찾아왔다. 며칠 뒤에 국가공인 한국어 시험이 있으니 도와달라는 것이었다. 그는 한 달 동안 100만 루피아(10만원)을 내고 한국어 학원을 다녔다고 했다. 무려 자신의 월급의 반이나 투자하여 한국어 학원을 다닌 것이다. 우리는 도대체 왜 그렇게 하는 것인지 궁금해서 물었다.


“이 시험을 통과하면 인도네시아 정부를 통해서 한국에 일하러 갈 수 있어요.”


이렇게까지 힘들게 한국에 일하러 가야하는 것인가 의문이 들었지만, 나는 후에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바로 인드라 아저씨의 집을 방문 했을 때였다. 인드라 아저씨의 집은 주변에 무너져가는 다른 집들과 다르게 3층으로 지어져서 제법 휘황찬란했고, 마당에는 도요타 승합차가 놓여있었다. 집 안으로 들어가자 LG TV와 삼성 냉장고, 까까(식모)까지 있었다. 


한국에서 4년 동안 일하고 온 대가는, 다른 인도네시아 사람들이 평생을 걸쳐서 일해도 얻지 못할 성과였다. 나는 그제야 인도네시아 사람들이 왜 한국으로 가서 일하려고 하는지 알 것 같았다. 비록 타국 땅이 위험할지라도 분명 인드라 아저씨 집을 본 다른 사람들은 한국으로 가서 일하고 싶다고 생각했을 것이었다.          

 

안디아저씨는 전생에 콜럼버스였음이 틀림없을 것이다


하지만 평소에 인니인들이 행동하는 것으로 보아, 한국으로 가면 대부분 견디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안디 아저씨가 내게 와서 말을 걸었다.


“나도 한국 가고 싶어. 가면 돈 많이 벌 수 있을 텐데.”


그렇게 말하는 안디 아저씨의 표정은 마치 서쪽으로 떠나면 인도를 발견할 수 있다고 믿는 콜롬버스처럼 비장했다. 


‘한국 가서 그렇게 놀면서 일하면 혼나요 아저씨.’라고 말해주고 싶었지만, 안디 아저씨의 해맑은 미소를 보며 차마 그렇게 말할 수는 없었다.  

  만날 힘들다고 말하는 안디 아저씨도 만약 한국에 가서 일을 하게 되면, 이곳이 편한 곳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겠지. 안디 아저씨가 한국에 가서 그곳이 꿈에 그리던 노다지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어떤 표정을 지을지 궁금했다. 아마도 자신이 발견한 대륙이 인도가 아니라 아메리카라는 사실을 깨닫게 콜롬버스의 표정을 짓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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