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를 걷다

도시 곳곳의 불빛 사이에서 발견한 작은 위로

by Joy

요즘은 어디를 가나 아름다운 트리를 만난다.

그 반짝임 덕분인지, 겨울이 조금은 덜 흐리고 덜 무겁게 느껴진다.


이곳의 크리스마스는 유난히 길다.

11월부터 이미 사람들은 들떠 있고,

거리엔 캐럴이 흘러나오고, 가게마다 화려한 장식이 가득하다.

비가 잦고 흐린 이 도시의 겨울을 견디게 해주는 건,

어쩌면 바로 이 불빛들 인지도 모른다.

이 장식들이 없다면 도시는 참 적막하고 우울했을 것이다.


크리스마스는 본래 아기 예수의 탄생을 기념하는 날.

하지만 요즘은 그 의미가 조금씩 옅어지고,

서로에게 더 많은 관심과 선물을 요구하는 시즌처럼 느껴지곤 한다.

그래도 나는 여전히 이 날의 본래 의미—

사랑을 나누고, 기쁨을 함께 누리고,

더 따뜻함이 필요한 이들을 돌아보는 시간이라는 것을

조용히 떠올려 본다.


얼마 전엔 아마추어 남성합창단 공연에 다녀왔다.

고즈넉한 클래식 교회에 들어서는 순간,

그 공간 전체가 나를 포근히 감싸는 듯했다.

다양한 세대와 국적의 사람들이

하나의 목소리로 노래를 채워가는 모습은

생각보다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관객석에서 환하게 웃으며 바라보는 가족들의 얼굴,

조금은 서툴지만 즐거움이 묻어나는 합창단원의 표정까지—

그 자체가 따뜻한 장면이었다.

북미의 크리스마스를 제대로 느낄 수 있었던 저녁이었다.


나는 이 시즌을 더 깊이 즐기고 싶어서

하루에 한 곳씩 호텔이나 건물을 찾아다니며

트리와 장식을 구경하고 있다.

각기 다른 개성의 장식들을 만나는 일은

예상보다 훨씬 큰 즐거움을 준다.

사진도 어느새 수백 장은 찍은 것 같다.

가끔은 나만 사진을 찍고 있는 것 같아 민망할 때도 있지만,

곧 이 모든 것이 사라질 테니 지금의 마음을 담아두고 싶다.


나는 요즘 순간을 기록하는 일이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

잊히기 쉬운 장면들을 사진과 글로 남겨둘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기억이 예전 같지 않다는 걸 느낄 때마다

기록의 힘이 더 크게 다가온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기억하고 싶다.

이 빛나는 계절을.

내 마음 한편을 따뜻하게 밝혀준 이 겨울의 순간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