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하지 않은 하루

하루라는 선물

by Joy


아침에 눈을 뜨면 아직도 밤에 머물러 있는 것 같은 요즘이다.

7시 전후로 일어나지만, 겨울의 아침은 늘 어둡다.

새날이 시작되었다는 말도 이 계절 앞에서는 조용해진다.

이곳, 캐나다의 겨울은 흐림과 비가 일상이 되어

하늘은 좀처럼 표정을 바꾸지 않는다.


눈을 뜨자마자 나는 누운 채로 기도를 한다.

하루를 시작할 수 있음에 감사하며, “오늘도 무사히”라는 바람을 올려놓는다.


어느 날 아무 일 없이 눈을 뜬다는 사실이 얼마나 큰 선물인지…

당연하다고 믿어왔던 하루가 사실은 늘 허락받은 것이었다는 걸 강하게 느낀 적이 있다.

그 후로 나는 늘 감사로 시작한다.


나는 매일 같은 루틴 속에서 산다.

물을 끓이고, 이를 닦고,

따뜻한 물을 마시며 도시락을 준비한다.

계란과, 샐러드를 담고

익숙한 동작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특별할 것 없는 이 반복 속에서

나는 오늘이라는 시간을 맞이한다.


매일 똑같은 하루의 반복 속에서 최선을 다해 잘 살아내고 싶다


나는 낮잠을 잘 자지 못한다. 하루가 아깝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그렇다고 매 순간을 완벽하게 잘 살아내는 것도 아니다.

딴생각으로 멍해지는 시간도 있고,

잠시 유튜브에 빠져 시간을 보내고 난 후 스스로를 후회하기도 한다.

차라리 잠이나 잘 걸, 그럼 덜 피곤했을 텐데 하는 생각이 스쳐 지나가기도 한다.


나는 누워 쉬는 법을 잘 모르는 것 같다.

누구도 그렇게 살라고 한 것도 아닌데, 자꾸만 하루를 붙잡고 잘 살아내고 싶어 애쓴다.

진심을 다해 산다는 건, 어쩌면 이렇게 자기 자신과 계속 씨름하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요즘 이곳의 날씨는 하루 종일 비가 오거나 종일 흐림의 연속이다.

오늘 일기예보는 하루 종일 비, 확률 100%라고 보았다.


그런데 갑자기 오늘 오후, 비가 멎고 빛이 스며들었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

공기마저 따뜻하게 느껴져 마치 봄이 잠시 다녀간 것 같았다.

예상하지 못한 순간이라 더 선명하게 마음에 남겼다.


처음으로 에그노그 라테를 마셨다.

조금은 과하게 달았지만 그 달콤함 덕분에 지친 오후가 잠시 부드러워졌다.

삶이 건네는 작은 위로. 따뜻함이 느껴졌다

서양사람들이 크리스마스 시즌의 마시는 전통음료라고 하는 이유를 알 것 같다.


인생도 그런 것 같다.

긴 겨울 같은 날들이 이어져도, 어느 날은 이렇게 예고 없이 빛이 찾아온다.

그리고 라테한잔의 위로를 받는다.

그 한순간 덕분에 우리는 다시 하루를 살아갈 힘을 얻어 나아가는 것 같다.


하루라는 선물.

매일 비슷해 보이지만, 결코 같은 하루는 없다.

예기치 않은 빛과 작은 위로가 숨어 있어 오늘도 나는 이 하루를 감사로 마무리하고

내일을 또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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