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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라이트 Oct 05. 2018

"아빠, 김영란법이 뭐야?'"
①청탁금지법 취지와 배경

"아빠, 김영란법이 뭐야?" @ 최영재 변호사 _ 법무법인 디라이트

"아빠, 김영란법이 뭐야?"


어린이집에 다니는 첫째는 어린이집 선생님들을 참 좋아합니다. 밤에 잘 때면 담임선생님들, 영어선생님, 체육선생님, 그리고 옆반 선생님 이야기까지 조잘조잘 늘어놓곤 하지요. 가끔은 자기가 먹던 과자를 선생님 입에 넣어주기도 하나봅니다. 어느 날 첫째가, “젤리를 먹다가 000 선생님에게 ‘맛있게 먹어요’ 하고 입에 넣어줬어”라고 한 걸 두고 아내가 농담으로 “그것도 김영란법 걸리는 거 아니야?”라고 웃으며 말했던 적이 있습니다.



물론 아이가 입에 넣어주는 젤리를 먹었다고 법에 위반되는 것은 아닙니다만, 예전과는 분위기가 많이 달라진 것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SES와 핑클이 가요계를 양분하던 시절 제가 소신을 지켜 좋아했던 한스밴드의 노래 ‘선생님 사랑해요’의 노래가사처럼 선생님 집 앞에 ‘장미꽃 한 송이’를 몰래 두고 왔다가는 자칫 나의 첫사랑 선생님이 곤란해질 수 있으니까요.


청탁금지법이 시행될 당시 저는 운이 좋게도 무려 청탁금지법의 주무부처인 국민권익위원회에서 법무관으로 군복무 중이었는데 하필 그 시기에 청탁금지법이 시행되었고 하필 그 시기에 첫째 딸아이의 돌잔치가 있어서 본의 아니게 청탁금지법을 남들보다 한두 번은 더 들여다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저를 좋게 보아 주신 감사한 분들 덕에 국민권익위원회 산하 청렴연수원에서 청탁금지법 강의를 해볼 기회도 있었구요. 



어린시절부터 ‘김영란법' 을 알게된 귀여운 첫째와 즐거운 한때를 보내는 최영재 변호사님



이번 글에서는 ‘김영란법’에 대해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김영란법’의 정식 명칭은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인데요, 아래에서는 ‘청탁금지법’이라고 부르도록 할게요. 청탁금지법에서 중요한 부분은 아래와 같습니다.


1) '누구' 에게 적용되는지
2) ‘부정청탁’ 의 내용이 무엇인지
3) ‘금품 등 수수 금지’ 의 내용이 무엇인지



이 중 사회적으로 가장 많이 관심을 받은 부분이 소위 ‘3-5-10(지금은 3-5-5)’으로 알려진 3) 금품 등 수수 금지에 관한 내용입니다. 


총 5부작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이번 글에서는 청탁금지법의 도입 배경과 취지에 대해 먼저 다루어보려고 해요. 마지막 회가 제일 씐나고 재미있을 테니 1, 2편이 재미없더라도 참고 마지막 편까지 읽어주시기 바라요. 







[청탁금지법의 도입 배경]


청탁금지법이 만들어지게 된 배경으로 벤츠 검사 사건(소위 ‘벤츠 여검사 사건’) 을 빼놓을 수 없겠네요. 변호사가 내연관계에 있던 검사에게 벤츠 차량, 명품 핸드백, 법인 신용카드 등 금품을 지급해 왔고 검사는 그 변호사가 수행하는 사건에 대해 검찰 내부에서 영향을 미치려 했다는 것이 사건의 요지인데요, 이 사건은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이때 이 검사는 뇌물 관련 범죄로 구속되었으나, 최종적으로는 무죄 판결을 받았지요. 


왜 무죄가 나왔을까요? 뇌물범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대가성’이 인정되어야 하는데, 벤츠 검사 사건에서는 대가성이 인정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왜 대가관계가 인정되지 않았는지, 대법원은 어떤 이유에서 이렇게 법감정에 반하는 판결을 내렸을지 궁금해집니다. 법원이 주목한 부분은 이렇습니다. 



검사가 신용카드와 벤츠 승용차를 받고부터 한참 뒤에 청탁을 받았다.
신용카드, 벤츠 승용차를 받았을 때나 청탁을 받았을 때나 변함없이 두 사람은 연인관계였고 카드사용액도 별다른 차이가 없다.
그러니 벤츠 승용차나 신용카드는 청탁의 대가라기보다 좋아서 준 것으로 보아야 한다.



대법원은 공보관을 통해 이 판결에 대해 아래와 같이 취지를 설명하였습니다. 



검사 아내와 변호사 남편 간의 금전 거래를 처벌할 수 없듯이 내연관계라 해도 동일한 논리로 봐야 한다는 취지이다.



여러분, 쉽게 납득이 되나요???




https://www.lawtimes.co.kr/Legal-News/Legal-News-View?serial=91657



유명한 사례를 한가지 더 소개해 봅니다. 해양수산부 공무원이 해운회사 대표 등으로부터 8천만원을 받았는데, 명목은 “중국 선박이 운항 허가를 받을 수 있도록 힘써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이 사건에서도 대법원은 뇌물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중국 선박의 운항허가는 중국 정부의 업무라 대한민국 공무원의 직무와 관련이 없다는 것이 주된 근거였습니다. 언뜻 타당해 보입니다만, 이 해양수산부 공무원은 중국 교통부에 문서를 보내는 등 여러모로 힘을 썼던 것이 사실이었으므로 그 행위를 처벌하지 못한다는 것을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대다수였습니다. 


이런 일련의 사건들이 터지면서 청렴한 사회에 대한 사람들의 열망이 더욱더 커졌고, 그 열매로 탄생한 것이 청탁금지법입니다. 


(다만, 위 사례 중 벤츠 검사 사건은 청탁금지법에 따르더라도 여전히 제재하기 어렵습니다. 이 부분은 3편 혹은 4편에서 자세히 다루겠습니다.)


http://mglaw.scourt.go.kr/wsjs/panre/sjs100.do?contId=2061404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중국선박회사 청탁 관련사건 판결>







[청탁금지법의 취지]


청탁금지법은 대가성이 있는지 없는지를 따지지 않고 청탁을 하거나 금품을 주는 사람과 그것을 받는 사람이 직무상 관련되어 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과거 뇌물죄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던 범위까지 제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다만 청탁금지법으로 인해 원래 사적으로 알고 지내던 사람들과의 인간관계가 지나치게 소원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었기 때문에 법에서 일정한 부분 예외를 마련해 두고 있습니다. 부정청탁이건 금품 등 수수건 결국 이 “예외”를 정확히 숙지해야 법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내용을 본격적으로 다룰 다음 회차의 글부터는 이 예외를 상세히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뭐든지 찝찝하면, 쿨하게 거절하는 것이 본인 신상에 이롭다





제2부 예고



김영란법이 '누구' 에게 적용되는가?





총 5부작으로 예정된 <"아빠, 김영란법이 뭐야"> 는 '청탁금지법', 소위'김영란법'으로 널리 알려진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에 대해서 법무법인 디라이트(D'LIGHT)의 최영재 변호사가 재치있는 글로 알기 쉽게 풀어서 쓴 칼럼입니다.




법무법인 디라이트 최영재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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