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 자신을 사랑하지 못한 왕
세자가 "거리에 나가 놀다 오겠습니다." 하므로 성종이 허락하였다. 저녁때 세자가 대궐로 돌아오자 성종이 "네가 오늘 거리에 나가 놀 때 무슨 일이 있었느냐?" 하니 세자는 "구경할 만한 것은 없었습니다. 다만 송아지 한 마리가 어미 소를 따라가는데, 어미 소가 소리를 내면 송아지도 소리를 내며 응하였습니다. 어미와 새끼가 함께 살아 있으니 부러운 일이었습니다." 하였다. 성종은 이 말을 듣고 슬피 여겼다.
- 연려실기술
왕이 친히 성터를 살펴보는데 말을 타고 마을 거리를 횡행하느라 운종가 이북의 인가를 남김없이 몰아냈다. 그러자 처녀들은 맨발로 뛰어 달아나 돌아갈 길을 잃었고, 시종 하는 신하들은 모두 멀리 피하였다.
- 연산군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