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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희 Sep 09. 2024

조선의 3대 도적

임꺽정의 MBTI는 무엇일까?

임꺽정, 그의 구체적인 인생 스토리는 모르더라도 그 이름 석자는 오늘날 많은 이에게 잘 알려져 있습니다. 조선 후기 저명한 실학자인 성호 이익은 임꺽정을 장길산, 홍길동과 함께 조선의 3대 도적으로 손꼽았습니다. 임꺽정은 세상을 떠난 뒤에도 ‘군도’의 대표적인 사례로 사람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렸습니다. 사회가 혼란하고 어려워지면 조선의 백성은 무리를 지어 약탈, 절도 등으로 생계를 꾸려 가곤 했는데, 당시 이러한 무리를 ‘군도’라고 불렀습니다.


명종 시기의 핫 아이콘, 임꺽정(E)


임꺽정이 조그마한 도적이 많은 죄를 짓고도 오랫동안 법망을 피하고 있다. 정부는 치욕만 당하고 쉽게 잡지 못하니 오랫동안 무예를 닦지 않았기 때문이다. - 명종실록


젊은 왕 명종은 임꺽정 문제에 신경을 곤두세웠습니다. 임꺽정을 당장 잡아들이라는 명령을 친히 여러 차례 내릴 정도였지요. 심지어 임꺽정을 잡았다는 소식을 듣고는 반드시 생포하여 한성으로 압송한 뒤 궁 안에서 심문하라며 특명을 내리기도 했습니다.

그런데도 임꺽정을 체포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당시 임꺽정은 백성들 사이에서 슈퍼 인기 스타였기 때문이었지요. 정부에서 임꺽정을 잡고자 군대를 보내도 임꺽정과 비밀리에 결탁한 백성들이 그 소식을 전해 주기 일쑤였습니다. 이 때문에 ‘임꺽정의 무리가 거침없이 날뛰어도 관청이 손을 쓸 수 없었다’라는 기록마저 존재할 정도였습니다.


백성의 살과 뼈를 깎고 피를 말리니(S)


그렇다면 왜 이렇게나 많은 백성이 임꺽정을 지지했던 걸까요? 이와 관련해서 ‘사평’ 하나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실시간으로 역사를 보고 듣는대로 기록하는 사관은 조선왕조실록 한쪽 귀퉁이에 자신만의 솔직한 의견을 남겨놓곤 했습니다. 이를 사관의 평가라는 뜻에서 ‘사평’이라고 합니다. 실록은 왕을 포함해서 당대를 살았던 그 누구도 함부로 내용을 확인해 볼 수 없었기에, 사관은 마음놓고 자신의 찐 생각을 실록에 댓글처럼 붙여 써 둘 수 있었습니다.


사신은 논한다. 국가가 선한 정치를 펴지 않고 신하의 횡포와 수령의 포학함이 백성의 살과 뼈를 깎고 피를 말리니, 백성은 손발을 둘 곳이 없고 호소할 곳도 없으며 굶주림에 절박하여 하루도 살기가 힘들다. 백성이 연명하고자 도적이 된 것인데 이는 정치를 잘못했기 때문이오, 백성의 죄가 아니다. - 명종실록


조금 의아한 생각이 듭니다. 조선이 건국된지 150여 년이 채 되지 않았는데, 상황이 고려가 멸망하기 직전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고려 말 신하들의 부정부패를 해결하고자 야심찬 토지 개혁을 추진하여 세운 새 왕조가 아니었던가요? 안타깝게도 조선은 연산군 대를 거쳐 인종, 명종 대로 오면서 극심한 혼란기를 겪게 되었습니다. 왕과 혼인 관계를 맺은 외척들이 정권을 장악한 뒤로 도미노가 쓰러지듯 여러 문제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지요. 사관의 말대로, 정치가 바로 서지 못하니 고달파진 백성이 임꺽정을 두 팔 벌려 환영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군도에서 의적으로(T)


그런데 임꺽정에 대한 의외의 기록도 확인됩니다. 임꺽정이 탐관오리를 징벌하거나 관아를 털어 백성에게 도움을 주었다는 기록도 있지만, 간혹 민가를 불사르거나 약탈한 뒤 무고한 이들을 살해했다는 놀라운 기록도 종종 보입니다.

그런데도 오늘날까지 많은 사람들이 임꺽정을 의협심으로 똘똘 뭉친 의적으로 기억하는 건 어떤 이유에서 일까요? 바로 후대에 나온 임꺽정과 관련된 여러 콘텐츠 덕분입니다. 일제 강점기의 지식인 홍명희가 쓴 임꺽정 소설이 바로 그 신호탄이었습니다. 홍명희는 자그마치 12여 년 동안 조선일보에 임꺽정 이야기를 연재했습니다. 홍명희는 임꺽정이 조선 시대 가장 천대받았던 ’백정‘이었다는 사실에 주목했습니다. 백정은 소나 돼지 등 가축을 죽여 고기를 만드는 사람입니다. 하는 일이 천하다 하여 많은 이에게 차별을 받았지요.

홍명희는 백정으로 태어나 자신의 현실에 굴복하지 않고 사회에 반기를 든 임꺽정을 높게 평가했습니다. 일제의 억압 속에서 하루하루 독립을 꿈꾸어야만 하는 암울한 현실에 희망을 불어넣기 위해서였을까요? 홍명희의 간절한 마음은 도적 임꺽정을 의적 임꺽정으로 새로이 브랜딩해냈습니다.


군도 임꺽정의 최후(J)


3여 년간이나 조선 정부를 공포로 벌벌 떨게 한 임꺽정, 그에게도 최후는 있었습니다. ’신을 거꾸로 신는‘ 교묘한 술책을 쓰거나, 자신의 부하들을 관군으로 위장시켜 관청에서 근무를 서게 하는 등 대범한 계획을 실행했던 영리한 임꺽정은 허무하게도 부하의 배신으로 붙잡히고 말았습니다.

비 오듯 쏟아지는 추격대의 화살을 맞아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선 임꺽정은 “네가 어떻게 투항할 수 있느냐….”며 외쳤다고 합니다. 전국 곳곳을 누비며 활약했던 그는 이처럼 쓸쓸한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임꺽정의 실제 삶이 어떠했든 그는 때로는 도적으로, 때로는 의적으로 우리 곁에 남아 있습니다. 이처럼 역사는 사람들의 희망과 열망에 따라 전혀 다른 이야기로 읽히기도 합니다. 역사를 바라볼 때 그 속에 숨어 있는 화자의 의도를 간파할 수 있는 안목을 갖춰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지금까지 짧게나마 임꺽정의 삶을 돌아보았습니다. 어려운 시절 많은 사람들을 한 데 똘똘 뭉치게 한 카리스마와 리더십을 겸비한 임꺽정(E), 체제를 뒤바꾸겠다는 철학보다는 당장에 어려운 현실만을 타파하고자 군도를 일으킨 임꺽정(S), 백성을 돕기도 하였지만 한편으로는 차갑고 잔인한 면모도 갖고 있었던 임꺽정(T), 정부의 서슬 퍼런 감시와 추격에도 교묘한 계획으로 요리조리 피해 갔던 임꺽정(J).

이러한 사실들을 미루어 보아 임꺽정의 MBTI는 엣티제(ESTJ)가 아니었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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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뉴닉이라는 뉴스 플랫폼에서 연재하고 있는 아티클입니다. 

https://newneek.co/@shooin67/article/11885?utm_campaign=newnewcup&utm_medium=web&utm_source=article

대표 이미지는 챗 GPT에 제가 쓴 글을 보여주고 생성했어요.

고증 면에서 문제가 많지만, 어디까지나 재미로 봐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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