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김도영
출연 : 정유미(김지영), 공유(대현), 김미경(지숙)
여성인권
이 영화는 많은 사람들이 알다시피 여성인권을 다룬 영화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개봉 전부터 아니 영화화 소식부터 아니 그전 '82년생 김지영'이란 소설이 나올 때부터 논란의 중심이자 뜨거운 감자였다. 왜일까? 여성인권이라는 모두가 개선되어야 함을 아는 주제임에도 많은 반대와 비난이 쏟아지는 이유를 말이다. 내 생각엔 '82년생 김지영'이라는 픽션이 원작에서부터 모두를 공감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아마 어떤 식으로 영화가 나오든 '82년생 김지영'이라는 제목으로 나온다면 비판과 비난의 화살은 지금과 다르지 않을 것 같다. 아직까지도 남녀평등 또는 남녀차별에 대한 문제는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여성인권에 대한 영화 또는 소설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 사실 답은 모르겠다. 하지만 이 영화처럼은 나오면 안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예를 들어 장애인에 대한 인권을 얘기하는 영화라고 비장애인에 대한 인권은 배제하지 않는 것처럼 여성인권을 다룬 작품도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만약 여성인권 중 불법 촬영물에 대해 문제 제기하는 영화라면 가해자와 피해자가 명확히 구분되기 때문에 이 영화처럼 표현해도 무방할 것이다. 하지만 여성의 인권, 장애인의 인권같이 명확히 가해자가 구분되지 않는 사회의 문제라면 반대의 입장 모두를 표현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 영화는 그 점에서 아쉬웠다.
이 영화를 원작과 비교했을 땐 조금은 나아진 점이라면 소설보단 덜 자극적이고 덜 극단적이라는 점이다. 그 점이 이 픽션에서 가장 문제 되는 점을 해소한 것이라 생각한다. 소설의 가장 큰 문제는 남성 혐오였다. 극단적이고 자극적인 가해자 남성들을 모아 일반 남성들까지 모두 혐오의 대상으로 만든 것이 가장 큰 문제였던 것이다. 이 점은 해결되었지만 여전히 남성들 중 대놓고 얘기하는 인물들은 너무 자극적이고 비현실적이었다. 물론 누구는 분명 겪었을 경험일 것이고 그런 남성들이 존재하는 건 사실일 것이다. 그럼에도 내가 비현실적이라 하는 이유는 일반적인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쓰레기 같은 인물들이 실제로 얼마나 있을까? 예를 들어 대놓고 누군가에게 '맘충'이라고 표현하는 사람이 존재하겠지만 그것이 정말 일반적인 사람의 이야기일까? 영화에 나오는 쓰레기 같은 인물들은 여성 남성을 떠나 누구에게든 그냥 비호감이고 상종하고 싶지 않은 사상을 가지고 있는 인물들이다. 그런 인물들을 끌어들여 일반적인 문제로 표현하는 것은 마땅치 않다고 생각한다. 다행히도 영화에서는 소설과는 다르게 남성만 그런 발언을 하지 않아 조금은 나아진 점이었다.
사실 위의 문제점 말고도 한 가지 더 큰 문제점이 있었다. 바로 여성차별의 사례를 모두 모아놓고 보편적인 사회문제인 척한다는 점이다. 물론 영화의 등장하는 여러 가지 범죄 또는 차별은 한국의 여성분들이라면 한 번쯤 겪었을만한 일들이다. 하지만 이렇게 82년생 김지영씨처럼 사건 모두를 겪은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보편적인 이야기일까? 절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사건 하나하나로 인해 여성이 느끼는 공포와 불만들은 섬세히 표현은 되어 있어도 동감이 되지 않는다. 실제로 인터넷 상에서는 '그렇게 모아놓으면 어떤 삶이 힘들지 않겠냐?'라는 표현들이 많으며 남성판 '82년생 김지영'을 만들어 이 픽션을 비꼬기도 한다. 비꼬는 댓글이라 별로 동감하고 싶지 않지만 불만을 표하는 이유 정도는 이해가 간다.
그래도 이 영화 그리고 이 소설이 주는 긍정적인 영향은 우리나라에서 여성의 이야기를 처음으로 직설적으로 마주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이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많은 이야기들 중 몇몇은 정말 누구나 겪어봤을 만한 그리고 남성들은 몰랐을 만한 이야기들이 등장한다. 한 번도 생각지 못했던 일들은 망치로 한 대 맞은 듯한 충격으로 우리에게 잘못됨을 일깨워 주웠다. 특히 명절 때의 여성의 위치나 엄마의 역할, 남자의 육아휴직을 안 좋게 바라보는 시선 등 현실에서 직접 겪어볼 수 있는 이야기들은 여전히 개선되어야 할 점이 많음을 시사하였다. 이 소설을 이후로 깨달음을 얻은 남녀 모두는 다시 한번 잘못된 문제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82년생 김지영'이라는 픽션은 결론적으로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사회적 이슈이다. 극단적으로 갈라져 있던 인물들 뿐만 아니라 중간에 서 있던 사람들까지 싸움판에 등장할 정도로 많은 긍정적인 영향보단 부정적인 영향을 더욱 키우기도 했다. 실제로 인터넷 상에서의 댓글 또는 글들은 사소한 거 하나에 트집이 잡히다 어느 순간 기름에 불이 붙어 꺼지지 않는 싸움이 되기도 하는 것이 보인다. 그만큼 서로를 헐뜯고 보기 힘들 정도로 극과 극에서 비난하는 모습이 너무 안타까웠다. 결론적으로 우리는 남녀평등을 바라보고 나아가야 하는데 편 가르기가 먼저이고 본인이 경험한 것이 전부인 양 싸우는 것이 많이 안타까웠다. 소설 나오고 나서 다시 잠잠해질 무렵 영화가 나옴으로써 또다시 콜로세움이 등장한 것 같다. 하나가 되어야 하는 인류가 편 가르기가 되어 싸우고 있는 이 모습이 달갑지가 않다.
그렇다면 남녀 모두의 인권을 위해서 우리는 어떤 행동을 하면 좋을까? 나는 서로를 동감하는 것부터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82년생 김지영' 픽션에 등장하는 모든 차별과 억압에 대해 자신과 맞닿은 점이 있다면 같이 공감하되 남성이 얘기하는 문제점도 이해해줘야 하고 남성 역시 여성이 느꼈을 만한 공포와 불만, 억압에 동감해야 한다. 물론 우리만 그렇게 한다고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부터 그렇게 해야 개선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우리부터 인터넷 상에 존재하는 혐오들에게 동조해주지 말고 동참하지도 않는다면 조금씩 그러한 악(?)들이 줄어들지 않을까?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