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피센트로 시작해 말레피센트로 끝나는 영화
감독 : 요아킴 뢰닝
출연 : 안젤리나 졸리(말레피센트), 엘르 패닝(오로라), 미셸 파이퍼(잉그리스 왕비)
동화 비틀기
동화 비틀기란 우리가 흔히 아는 전래동화의 결말이나 전개를 비틀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드는 것을 말한다. 단순히 전래동화를 소재로 한 것이 아니라 그 전래동화의 전말을 감독의 상상력으로 재창조하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최근에 개봉한 '레드 슈즈'가 있고 장르를 완전히 변화시킨 영화 '헨젤과 그레텔 : 마녀 사냥꾼' 등이 있다. 동화 비틀기 장르는 등장하는 순간 사람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을 만큼 흥미로운 소재이지만 잘 사용하지 못하면 많은 비판을 받는 장르이기도 하다. 그동안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스토리에 독창적인 시선으로 재창조 해야하며 원작보다 더 나은 또는 완전히 새로운 메시지를 전달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영화들은 동화에 대한 선택과 집중이 굉장히 중요하다 할 수 있다.
영화 '말레피센트' 시리즈는 동화 잠자는 숲 속의 공주를 비틀어 재창조한 영화이다. '말레피센트1'에서는 마녀가 공주에게 저주를 건 이유와 공주가 깨어나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데 영화에서는 잠자는 공주를 깨운 것은 왕자가 아닌 진정으로 사랑했던 마녀였다는 스토리로 변형시켰다. '말레피센트 2'는 공주를 깨운 것은 마녀가 아닌 왕자라고 바꿔 소문을 내었다는 설정을 가지고 있다. 결국 '말레피센트2에서 우리가 흔히 아는 잠자는 숲 속의 공주의 스토리가 왜 변형된 채 구전되어왔는지를 참신하게 설명하고 있다. 이러한 참신한 비틀기를 통해 탐욕적인 인간의 모습과 평화의 진정한 의미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이 영화의 가장 큰 볼거리라 하면 배우 안젤리나 졸리의 마녀 비주얼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마녀 캐릭터 외엔 큰 볼거리가 없다. 숲 속의 비주얼이나, 요정들의 모습, 또는 인간과 요정들의 전투씬이나 의상과 무기들 등등 사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것이 없었다. 물론 보는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쉽게 평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지만 디즈니 영화라고 생각한다면 충분히 실망할 수 있는 요소라고 생각한다. 디즈니 영화라고 하면 거대한 자본과 매력적인 캐릭터들에 대한 많은 지분 등으로 매 영화를 멋진 비주얼로 표현하는 것으로 유명한데 이 영화는 디즈니 영화치곤 비주얼적을 강점이 있는 영화가 아니었다. 그저 마녀 캐릭터에 의존한 비주얼 배열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다른 여러 요소들(요정, 다크페이, 왕국 비주얼)도 강점을 살려 매력적으로 표현할 수 있었음에도 크게 기억에 남는 요소가 없었다.
사실 이 영화에서 가장 아쉬운 건 스토리이다. 스토리 역시 마녀에 의존한 스토리란 느낌이 굉장히 강하다. 영화 중반부터는 이 영화가 동화 '잠자는 숲 속의 공주'를 각색했다는 느낌이 전혀 없고 오직 마녀를 중심으로 한 이야기일 뿐이었다. 특히 이번 시리즈에서 숨겨진 종족 다크 페이가 등장하는데 그 종족 역시 마녀 말레피센트를 더욱 고귀하고 화려한 캐릭터로 만들기 위한 초석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물론 영화의 설정을 어떻게 정하든 잘만 만든다면 크게 문제 되진 않을 것이다. 문제는 잘 만들어지지도 못하였다. 영화의 스토리는 왕비의 계략으로 말레피센트에게 위기가 찾아오고 전쟁이 일어나지만 말레피센트의 각성으로 전쟁은 끝이나고 평화가 찾아노는 설정인데 그 과정은 매우 단조롭다. 말레피센트가 각성하는 과정은 예상이 가능하고 공주와 왕자가 전쟁을 중재하는데 큰 역할을 맡은 게 없고 요정들 역시 전쟁 가운데 각자의 개성을 살리지 못한다. 이번 시리즈에서 처음 등장한 다크 페이 종족만이 활개 하며 다양한 액션신을 구사하는데 결국 피닉스로 변신한 말레피센트가 전쟁을 종결시킨다. 보통 이런 영화는 대게 다양한 캐릭터들이 작은 활약이어도 그 활약들이 쌓여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그런점이 전혀 없다. 예를 들어 고슴도치 요정과 버섯 요정은 초반에 잡히고 나서 활약하는게 전혀 없다. 뭔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처럼 보이는 캐릭터였지만 전혀 작은 요정들 중 하나일뿐이었다. 다른 의미로 신선한 전개였다. 그렇다면 왜 먼저 잡혔고 왜 보여주는 것일까? 실험체로 될 뻔했다 정도 말고는 이유가 전혀 없는 전개였다. 그런 빌드업 없이 오직 말레피센트의 활약을 끝으로 종결이 된다는 점이 굉장히 허무하게 만들었다.
쓰다 보니 굉장히 주관적인 리뷰를 쓰게 되었다. 그만큼 별로였다는 평가를 내릴 수 있을 것 같다. 보는 내내 한숨을 많이 내쉰 영화 중 하나로 기억에 남을 것 같다. 그중에서 전쟁 종결 후 수많은 사상자가 있었음에도 평화가 찾아왔다는 이유로 그 날 바로 결혼식을 올리는 장면에서 가장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인간들뿐만 아니라 요정들, 다크 페이 종족 모두가 행복한 모습으로 그들의 결혼식을 축복하는데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난감했다. 몇 분 전까지만 해도 서로를 죽이려 달려들었고 실제로 사상자들이 존재했다. 인간 몇몇은 바다에 빠지기도 높은 곳에 떨어졌으며 다크 페이 종족은 가루가 되고 요정은 본래 자연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그런 땅 위에서, 사상자들도 수습하지도 못한 상황에서 행복한 결혼식을 치른다? 모두가 웃는 모습이 조금은 무서웠다. 장르가 판타지이니 말레피센트가 피닉스의 능력으로 모두를 살렸다면 평화로운 결혼식의 모습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렇지 않았다. 그런 막장 설정 대신 안정적인 디즈니식 해피엔딩을 고른 것일까? 잘 모르겠다. 어떤 결말이든 좋은 영화론 기억에 안남을 영화였다.
[사진출처 : 네이버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