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 리뷰] 영화 신의 한 수: 귀수편
영화 신의 한 수: 귀수편
감독 : 리건
출연 : 권상우(귀수), 김희원(똥선생), 김성균(허일도), 허성태(부산잡초), 우도환(외톨이)
바둑은 거들뿐
영화의 제목만 봐도 이 영화는 바둑을 소재로 한 영화임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바둑이 주인 영화는 아니다. 바둑은 캐릭터 간의 대결의 소재일 뿐 액션과 스릴이 이 영화의 주이다. 그래서 이 영화의 제목이 '신의 한 수'임에도 바둑 안의 기술이 나오지 않는다. 이 영화는 오직 캐릭터 간의 바둑대결에 무엇이 걸려있는지와 캐릭터별로 바둑을 두는 게임 방식 자체를 어떻게 변형시켜 대결을 하는지가 주요한 포인트라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무당 캐릭터는 바둑을 검은 알과 흰 알로 나누지 않고 동일한 색깔의 바둑알로 대국을 한다. 또 그와 대국에서 진 대상은 팔을 자르는 페널티가 주어진다. 또 다른 예로 외톨이와의 대국은 상대편 알을 일정 수량 먹으면 대상에게 화상을 입히는 액체를 뿜는다. 이렇게 캐릭터 간의 대국에는 각 캐릭터만의 바둑 기술이 있는 것이 아니라 대국 자체에 개성을 부여하여 보는 재미를 선사한다. 그래서 이 영화의 묘미는 바둑을 영화적으로 변형시킨 방식을 보는 재미와 귀수가 폐관수련을 마친 후 은둔 고수들을 하나씩 무찌르는 재미라 할 수 있다.
킬링타임을 원하신다면
이 영화를 보고 바둑을 소재로 한 영화인데 왜 바둑에 대한 내용이 하나도 없다며 성을 내는 사람은 많이 있지는 않을 것이다. 어떻게 활용하냐는 창작의 자유이기 때문에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 이 영화의 진짜 문제는 개연성이 많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만약 이 영화를 단순 킬링타임용으로 보시겠다면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영화일 것이다. 또 영화라는 문화산업을 단순히 즐길 수 있는 정도의 문화로 여기시는 분들에게도 이 영화는 큰 흠 없는 영화일 것이다. 대신 오래 기억에는 안 남겠지만 말이다. 그와 반대로 만약 나처럼 단순히 즐길 수 있는 영화라 하더라도 영화는 개연성을 중요하게 여긴다면 이 영화를 별로 좋게 보지 않았을 것이다.
먼치킨 설정에 통쾌함이 없는 이유
이 영화는 전형적으로 예고편을 보기만 하더라도 어떻게 끝날지 상상이 가는 영화이다. '귀수가 끝내 이긴다'를 넘어 어떻게 이길지까지 말이다. 심지어 이 영화는 바둑의 기술을 논하는 영화가 아니기 때문에 귀수가 하나하나 은둔 고수들을 무너뜨린다고 해서 성장해 나가는 느낌도 아니다. 그냥 폐관수련으로 신의 경지에 오른 인물이 하산하여 일망타진하는 것뿐이었다. 물론 이런 '먼치킨(압도적으로 강한 캐릭터)'류의 소설이나 영화도 충분히 있으나 어떻게 바둑을 이기는지 내용이 등장하지 않기 때문에 큰 감흥이 생기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이 영화를 보면서 영화'사자'가 떠올랐다. 장르도 다르고 분위기도 꽤나 다르지만 극 중 박서준이 아버지의 힘을 부여받아 귀신들을 원펀치로 보내버리는데 그냥 처음부터 센 인물이어서 이 영화처럼 결말이 예상 가능하며 귀신들의 개성으로만 달라지는 사건의 나열이라는 점도 이 영화와 비슷하게 다가왔다.
개인적을 나는 이 영화를 보는 내내 지루하지 않게 보았다. 하지만 불편하게 보았던 점들이 많아 아쉬웠던 것 같다. 귀수가 복수를 하게 되는 계기는 너무나 많이 본 설정이고 귀수가 어떻게 재능이 있고 아버지에게 어떻게 배웠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었다. 그 외에도 홍마담과 똥선생의 역할은 오직 분위기 환기에만 사용되는 점 등 아쉬운 요소들이 많아 아쉬웠다. 신의 한 수 시리즈로 3편이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큰 기대는 하지 않을 것 같다.
[사진출처 : 네이버 영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