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없이 만들어내는 엄청난 스릴. 장인의 손길과 장인의 연기력들
감독 : 에단 코엔, 조엘 코엔
출연 : 하비에르 바르뎀(안톤 쉬거), 조슈 브롤린(르웰린 모스), 토미 리 존스(에드 톰 벨)
코엔 형제
영화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코엔 형제의 이름은 한 번씩 들어봤을 것이다. 그만큼 유명한 감독이며 매 작품마다 작품상과 감독상을 휩쓰는 영화사에 한 획을 그은 감독이다. 대표적으로 형제 감독은 영화 '파고', '시리어스 맨', '인사이드 르윈', 그리고 '노인을 위한 나라'와 같은 훌륭한 작품을 만들어냈다. 형제 감독은 이 영화처럼 스릴러 범죄 영화를 매우 잘 만들기로 유명하지만 그 외에도 서부극, 멜로, 블랙코미디 등 다양한 장르를 소화해내는 천재 감독이다. 무엇보다 이 형제 감독은 매 작품마다 블랙코미디와 철학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는데 이를 다 이해하진 못하더라도 이 영화를 보면 분명 다른 영화와는 다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중에서 오늘은 영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라는 영화를 소개하려고 한다. 이 영화 역시 그전에 작성했던 전문가 영화처럼 호불호가 갈리는 영화임에도 영화의 제목만큼은 누구나 들어봤을 정도로 유명한 영화라 생각된다. 그럼 지금부터 이 영화가 왜 전문가들로부터 8점이 넘는 점수를 받았는지를 알아보고 현실적으로 대중들에겐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 작성해보도록 하겠다.
고전으로 남을 희대의 악역 '안톤 시거'
스릴러의 교본이 될 정도의 짜임새와 실험적인 도전 'bgm 제거'
코엔 형제가 주는 철학적인 메시지
'안톤 시거' 누구나 한 번쯤은 봤을 정도로 유명한 캐릭터이다. 이름은 모르더라도 캐릭터는 한 번쯤 보셨을 것이다. 그만큼 영향력 있던 캐릭터였으며 우리나라에서도 패러디도 굉장히 많이 했던 캐릭터였다. 그만큼 영화사에서 '안톤 시거'는 손에 꼽히는 악역이다. 그렇다면 '안톤 시거'란 캐릭터가 다른 악역과 무엇이 다르길래 영향력 있는 악역으로 꼽히게 되었을까? 그 이유는 이 악역은 비주얼도 비주얼이지만 그의 행보는 원칙이 없다는 점이다. 최근 들어서는 이 영화의 악역처럼 규칙이 없는 살인을 저지르는 사이코 같은 악역은 많이 등장하지만 그 당시에만 해도 이런 파격적인 악역은 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그는 돈을 들고 도망친 르웰린을 따라가면서 필요에 의해 또는 방해가 되는 인물들을 향해 살인을 저지른다. 이런 살인 과정에는 감정의 동요가 없으며 때로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자비심을 베풀기도 하는 모습을 보며 그의 행보는 원칙이 없음을 나타낸다. 이런 예상치 못하는 상황 설정과 행보는 보는 우리에게 안타까움을 자아내면서 무서움을 느끼게 한다.
굉장히 유명한 악역. 설정과 연출도 굉장했지만 무엇보다 하비에르 바르뎀의 연기력 덕분에 탄생할 수 있었던 건 아닐까 생각한다. 영화의 예고편만 봐도 이 악역은 보통의 악역과는 차원이 다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괜히 유명해지고 패러디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악역의 설정과 비주얼만큼은 누구 하나 동감하지 못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 영화에서 가장 스릴을 느낄 수 있는 장면은 르웰린과 안톤 시거가 처음 총격전을 벌이는 장면이다. 이 장면에서는 르웰린의 시점으로 진행되는데 르웰린의 입장에서 공포를 느낄 수 있는 장치들이 굉장히 많고 촘촘하게 짜여있는 연출을 선보여 엄청난 스릴을 느낄 수 있는 장면이었다. 예를 들어 문틈 사이로 그림자가 드리웠다가 곧 복도의 불이 꺼지는 장면이나 1층으로 떨어져 다시 호텔 안으로 들어갔을 때 엎질러진 우유를 아무 일 없이 마시는 고양이의 모습 등 사소하지만 의미 있는 연출과 장면 덕분에 굉장히 짜임새 있는 장면으로 완성되었다. 무엇보다 이 장면이 유명하면서 또 대단하다고 평이 많은 이유는 그 어떤 bgm도 깔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오직 효과음만 있을 뿐 흔하게 사용되는 악기의 활용이 전혀 없었다. 뿐만 아니라 이 장면뿐 외에도 모든 장면에서 bgm 없이 연출하였다고 하는데 굉장히 실험적인 도전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그런 실험적인 도전을 못 알아챌 정도로 굉장히 긴장감 있게 끌고 갔다는 점이 엄청나다고 할 수 있다.
실험적인 연출은 정말 손뼉 쳐줄 만한 시도이지만 모두가 좋게 받아들이지는 못할 것이다. 영화의 처음부터 끝에 노래가 안 나오는 낯선 경험은 누군가에겐 지루함과 졸림을 선사할 것이다. 특히 이 영화는 추격씬보다 대사의 비중이 더 큰 영화인데 bgm 없이 전개가 진행되니 조금은 피로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물론 bgm 없이 이 정도의 스릴 있는 연출을 만들어낸 것은 정말 대단한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땐 누군가는 분명 조는 사람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 영화는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단순한 범죄 스릴러 영화가 아니다. 예고편이나 포스터만 봤을 땐 그렇게 생각하실 수 있지만 영화의 속내를 보면 우리가 흔히 스릴을 느낄 수 있는 장면은 많이 나오지 않는다. 우리가 흔히 아는 스릴 있는 장면은 안톤 시거가 르웰린을 쫓는 추격 장면 같은 사람을 쫄깃하게 만드는 시퀀스를 말하는 데 그런 장면은 위에서 얘기한 총격전 외엔 크게 없다. 대신 캐릭터의 말과 행동으로 느낄 수 있는 흔하지 않은 스릴 있는 장면이 있나 대사로 풀어낸 철학적인 메시지와 장면들이 가득 있다. 대표적으로 영화의 스토리와 아무 관련 없는 주유소 장면이나 안톤 시거와 칼슨이 마주 보며 대화하는 장면은 오직 안톤 시거의 분위기로 스릴을 만들어 낸다. 또 르웰린이 죽기 전 한 여성과의 대화를 통해 인생에 대한 철학적인 이야기를 건네고 에드 톰 벨 경찰의 대사들과 경험을 통해 인간의 악마성을 두려워함을 보여준다. 그래서 영화는 스릴러 영화로써의 비주얼적인 면은 다소 아쉬울 수 있지만 영화 안에 들어있는 의미만큼은 상당한 영화라 할 수 있다.
솔직히 이 영화의 철학적인 메시지를 다 이해하고 느낄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그냥 느낌적으로만 알고 넘어가는 경우가 굉장히 많을 것이다. 나 역시 이 영화를 두 번 봤음에도 이 영화의 철학적인 메시지를 글로 풀어쓰는데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 특히 영화의 마지막 후반부는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건지 의도는 알겠으나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다. 어쩌면 우연으로 시작한 이 거대한 서사가 우연으로 끝날 수 있음을 말하는 것일까? 아직까지 잘 이해가 안 간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그러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 영화가 아무리 유명하고 훌륭한 영화다 하더라도 역시 전문가 영화이다. 이 영화를 적극 추천하기가 꺼려지고 망설여진다. 대중적인 영화가 아니기 때문에 영화를 많이 보신 분들이 아니라면 이 영화를 보면서 지루하게 느껴지고 특히 마지막 결말 부분에서는 굉장히 허무함을 느끼시지 않을까 생각한다. 하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추천은 못할 것 같음에도 나는 이 영화가 굉장히 잘 만든 영화임에는 적극 동의하고 싶다. 이 영화의 철학적인 메시지와 내용은 다 이해하진 못했지만 실험적이고 짜임새 있는 연출에 반하고 말로 풀어낸 '노인을 위하지 않는 나라'의 세계관이 암울하면서 공감이 갔기 때문이다. 또 인상적인 명장면들도 굉장히 많기 때문에 나에게 이 영화는 중간에 조금 졸긴 했지만 오래 기억에 남을 영화로 느껴질 것 같다.
[사진출처 : 네이버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