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이길이 기억될 영화적 성취임에는 동감하지만..
감독 : 리처드 링클레이터
출연 : 엘라 콜프레인(메이슨), 에단 호크(아빠), 패트리샤 아퀘트(엄마)
인생
우리 모두는 유년기와 10대 시절을 거친다. 불완전하고 고민이 많은 그 시기. 물론 20대, 30대도 마찬가지지만 가장 감정적으로 흔들리고 불안한 시기가 바로 유년기와 10대 시절이다. 이 영화는 6세부터 18세까지의 누군가의 삶을 촬영하여 보여주고 있다. 가장 예민하면서도 가장 중요한 이 시기를 말이다. 이 영화를 보면서 우리가 겪었던 10대 시절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문화와 환경은 전혀 다르지만 그가 실제로 나이 먹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의 과거 모습을 떠올리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앞으로의 미래, 인생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다. 이 영화는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답을 주는 영화는 아니다. 그냥 한 인생을 바라봄으로써 각자 스스로 인생을 정의하고 살아가게끔 만든다.
12년이란 세월을 축적한다는 모험적인 도전
시간을 축적함에 따라 생기는 격차를 없앰
이 영화는 개봉 당시 전문가뿐만 아니라 많은 대중들에게 호평을 받으며 수많은 영화제에서 상을 휩쓴 영화이다. 이 영화가 그만큼 호평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12년의 세월을 담는 촬영 방식에 있다. 그는 12년의 인생을 어떻게 표현할까 생각하던 중 배우들을 1년에 한 번씩 불러 촬영함으로써 실제 배우가 성장하는 모습을 찍는 방식을 생각해 낸다. 12년이란 긴 세월 동안 생기는 수많은 변수들을 무릅쓰고 이런 촬영 방식을 채택한 것이다. 실제로 이 영화를 촬영하기 시작한 후부터 12년 동안 사회는 굉장히 많이 변했다고 한다. 영화 촬영 방식도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바뀌었고 대통령도 2번이나 바뀌었으며 1년에 한 번씩 촬영하는 것이기 장소와 배우들도 굉장히 많이 변했다. 이런 예상치 못한 변화들에도 링클레이터 감독은 우직하게 자신의 촬영 방식을 고집했다. 그리고 끝내 그는 영화적으로 엄청난 성취를 이루었다. 결국 그는 시간과 인생의 축적을 영화로 표현하는 데 성공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앞으로의 영화 역사에서 자주 회자될 영화로 기억될 것이라 평가하고 있다.
아마 전문가가 아니고선 이 영화의 이 영화의 성취를 다 이해하는데 어려울 것이다. 나 역시도 이 영화의 촬영 방식이 정말 대단한 도전이자 연출이지만 영화사에 어떤 이점을 남겼고 얼마나 대단한 영화인지는 전문가가 아니니 완전히 이해하고 느끼기에는 어려웠다. 당연히 영화적으로 12년의 세월을 실제 12년을 들여 표현한 것이 대단하지만 영화적으로 얼마나 대단한 성취인지는 알기 어렵다. 그것을 느껴야 이 영화에 대단함을 느낄 텐데.. 아직 나는 그러지 못했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나와 같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 영화 안에는 큰 사건이 많이 없다. 극 중 캐릭터들에겐 큰 사건일 수도 있지만 이사와 엄마의 이혼 외에는 큰 사건이 없다. 보통 10대 시기를 다루는 영화에는 친구들과의 다툼이나 부모와의 다툼이 있을 법도 한데 그렇지 않다. 있어도 굉장히 사소하게 지나갈 뿐이다. 심지어 영화적으로 가장 큰 사건이라 할 수 있는 장면에서도 메이슨에서 시점에서 그 사건의 모든 내막을 보여주지도 않는다. 그렇게 연출한 이유는 모두가 공감할 수 있을법한 유년기를 표현하기 위해 이렇게 연출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덕분에 영화는 굉장히 잔잔하고 큰 감정의 동요 없이 진행된다. 그럼에도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는 무언가 벅찬 감동을 느낄 수 있다. 12년 동안 실제 메이슨이 성장한 모습을 지켜보았기 때문에 그리고 앞으로를 기대하는 그의 모습에 우리의 모습이 담겨있기 때문일 것이다. 해 질 녘 노을을 보며 앞으로의 인생에 대해 생각하고 있을 메이슨을 보며 우리 인생도 같이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사실 좋게 말해서 큰 사건이 없는 잔잔한 영화이지 나쁘게 말하면 지루한 영화이다. 인생에 대한 철학적인 질문들은 많은데 그에 비해 시각적으로 자극되는 장면이 없어 보는 내내 졸리기도 하다. 심지어 영화는 3시간 가까운 러닝타임을 보유하고 있으며 문화권도 맞지 않으니 우리나라 입장에선 감정이입은 잘 되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럼에도 좋은 평가를 하는 분들이 많으니 이 영화가 나에게 인생영화인지 아닌지는 영화를 직접 보고 경험해보길 바란다.
이 영화는 결국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비주얼적으로 배우들의 성장하는 모습을 통해서 말하고 있지만 무엇보다 그들에 대화에서도 인생에 대한 철학적인 메시지를 엿볼 수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마지막 후반부의 엄마의 대사가 마음을 크게 흔든다. 자식을 위해 엄청 열심히 치열하게 살아온 삶으로써 할 수 있는 대사로 무언가를 기대하며 달려가는 우리의 삶과 맞닿아 있다. 굉장히 안타깝고 우리 모두에게 통용되는 대사라는 점에서 굉장히 슬픈 장면이었다.
앞으로 우리는 무엇을 기대하며 살아가야 할까? 무엇을 바라보고 살아가야 할까? 엄마의 한탄 이외에도 우리에게 건네는 메시지는 굉장히 많다. 이 영화를 보면서 가장 마음에 와 닿고 공감 가는 메시지 하나 건져 내 삶에 대입해 살아갔으면 좋겠다.
죽음 앞에선 장사 없다. 인생을 살아가는 우리에겐 언젠간 죽음은 닥쳐온다. 그런 입장에서 우리 모두는 극 중 엄마의 마지막 대사에 감정몰입이 안될 수 없을 것이다. 전 세계 국적, 성별, 문화 모두를 막론하고 모두에게 통용되는 그 말은 정말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이 엄청난 영화의 점수만을 봤을 땐 사실 내가 소수층에 속한다. 대부분의 평론가 점수가 높은 영화들은 대중들의 선택을 받지 못하는 소수의 영화였는데 이 영화는 정말 많은 대중들에게 큰 호평을 받은 작품이기도 하다. 그런 작품이기 때문에 나는 이 영화를 더더욱 조심스럽게 쓸 수밖에 없었다. 내 개인적인 평가가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받기 어려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영화는 그래서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영화인 것 같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극 중 인물들을 다 이해하고 보신 분들이라면 이 영화는 인생영화로 남았을 것이고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나처럼 그저 지루한 영화로 남았을 것이다. 결국 영화는 각자 어떻게 느끼냐에 다른 것 같다. 직접보고 인생영화일지 아닐지 판단해보길 바란다.
[사진출처 : 네이버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