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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긜잡이 Nov 27. 2019

[전문가 평점:8.25] 영화 멜랑콜리아

우울증이라는 내면의 재앙

영화 멜랑콜리아

감독 : 라스 폰 트리에

출연 : 커스틴 던스트(저스틴), 샤를로뜨 갱스부르(클레어)




우울증


우울증 또는 우울. 인간이라면 한 번쯤은 느껴보는 감정일 것이다. 이 우울증에 완전히 사로잡히면 무기력을 넘어 자기 파괴적인 행동을 보이곤 한다. 영화 제목 자체가 우울증인 이 영화에는 우울증에 걸린 인물의 내면을 탐구하는데 우울증을 겪어본 사람들이라면 충분히 공감 할 수 있는 내용들이 등장한다. 특히 1장에서 저스틴에게 우울증을 티 내지 말고 웃으라는 주변 환경의 모습이 우리를 아프게 한다. 실제로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모습으로 주변 사람들, 주변 환경이 내 마음을 몰라줄 때 오는 아픔이 더 큰 상처가 된다는 것을 이 영화를 통해 말하고 있다. 2장에서는 클레어의 이야기로 죽음에 대한 두려움으로부터 오는 우울증을 다루고 있다. 실제로 우리 인류 중에는 몇십 년마다 종말론을 얘기하며 종말에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이는 저스틴과는 다르게 삶에 대한 애착이 있기 때문에 생기는 우울증이라 할 수 있다. 이렇게 이 영화는 1장, 2장 나누어 캐릭터를 중점으로 현실에서 볼 수 있는 우울증에 대해 분석하고 탐구하고 있다. 




전문가들이 높이 평가한 부분

우울증에 대한 깊고 철학적인 탐구

2가지의 의미를 담고 있는 재난 영화





현실적인 우울증에 대하여

이 영화는 위에서 얘기했듯이 현실적인 우울증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표현하는 방식이 굉장히 독특하다. 먼저 1장 저스틴 편에서는 저스틴이 왜 우울증에 빠지는지는커녕 우울증인지 조차 모를 정도로 행복한 인물로 먼저 보여준다. 결혼식을 코 앞에 두었기 때문도 있지만 리무진이 제대로 길을 못 가더라도, 언니에게 혼이 나더라도 그녀는 행복해 보였다. 하지만 점점 결혼식이 진행될수록 서서히 그녀의 우울증의 원인들이 하나하나 등장한다. 부모님끼리의 날 선 분위기, 웃음을 강요하는 언니, 회사 상사의 업무 강요 등등 저스틴이 억지로 쓰고 있던 웃음 가면을 내려놓게 만들었다. 영화는 이렇게 저스틴의 우울증의 원인을 하나 하나씩 보여줌으로써 저스틴의 우울증은 결혼식 그 순간에 나타난 것이 아니라 예전부터 이미 지니고 있었음을 말하고 있다. 즉 우울증의 원인을 하나씩 고조시켜서 우울감을 폭발시키는 것이 아니라 이미 우울증이 존재하는 인물이 쓴 가면의 껍질을 하나씩 벗기는 방식이라 할 수 있다.



대중의 시선

영화는 현실적인 원인을 하나씩 보여줌으로써 저스틴의 행동에 대해 공감을 하게 만들어준다. 특히 그녀의 직장상사에 대한 스트레스, 가족에 대한 스트레스, 결혼에 대한 불안감, 식의 예절을 강요하는 인물 등 현실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스트레스의 모음집이어서 많은 사람들이 저스틴의 우울증에 공감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하지만 신입 인턴과의 급작스런 성관계를 하는 행위나 야외에서 옷을 홀딱 벗고 달빛을 맞이하는 행위는 상징적인 의미이거나 우울증인 인물의 예상할 수 없는 행동이라 해석할 수 있지만 보면 조금 의아할 수밖에 없는 장면이었던 것 같다. 


   



내면의 재앙 우울증

사실 영화를 처음 끝까지 본 사람이라면 심각하게 당황할 수도 있다. 영화는 1장에서 별자리에 관한 얘기를 넌지시 던져놓고 2장에선 본격적으로 지구종말에 대해 두려워하다 정말 지구종말로 끝이 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영화는 왜 우울증을 다루다 갑자기 행성 출동 대한 재난, 지구종말을 표현하고 있는 것일까? 그 이유는 지구와 충돌하는 행성의 이름을 보면 알 수 있다. 행성의 이름은 이 영화의 제목이자 주제인 '멜랑콜리아' 즉 우울증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이 영화는 우울이라는 개인의 감정을 재앙이라 표현한 것이다. 굉장히 심오하면서 탁원한 비유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래서 이 영화는 겉으로 행성이 충돌함에도 전 인류의 대피하는 모습이나 마지막 모습을 등장하지 않고 저스틴과 클레어, 그리고 그의 자식만 등장한다. 그 이유가 바로 한 인간에게 우울증은 지구종말과 맘먹을 정도의 재난이며 그 재난은 그 주변인들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대중의 시선

행성 충돌이 우울증의 은유적 표현인데 굉장히 친절하게 표현한 여지들이 많다. 내가 그동안 보았던 전문가 평점이 높은 영화들에 비하면 굉장히 친절한 표현이었고 그 덕분에 난해하거나 어려운 느낌은 받지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우울증에 대해서 재난까지는 아니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다면 이 영화는 크게 공감되는 영화는 아닐 것이다. 개인의 생각차이기 때문에 틀린 것은 아니겠지만 실제 우울증을 겪어 본 사람들에겐 5초 후 지구 종말이 오더라도 담담하게 받아들일 정도 삶의 무기력하다는 점은 알아두면 좋을 것 같다. 




인물들 개개인의 감정으로 표현한 인간 본성

2장에서는 본격적으로 지구종말과 우울증에 대하여 나타나는데 등장하는 인물들이 모두 각자 다른 감정을 지니고 있다. 우선 저스틴은 삶에 대한 애착이 없는 우울증을 가지고 있다. 1장에서 저스틴이 우울증에 빠진 원인들과 결혼식의 파탄 덕분에 2장에서 완전히 무기력해진 것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저스틴은 지구 종말이 확실시되었을 때에도 굉장히 무덤덤하게 반응한다. 다음으로 클레어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으로부터 오는 우울증을 가지고 있다. 행성이 충돌하여 죽을 수도 있다는 공포감에 순간순간 공포를 느끼며 불안해한다. 반대로 저스틴의 형부이자 클레어의 남편 존은 굉장히 낙천성을 가진 인물이다. 행성이 충돌하지 않을 것이란 확신을 가지고 있고 그 확신으로 클레어의 불안을 떨쳐내려 하지만 본인도 속으론 지구 종말이 올 수도 있음을 걱정하고 있다.

정말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낙천적이던 존은 지구 종말이 확실시되었을 때 누구보다 빠르게 죽음을 선택한다. 그리고 종말이 오기 전까지 가장 이성적이던 클레어보다 가장 음울해하던 저스틴이 덤덤하게 클레어의 아들에게 위로를 건넨다. 이런 아이러니가 굉장히 독특하고 강렬하게 느껴졌다. 특히 존의 갑작스럽고 이기적인 자살은 존의 본성이 낙천성으로 가려져있었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머리가 띵하게 만들었다.



대중의 시선

개개인의 본성은 지구 종말이 확실시되고 나서부터 진정으로 드러난다. 특히 낙천적이던 존의 갑작스러운 자살이 가장 충격적이며 인상적이었다. 가장 낙천적인 인물이 죽음을 코앞에 두었을 때 느꼈을 감정이 도저히 가늠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클레어처럼 미리 걱정이라도 했다면 조금 나았을 텐데 갑작스러운 종말에 그는 어마어마한 두려움을 느꼈을 것이다. 굉장히 이기적인 죽음을 택했지만 죽음 앞에 놓인 한 인간의 선택을 어떻게 비난할 수 있을까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그동안 작성했던 전문가 평점 높은 영화 중 가장 힘들지 않게 본 영화이자 가장 여운이 남는 영화였다. 우울증과 지구종말을 재난으로 묶어 같이 표현한 것이 정말 인상적이었고 안 어울릴 것 같은 두 소재를 1,2장으로 나누면서도 떡밥을 하나씩 뿌려 나간 것이 굉장히 좋았던 것 같다. 그래서 영화는 굉장히 잔잔하고 특출 나게 큰 사건은 결말 이외에는 없음에도 지루하지 않게 볼 수 있었다. 배우들의 연기도 역시 일품이었는데 특히 저스틴 역할을 맡은 커스틴 던스트의 웃음 가면이 벗겨진 민낯의 얼굴은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우울증에 대해서 깊게 생각하고 싶은 분들이 있다면 이 영화를 꼭 추천드리고 싶다. 




[사진출처 :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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