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의 미장센과 메시지는 앞으로도 계속 언급될 것이다
감독 : 드니 빌뢰브
출연 : 라이언 고슬링(K), 해리슨 포드(릭 데커드), 아나 디 아르마스(조이)
디스토피아 장르
당신이 생각하는 미래는 어떠한가? 밝고 희망적인 세계? 어둡고 절망적인 세계? 사실 나는 전 세계적으로 환경오염에 대한 뉴스, 부정적인 정치 뉴스 등을 비추어 보았을 때 우리의 먼 미래는 그렇게 밝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자연은 파괴되고 인간은 끊임없이 싸우지 않을까 하는 부정적인 생각으로 미래를 바라보고 있다. 그런 사람들에게 디스토피아 장르는 굉장히 흥미로운 소재일 것이다. 디스토피아란 유토피아의 반대말로 절망적인 세계를 의미한다. 그렇기 때문에 디스토피아 장르는 미래를 배경으로 하고 있어 독특한 과학기술들이 등장하지만 인간의 삶은 굉장히 어둡고 절망적이다. 그래서 디스토피아 장르는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장르이다. 삶을 행복하게 바라보는 인물들에겐 이런 영화는 크게 와 닿을 수 없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30여 년 만에 나온 후속작, 드니 빌뢰브 감독의 뛰어난 연출력
숨이 턱 막히는 디스토피아 이미지와 연출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철학적 질문
이 영화의 전작은 무려 30여 년이나 전에 나온 영화 <블레이드 러너 2019>이다. 30여 년이나 지났음에도 전작품은 지금까지도 많은 곳에서 언급되고 칭찬받도 있는 고전 반열에 오른 영화이다. 이런 훌륭한 영화에 대한 후속작이면 얼마나 많은 부담감과 어려움이 있었을까? 가늠이 되지 않는다. 고전 반열까지 오른 이 영화에 대한 열성팬과 잘 모르는 영화팬들을 모두 만족시키는 영화를 만들기 위해 엄청난 고민을 하였을 것이다. 그런 어려움에도 이 영화는 전작의 설정과 내용을 모두 놓치지 않으면서 완전히 다른 영화를 만들어 내는 데 성공했다. 전작품을 관통하는 디스토피아적 미장센과 인간에 대한 철학적 질문은 더욱 세련되고 개성 있게 변모하였다. 또 드니 빌뢰브 감독 특유의 부감촬영 영화의 처참한 배경을 더욱 잘 느끼게 해주고 있으며 어떻게 찍었는지 신기할 정도로 세상의 풍경은 무엇을 상상하든 절망적이었다.
이 영화의 전작 <블레이드 러너 2019>는 1982년도에 개봉을 했다. 그래서 현재 2~30대 분들이 이 영화를 당시 영화관에서 본 분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다행히 이번에 개봉한 영화 <블레이드 러너 2049>는 전작을 보지 않아도 크게 상관이 없다. 새로운 인물 K의 모험이 이 영화의 주이고 전작에 등장하는 인물이 영향력은 크게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작을 알고 또 그 당시 영화관에서 본 분들만이 알 수 있는 공감 포인트도 존재한다. 몰라도 상관없지만 알면 재밌는 다양한 설정이 있다곤 하는데 나는 모르는 편에 속해 잘은 모르지만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할 것 같다.
위에서 잠깐 얘기했듯이 이 영화에는 우리가 흔히 아는 파란 하늘은 존재하지 않는다. 자연 자체가 파괴되어 있고 동물 한 마리 나오지 않는다. 길거리는 쓰레기와 흩날리는 먼지뿐이며 주인공이 가는 곳 어디든 황폐할 뿐이다. 이런 디스토피아적 배경은 보는 우리에게 충격적이면서 불안하게 만든다. 물론 이 영화의 배경처럼 미래가 변할 것이란 근거는 존재하지는 않는다. 전작품 <블레이드 러너 2019>의 배경처럼 현재 2019년이 변해있지도 않으며 앞으로 2049년엔 어떻게 변해 있을지 그 누구도 예상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 영화의 디스토피아적 설정에 불안을 느끼는 이유는 이 영화의 설정과 연출, 표현력이 우리에게 현실감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모든 장소와 소품들이 굉장히 사실적이고 CG라는 느낌이 들지 않을 정도로 표현력이 엄청나다. 특히 아주 먼 하늘에서 배경을 찍은 부감촬영은 실제로 존재하는 곳을 촬영한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이 영화처럼 디스토피아 장르의 영화들은 호불호가 많이 갈린다. 미래의 모습을 굉장히 부정적이고 암울하게 표현하고 있으니 당연히 거부감이 들고 불편할 수 있다. 심지어 영화는 러닝타임이 긴 편이고 연출은 굉장히 장중하고 느리게 표현한다. 위에서 얘기했듯 부감촬영으로 천천히 느리게 배경을 표현하는 장면들이 많은데 영화관이 아닌 집에서 보게 된다면 많이 지루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영화는 디스토피아 장르 영화 중에서도 표현력이 굉장히 높은 영화이다. 소품이면 소품 설정이면 설정, 보기 힘들더라도 예술적으로 감탄할 요소들이 정말 많은 영화이기 때문에 한 번쯤 보길 권해드리고 싶다.
이 영화에는 복제인간 리플리컨트가 존재한다. 독특한 점은 이 영화에 등장하는 복제인간 리플리컨트들은 모두 감정과 생각, 고통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다. 인간은 엄마의 품에서 태어난 것이고 리플리컨트는 인간의 기술로 만들어진 존재이다. 하지만 초창기 리플리컨트는 인간에게 봉기를 들 정도로 사유할 수 있는 존재였다. 사유하고 감정을 느끼며 살기 위해 도망쳤다. 그런 그들을 쉽게 폐기할 수 있는 물품처럼 대할 수 있을까? 심지어 극 중에서는 리플리컨트 사이에서 아이가 태어난다. 그렇다면 이 아이는 인간인가 리플리컨트인가. 영화는 이렇게 인간을 구분하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심오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조금 다른 이야기이지만 현재 전 세계적으로 인공지능 기술을 발전시키는데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만약 이 인공지능이 각각 다른 지식을 쌓고 경험을 하게 된다면 이 인공지능은 단순히 인간을 위한 기계로 여길 수 있을까? 굉장히 어렵고 앞으로 해결해 나가야 하는 문제라 생각한다.
인간을 구분 짓는 것은 무엇인가와 같은 철학적인 질문에 거부반응을 느끼는 분들이라면 이 영화는 거르는 게 맞다. 이 영화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하고 있지 않으며 자신이 인간임에도 인간에 대한 적대감이 느껴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세상에 이런 철학적인 질문과 생각을 하게 만드는 영화를 솔직히 많이는 없을 것 같다. 당연히 취향은 각자 다르고 좋아할 사람은 좋아할 영화다. 많이 호불호가 갈리는 영화지만 좋은 영화임에는 틀림없으니 고민하고 결정하길 바란다.
이 영화는 언젠간 꼭 다시 보고야 말겠다 하는 영화 중 한 작품이었다. 요즘 같은 시대에 다시 보는 건 쉽지만 제대로 처음부터 끝까지 보기는 어려운 영화이기 때문이다. 긴 러닝타임도 문제지만 현대에 들어 빠른 컷 편집에 익숙해진 내 눈은 이 영화의 느린 템포를 받아들이기가 어려워했기 때문이다. 이 영화를 영화관에서 봤을 때에도 무거운 쌍꺼풀과 씨름했던 기억이 있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나에게 좋은 영화로 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이 영화의 엄청난 미장센과 음악, 연출, 메시지 모두 많은 영감을 주었기 때문이다. 이 영화를 영화관이 아닌 곳에서 다시 보니 그때 느꼈던 웅장함을 느끼진 못했지만 여전히 좋은 영화였다. 위에서 얘기했듯 호불호는 많이 갈리겠지만 나처럼 한번 날을 잡고 한번 보시길 권해드리고 싶다. 예술적으로도 교훈적으로도 정말 좋은 영화라 생각한다.
[사진출처 : 네이버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