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가 한풀 꺾인 8월 말, 삼복더위가 끝나면서 더위가 조금씩 물러가고 있다. 사실 올해 여름은 크게 더운지 모르고 지나갔다. 퇴직하고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고 집 밖을 나간다고 해도 해가 진 후에 나갔기 때문에 올여름이 더운지도 몰랐다. 약속이 있어서 점심시간에 밖을 나가고 나서야 이번 여름의 더위가 지독한 것을 알았다. 밖에 나간 지 10분 만에 머리가 땀에 다 젖어서 땀을 뚝뚝 떨어뜨리고 나서야 집의 소중함을 알게 됐다.
강원정
올여름은 집 안에서 보낸 시간이 많아서 그런지 더위를 팔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나름 잘 지나갔다. 그러나 더위 먹을 일도 없다 보니 삼계탕을 먹을 일도 없었다. 삼계탕을 못 먹은 아쉬움을 달래고자 남영역에 위치한 삼계탕집에 방문했다. 남영역에서 10분 거리에 위치한 ‘강원정 삼계탕’은 수요미식회에 방영된 서울 3대 삼계탕집 중 한 곳이다.
1. 강원정 삼계탕_가격
삼계탕은 14,000원, 인삼주는 5,000원, 닭볶음탕은 35,000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닭볶음탕은 4~9월은 판매하지 않아서 지금은 삼계탕과 인삼주만 판매하고 있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닭 국물에서 나는 구수한 냄새와 삼 냄새가 쏟아져 나온다. 기분 좋은 식사를 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강원정_가격표
2. 강원정 삼계탕_맛 평가
좌식 식탁에 자리를 잡고 물 한잔과 물수건을 건네받았다. 5분 정도 기다린 후에 커다란 뚝배기에서 팔팔 끓는 삼계탕이 식탁 위에 올려졌다.
상차림
무김치, 배추김치, 오이 고추, 소금, 밥 반 공기가 삼계탕과 함께 차려졌다. 특이하게도 인삼주 한 잔을 함께 내준다. 배추김치는 닭 국물에 밥을 만 후에 같이 먹는 게 좋았는데, 짜지도 맵지도 않은 김치가 약간의 신맛을 가지고 있어서 국물과 밥을 느끼하지 않고 시원하게 먹을 수 있게 도와줬다. 무김치는 큼직하게 썰려 있어 아삭한 식감이 있어 좋았다. 오이 고추는 그냥 중간마다 먹으면 시원해서 좋았다.
강원정_상차림
닭
닭은 다리 살, 가슴살 모두 부드러웠다. 그러나 간은 전혀 되어있지 않아서 소금과 함께 먹었을 때 고기의 감칠맛이 전부 느껴졌다. 김치와 같이 먹을 때에는 고기의 맛이 김치에 가려져 소금과 먹는 게 최선이자 최고인 것 같았다. 가슴살의 경우 삼과 직접 맞닿아 있어서인지 삼의 향이 잘 배어 있었다. 안에는 찹쌀, 삼, 마늘, 대추, 밤이 들어있었고 쓴맛과 약간의 단맛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강원정_삼계탕
국물
국물은 조금 탁한 황색을 띠었고 약간의 점도가 느껴졌다. 육수를 끓일 때 닭발을 사용한다고 하는데 닭발에서 나오는 젤라틴 때문인 것 같다. 해바라기 씨가 띄워져 있어 해바라기 씨와 함께 먹게 되면 고소한 맛이 치고 올라와 향이 단조롭지 않게 느껴졌다. 삼의 향과 해바라기 씨의 고소한 향이 풍부하게 느껴졌다. 생각 외로 파는 맛에 큰 영향을 못 준 느낌이었다. 파를 채 썰어 물에 씻어낸 것인지 매운맛이나 향도 잘 느껴지지 않았다.
3. 강원정 삼계탕_결론
강원정 삼계탕의 국물은 밥을 말고 김치와 함께 먹었을 때 맛이 극대화된다. 해바라기 씹히면서 나오는 고소한 향과 삼의 향이 잘 어우러져 국물의 맛을 배가시켰다. 닭은 잘 삶아졌으나 특별함은 없었다. 닭은 김치보다는 소금에 먹었을 때가 고기의 감칠맛이 뚜렷하게 느껴졌다. 전체적으로 간이 약한 편이지만, 맛의 균형은 잘 맞는 느낌이었다. 처음에 물을 딱 한 잔만 주셨는데 물을 따로 찾지 않아도 될 정도로 느끼하지도 않고 짜지도 않았다. 아마도 인삼주를 한 모금 마시지 않았더라면 물을 벌컥벌컥 먹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