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것이 아닙니다.

방향이 조금 달라졌을 뿐이에요.

by 이상인

예전엔 브런치에 글을 쓰는 일이 쉬웠다. 글을 판단하지 않았다. 커피 한 잔과 조용한 시간만 있으면, 머릿속의 생각들이 알아서 문장으로 흘러나오곤 했다. 그때는 그게 자연스러운 행동이라 믿었다. 하지만 요즘은 다르다. 빈 문서를 열면 커서만 깜빡이고, 머릿속의 문장들은 자꾸만 머뭇거린다. 쓰고 싶은 마음은 여전한데, 글을 쓰는 일 자체가 버겁게 느껴진다. 아마도 예전보다 세상에 내보낸 문장이 많아졌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는 그 어떤 문장도 쓰는 게 조심스럽다. 다듬지 않은 진심보다 완성된 결과를 더 신경 쓰게 되고, 사람들의 반응을 예상하는 데 많은 에너지를 쓴다. 그 과정에서 글은 점점 멀어진다.


예전의 내가 현재의 나를 이렇게 말할 것이다.

“왜 그렇게 어렵게 생각해? 일단 써. 글은 완벽하게 만드는 게 아니라, 그때의 진심을 남기는 일이야.”


그럼 지금의 나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알고 있어. 하지만 요즘은 진심조차 잘 안 보여. 글을 쓸 때 신경이 쓰여서 도저히 써지지가 않아.”

잠깐이 정적이 흐른 뒤 과거의 내가 다시 말을 잇는다.


"처음 글을 썼던 이유는 사람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가 아니었던 거 알잖아. 그저 내 생각이 사람들에게 자연스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썼던 거잖아. 그 마음으로 다시 써보자. 이제껏 쌓인 글처럼 또 쓸 수 있어."


이젠 예전처럼 술술 써지는 날을 억지로 찾아가려 하지 않기로 했다. 그 시절의 나는 지금의 내가 되어가는 과정 속에 있었을 뿐이다. 지금의 느림과 버거움도 결국 과거가 된다. 글을 잘 쓰고 싶은 마음보다 다시 무언가를 느껴 전하고 싶은 마음이 앞서기 시작했다면, 그건 이미 다시 쓰기 시작한 것일지도 모른다. 오늘은 한 문장만 남기기로 한다.


"처음 시작했던 그 마음으로 해보자."

그 문장이 언젠가 새로운 글의 첫 문장이 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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