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 남는 감정

좋았지만, 분명히 힘들었던 하루에 대하여

by 이상인

사람을 만나는 일은 여전히 좋다.
다만 예전과는 조금 다르게, 그 뒤에 남는 감정이 있다.


오늘 카페에 들렀다. 작업을 하러 간 자리였는데, 우연히 동호회에서 알게 된 분을 마주쳤다. 짧게 인사를 나누고 대화를 했다. 이후 다른 동호회 분들도 그 카페에 오면서 또 잠깐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대화는 무난했고 분위기도 나쁘지 않았다. 그럼에도 자리를 떠난 뒤 마음이 가볍지는 않았다.


좋았지만, 동시에 힘들었다.
정확히 말하면 조금은 괴로웠다.


사람을 만나는 게 싫어진 것은 아니다. 오히려 대화를 나누는 순간만 놓고 보면 반가웠고, 웃기도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시간이 끝나고 나니 ‘내가 어떻게 보였을까’라는 생각이 먼저 떠올랐다. 지금의 나로 사람 앞에 서 있는 것이 맞는지, 괜히 초라해 보이진 않았는지 같은 생각들이 이어졌다.

문제는 대화가 아니라, 대화를 감당하는 나의 상태였던 것 같다.


예전에는 이런 우연한 만남이 오히려 에너지가 되었다. 하지만 요즘은 짧은 인사조차도 설명과 비교를 동반한다.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요즘은 어떤 상태인지, 어디쯤 와 있는 사람으로 보일지. 그런 질문들이 실제로 오가지 않아도, 혼자서 먼저 떠올리게 된다. 그 순간부터 만남은 회복이 아니라 소모가 된다.

그래서 사람을 만난 하루가 더 외로워지는 일이 생긴다.


최근 배드민턴 레슨을 2월까지는 계속 받아보겠다는 결정을 했다.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혹시 내가 정이나 유대관계에 목말라서 이 관계를 놓지 못하는 건 아닐까. 혼자 있는 것이 두려워서, 아무 관계라도 붙잡고 있는 건 아닐까.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꼭 그렇지는 않다.
이 선택은 집착이라기보다는 완충에 가깝다.


지금의 나에게 모든 사회적 접촉을 끊는 선택은 오히려 더 불안하다. 그렇다고 무작정 사람 속으로 들어갈 힘도 없다. 그 사이에서, 구조가 정해져 있고 역할이 분명한 관계 하나를 남겨두는 일. 그것이 지금의 나에게는 현실적인 선택처럼 느껴진다.


아마 이 시기의 나는 사람을 더 만나야 할 때가 아니라,
사람을 만날 수 있는 상태를 회복해야 할 때에 가까울 것이다.


그래서 당분간은 깊은 관계나 잦은 만남보다, 끝이 보이고 감정 소모가 적은 접촉이 더 필요하다. 나를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자리, 비교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 끝난 뒤에 조금이라도 유지되는 에너지가 남는 만남.

사람을 만난 것이 힘들었다는 말은, 사람을 거부하겠다는 뜻이 아니다. 지금의 나로는 아직 그 무게를 충분히 감당하지 못하겠다는 솔직한 인정에 가깝다.


아마도 회복이 조금 더 진행되면, 같은 만남도 전혀 다른 감정으로 남을 것이다. 그때까지는 사람을 줄이는 대신, 나를 지키는 쪽을 선택해보려 한다.


좋았지만 힘들었던 하루를 지나오며,
그 사실을 인정하는 것만으로도 오늘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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