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먼저 기억하는 것들

대수롭지 않게 넘긴 하루가 마음으로 돌아올 때

by 이상인

신체의 상태가 정신에 영향을 미친다는 말은 이제 낯설지 않다. 하지만 대부분의 시간 동안 우리는 그 사실을 애써 무시하며 살아간다. 그 찰나의 순간이 시간이 지나 몸에 얼마나 나쁠지를 간과한다.

나의 경우엔 커피를 정말 좋아한다. 커피와 빵을 먹었다는 것을 이유로 밥을 거르거나 대충 넘길 때가 많다. 지금 당장은 괜찮은 것처럼 느껴진다. 배가 고프지 않으면, 몸이 아직 버티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 하루는 별일 없이 지나간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몸은 그렇게 흘려보내지 않는다.

의식하지 못한 선택들, 무심코 반복한 습관들을 조용히 쌓아 두었다가 다른 방식으로 말을 건넨다. 이유 없이 예민해지는 날, 집중이 되지 않는 시간, 괜히 모든 일이 버거워지는 순간들은 사실 몸이 표현하는 중이었다. 그때서야 뒤늦게 생각하게 된다. 혹시 마음의 문제라고 여겼던 것들이 사실은 몸이 보낸 신호는 아니었을까 하고 말이다.


몸은 기억한다. 어제 마신 커피의 양도, 넘겨버린 한 끼도, 쉬지 않고 밀어붙인 하루도. 그리고 그 기억은 언젠가 피로, 무기력, 혹은 설명하기 어려운 불안으로 돌아온다. 그래서 요즘은 아주 작은 것들을 다시 살피려 한다. 제때 먹는 한 끼, 물을 마시는 일, 잠깐이라도 몸을 쉬게 하는 시간. 거창하지 않지만, 그 사소함이 쌓여

마음을 덜 흔들리게 만든다는 걸 조금씩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스스로를 돌본다는 건 특별한 관리가 아니라

몸이 보내는 신호를 무시하지 않는 일에 가깝다. 대수롭지 않게 넘겼던 하루들이 결국 나에게 돌아온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일일지도 모른다.


오늘 하루만큼은 마음보다 몸을 먼저 살펴보는 날이어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몸이 조금 편안해지면, 마음도 그 뒤를 따라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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