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하루에도 의미는 있다

아무 일도 없었던 날의 의미

by 이상인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하루가 있다. 눈에 띄는 성과도, 특별한 사건도 없이 그저 흘러가는 날. 그런 날이면 괜히 마음이 조급해진다. 나는 오늘 무엇을 남겼을까, 무엇을 이루었을까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질 않는다. 하지만 돌아보면, 삶을 버티게 해준 건 대단한 날들이 아니라 그런 평범한 하루들이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기에 조용히 숨을 고를 수 있었고, 다시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다. 사람을 만나지 않아도 괜찮았던 날, 멀리 가지 않아도 충분했던 날, 해야 할 일을 다 끝내지 못했어도 그저 하루를 무사히 지나온 날.


아무 일도 없다는 건 어쩌면 아무 탈도 없다는 뜻일지 모른다. 조용히 흘러간 하루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을 안쪽에서는 분명히 나를 정리하고 있다. 우리는 늘 무언가가 일어나야만 의미가 생긴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아무 일도 없었던 날들이 쌓여 나를 지탱하는 힘이 된다.


오늘이 그런 하루라면 괜히 불안해하지 않아도 된다. 보이지 않는 자리에서 당신은 이미 충분히 살아내고 있으니까.

작가의 이전글몸이 먼저 기억하는 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