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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인혁 Jan 19. 2019

베트남 사파의 일출과 함께 맞이한 서른 생일의 아침

하노이, '19.01.06(일) ~ '19.01.17(목)



열렬히 원하거나, 마땅히 의식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루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품고있는 작은 바람 같은 것이 누구에게나 한 두개 쯤은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로또에 당첨되어 안빈낙도의 삶을 살고 싶다거나 하는 것들. 나 역시 몇 가지의 소소한 바람이 있는데, 서른이 다가오는 와중에 새로이 목록에 등재한 것이 하나 있었다.


'끝장나게 죽여주는 멋진 곳에서 뜨는 해를 보면서 아침을 열고 싶다.'


나의 생활이 아침의 삶과는 워낙에 거리가 멀기에 안하던 짓을 해보고 싶기도 했고, 요즘 들어 재미를 붙이게 된 여행이라는 취미에 소소한 의미 부여를 해보고 싶기도 했다.


물론 다가오는 서른을 바라보던 스물아홉의 나는 언제나, 그저 숫자 두어개의 조합 따위에 불과한 나이라는 것이 극적인 반전의 요소가 될 무언가는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그것은 그저 구실이었을 뿐. 그냥 나의 삶에 그런 낭만 하나 정도는 허락할 여유가 있어도 되지 않을까 싶다.



망상에 가까운 상상을 즐겨 한다. 딱히 돈 드는 일도 아니고, 누군가에게 해가 될 것도 없다. 그렇기에 가끔은 스스로를 다양한 영화 속의 주인공으로 세워보고는 한다.


참 신기하면서도 재미있는 사실은 그저 재미삼아 펼치는 상상 꾸준하다보면 언젠가 현실이 되어간다는 것이다. 사장이 되어 3년째 가방을 팔고 있는 지금의 모습도, 세상의 이곳 저곳을 누비는 삶이 일상이 된 것도, 그 시작은 고달팠던 스물세살의 현실을 잠시나마 회피하고파서 재미삼아 해보던 망상이 기원이었으니, 간절히 바라지 않아도 꾸준하면 이루어진다는 것이 언제나 신기할 뿐이다.



참 우연하게도 생산을 위해 오른 출장길이 길어진 덕분에 생일을 베트남에서 보내게 되었고, 모든 것이 순조로웠던 덕분에 공장에서 제품 검수를 하고 있어야 했을 생일의 아침이 온전히 나를 위해 허락이 되었다. 끝내주게 죽여주는 곳에서 아침을 맞이할 수 있는 조건이 의도치 않게 완성이 되어버린 것이다.


지체하지 않았다. 오래전부터 한 번은 가보고 싶었던 곳이 있었으니 고민을 할 필요도 없었다. 하노이에서 사파까지는 여섯시간 남짓이 걸리지만 어차피 내가 운전을 하는 것도 아니니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사파로 향하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서른살의 아침에 나는 끝내주게 죽여주는 곳의 아침해를 바라보며 딛고 섰다. 가끔은 이런 낭만을 허락할 수 있는 여유가 있음에 감사했고, 현실이 될 수 있음에 감사했다.



일상은 계속 된다. 나는 여전히 부지런하지 않고, 대단한 목표 의식을 갖고 살거나 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일 매일이 즐겁고 기대가 되는 것은 나의 망상 속 그 무엇이 어떤 모습으로 현실 속에서 펼쳐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저 꾸준하게 살아가는 것, 그것이 내가 제일 잘 할 수 있는 것이니 나는 앞으로도 계속 꾸준할 예정이다.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그렇게 계속.





시작은 망상이었으나 이 가방은 현실입니다. 굉장한 녀석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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