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일하기

by 박인혁

아침부터 물류업체에 생산된 가방을 입고하랴 인감증명서 발급받으랴 크라우드 펀딩 업체에 정산 내역서 전달하랴, 갖은 부산을 떨다보니 배고픈 것 조차 느낄 새가 없다. 눈에 띄는 아무 카페에 들어와 배송자 명단을 마지막으로 확인하고 송부까지 마치고 나서야 가쁜 한숨을 돌려본다.


오늘은 가방 생산 대금의 결제 예정일이었다. 허나 펀딩 금액을 아직 정산받지 못하여 대금 지급일을 조금 늦추고자 부탁을 드렸다. 너무나 당연히, 난감해 하시고 의심을 하시는 이사님. 조합 사무국의 실무자 형에게 전화를 하셔서 나의 신상을 조금 더 확실하게 알아놓으라는 전화를 하셨는데, 옆에 있던 나는 그 대화 내용을 듣게 되었다.


섭섭함을 조금 느꼈다. 사람이 중요하다고 하신 분께서 그렇게까지 의심을 하셔야 할까. 조금의 섭섭함을 느꼈다. 그리고 이내 부끄러워졌다. 잘한 일도 아니고, 욕이나 푸지게 안먹으면 다행인 일을 이렇게 글로 쓰는 것도 부끄러운 일이다. 하지만 이렇게 공개된 장소에서 글로 써놓아야 조금 더 정신차리고 제대로 일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결제 잔금이 결코 적지 않았다. 나의 결제 대금이 늦어짐으로 인하여 정산해야 하는 자재비, 공임 등 모든 것의 결제가 늦어지게 되는데 조합 입장에서도 아주 난감할 것이다. 거래를 얼마나 오래했든 이런 대금 지급은 다른 어떤 약속보다 확실히 해야하는 것이 맞을텐데, 나는 그것을 한마디의 말로 어물쩡 넘어가려고 했다.


어찌어찌 돈을 만들어 남은 잔금 중 상당액을 먼저 결제하였지만 아직도 결제하지 못한 금액이 남아있다. 내 일을 하겠다고 회사를 박차고 나왔으면, 내 일답게 책임질 수 있는 마음가짐부터 바로 세워야 할 것 같다. 경험이라고 하기에는 스스로가 많이 한심하게 느껴진 오늘이지만 그럴수록 더 스스로를 냉정하게 바라봐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다음부터는 절대로 그러지 않도록 오늘의 배움을 확실히 기억해두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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