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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인혁 Aug 26. 2016

나의 수집벽.

나는 버리는 것을 잘 못한다. 좋은 기억이든, 나쁜 기억이든 과거를 회상하는 매개가 되는 것들에 대한 집착이 있어서 그런 듯 한데, 남들이 보면 뭐 그런 것까지 모으나 싶은 것들도 가끔은 가방 깊숙이 꿍쳐놓았다가 집으로 가져오고는 한다.


그렇게 여행에서 돌아올 때마다 갖가지 물건들을 조금씩 모으다 보니 각종 잡화(?)가 신발상자만한 크기의 통 하나에 꽉 찰 정도가 되었다.


그리 크지는 않은 상자이지만, 나름 알차게 꽉꽉 눌러담았다.


제일 왼쪽은 2008년 유럽 여행, 가운데는 홍콩 여행, 가장 오른쪽은 일본 여행을 갈때마다 주워온 종이쪼가리들을 넣어놓았다.


어머니는 별 말씀은 하지 않으시지만 그래도 내심 참 이상한 취미를 가졌구나 하고 생각하시는 듯 하다. 사실 저 상자안에 담긴 많은 것들은 타인에게 전혀 특별할 것이 없을 뿐더러 흥미가 동할 무언가가 있는 것도 전혀 아니다. 하지만 가끔씩 땅바닥에 주르륵 늘어놓고는 하나씩 다시 살펴보면서 즐거웠던 여행의 기억을 다시 떠올리게 해주는 저 잡동사니들은 나한테는 대학 입학 후 지금까지 차곡차곡 쌓아둔 기억들을 끄집어내주는 스위치와도 같다.



가운데 팔찌는 2008년에 벨기에에서 열린 '락워히터'라는 락페스티벌의 입장권, 빨간 봉투는 오사카에서 너무 맛있게 먹었던 크림빵을 담았던 봉투이다.


여행에서 먹은 빵이 너무 맛있었으면 그 빵을 포장했던 봉지를 가지고 온다. 우리나라에는 그 빵집이 없으니깐. 어느 식당에서 먹은 점심이 너무 맛있었으면 주문지를 가지고 온다. 역시 한국에는 없으니깐. 길을 가다가 누가 전단지를 주면 가끔은 그것도 들고 온다. 사실 가져와도 하등 쓸데가 없기는 하지만, 다른 나라도 우리랑 똑같이 사람 사는 곳이구나. 하고 생각하게 만들어주는 것들이라서 딱히 버리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는다.


여행 스크랩북과 지금까지 쓴 여행 일기장들, 왼쪽에 있는 미니언과 오른쪽에 있는 고양이 인형은 내 여행 파트너이다.


누군가와 동행하는것도 즐거운 일이기는 하지만 거의 대부분의 여행은 혼자서 떠난다. 일상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떠나는 것이니 만큼 그 시간만이라도 혼자서 조용히 생각하고, 온전히 나에게 집중할 수 있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렇게 혼자 여행을 떠날 때 빠지지 않고 가져가는 것이 있다. 하나는 길 위에서도 떠오르는 생각들을 바로 기록하기 위한 조그마한 수첩이고 나머지 하나는 맥도날드에서 해피밀 세트를 먹고 받은 '미니언'이라는 캐릭터 인형과 여자친구에게서 선물받은 고양시 마스코트인 고양이 인형이다. 뭐 저런걸 들고가나 싶기는 하겠지만, 그래도 가끔씩 찾아오는 외로움을 달래주는 좋은 친구들이다.


스크랩북은 가끔씩 펼쳐보면 매우 재밌다.


온갖 잡동사니들을 모으다 보니 처치가 곤란하게 된 시점이 한번 찾아왔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고민을 하다가 스크랩북을 만들었다. (다시 생각해보니 스크랩북에 옮겨놓은 것들을 포함하면 상자 하나 반 분량이 될 것 같다.)


여행에서 찍었던 사진들을 집에 있는 프린터로 대충 인쇄해서는 자르고 붙였다. 거기에다가 비행기표, 입장권, 영수증, 몇가지 '찌라시'들을 이래저래 붙이고 보니 나의 미진한 미적감각 때문에 예쁘지는 않지만 꽤나 그럴듯 한 스크랩북을 완성하였다. 지금도 심심할때마다 한번씩 펼쳐보는데, 여행을 가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나 현실이 허락하지 않을 때 아쉬운대로 넘겨보기에 나쁘지 않다.


앞으로 떠날 여행 덕분에 저 상자의 크기도 커질테고 스크랩북과 일기장의 권수도 점점 늘어날 것이다. 앞으로 얼마나 더 다양한 많은 이야기들이 저 안에 담기게 될지, 언제나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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