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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인혁 Jun 20. 2017

곧 일년

봄기운이 발걸음을 내딛기에는 조금 버거웠던 작년 2월에 회사를 나왔다. 3월 말에 상경을 하여, 무얼하는지 모르게 가방을 만든답시고 3개월의 시간을 더 흘려보낸 후에야 내가 만든 가방을 처음으로 팔게 되었다. 이제는 꽤나 많은 사람들에게 익숙할 것 같은 '와디즈'라는 이름의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을 통해서였는데, 딱 요즘만큼 볕이 따가웠던 작년 7월 6일이었다.



하는일이 무엇이든 홈페이지 하나 정도는 있을 법 한데, 심지어 가방을 '팔아야'함에도 불구하고 홈페이지 하나 없이 시작한 일이었다.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라 작년에는 거진 크라우드 펀딩에 대부분의 시간을 쏟았는데, 어쩌다보니 해를 넘긴 지금까지도 이어져 이번 여름은 다섯번째 펀딩과 함께 맞이하게 되었다.



표현이 적절한지는 잘 모르겠으나, 이 일을 시작한 이래로 무엇이 바뀌었는지, 스스로에게는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거진 체감하지 못한 시간들의 연속이었다.


그 속도와 방향만 조금씩 달리했을 뿐, 외형적인 성장과 변화를 멈추지는 않았다. 채 일년도 되지 않은 내가 이를 고민하지 않는 것은 말이 안되는 이야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래블러스 하이'와 나 자신이 성장하였는가, 이에 대해서 꾸준한 의문과 회의가 있었는데 요즈음은 조금 생각을 달리한다.


여전히 이 회사의 직원은 나 하나이지만 어찌됐든 크라우드 펀딩을 다섯 번 해내었고, 하고있다. 홈페이지를 만들었고, 여전히 빈약하긴 하나 트래블러스 하이를 찾아주는 분들과 함께 꾸준하게 채워가고 있다. 꽤나 이름있는 몇군데의 온라인 편집샵에도 입점을 하였고 나름 판매도 이루어지고 있다.



여전히 모자란 부분이 많기는 하지만 사진으로 담아내고 이야기를 풀어가는 것 역시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작년 이맘때와 비교해 훨씬 적은 시간을 들이지만, 더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게 되었다.



달라진 것을 읊자면 끝이 없겠지만, 가장 크게 체감하는 것은 무엇보다 마음가짐에 있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나는 이것을 들어선 지 일년 남짓한 이 길에 확신을 얻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아주 많은 것을 배우고 있고, 앞으로도 꾸준히 배우는 입장이고 싶다. 지식의 습득과 경험의 축적을 통한 배움의 과정이 마냥 즐겁기만 하면 좋으련만 항상 그렇지는 못하다. 그리고 그런 일련의 과정 안에서 나라는 사람을 조금 더 잘 알게되고, 나름의 주관도 만들어가는 듯 하다.


치부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것은 그리 좋은 생각이 아닌 것 같아 굳이 말로 풀지는 않지만, 칼로 무를 자른 단면이 이럴까 싶을 정도로 나는 장단이 명확하다. 이를 발전적인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것은 당연히 나의 몫일것이다. 장점을 극대화하고 단점을 장점으로 만들어가는 것, 교과서적인 표현이며 상투적인 말이긴 하나 행동으로 옮기기 쉽지 않다. 그 출발선이 어디인지 찾아가는 것 부터가 쉽지않은 일인데, 지난 일 년 간의 경험을 벗삼아 조금씩 가까이에 다가가고 있는 듯 하다.


2주가 조금 더 지나면 와디즈에 첫 발을 딛은지도 일년이 된다. 내년 이맘때가 되어서도, 그 다음해가 되어서도 계속 나아진 모습으로 일 년 전 지금을 돌아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경험의 외연이 넓어지는만큼 그 접점도 많아진다. 그 속에서 꾸준하게 앞으로 나아갔으면 하는 2017년 여름의 어느날이다.






7월 2일까지. 더욱 새로워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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