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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인혁 Oct 22. 2018

다시 만들다.

그간 격조했다. 적어도 일에 있어서만큼은 그러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테지만, 먹고 산다는 핑계로 너무 오랜 시간동안 매몰되어 있었다. 그것이 의도했든, 아니든 간에 올 한해는 꽤나 오랜 시간을 경주마처럼 주변 한 번 둘러볼 틈이 없었다.


그것이 이유가 될는지는 모르겠다. 성과로 보여지는 덕분에 일하는 재미가 꽤나 쏠쏠하기는 했다만 아마 어느 순간부터 그것을 지루한 일상으로 받아들이게 된 것일 수도 있고, 스스로가 안주하고 있는 것이라고 받아들인 것일 수도 있다.


올 한해는 참 많은 천운이 함께했다. '스큐'라고 부르기는 민망할 정도로 제품의 수가 많지 않은데, 그나마도 한 종류의 백팩에는 아주 오랫동안 품절을 대문짝만하게 걸어놓고는 오는 손님마저 마다하였다. (심지어 그것은 내 브랜드의 가장 주력 제품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도한 성장을 이뤄냈으니, 이것은 천운이 아니고서는 딱히 설명할 방법이 마뜩찮다.


이렇게나 휑한데, 생각보다 올 한해는 북적거렸다.


물론 들인 노력이 적지 않았다. 물질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내가 투여한 시간 역시 간단한 농담으로 폄하될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갈길은 구만리 창천보다 아득하고, 해야할 일은 쌓고 보니 우주권 계면을 뚫고 나갈 기세다. 말해봐야 입만 아픈 사실.



그렇게 나는 베트남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몸을 한 번 더 싣게 되었다. 10월 15일부터 17일, 그러니깐 지난주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 3일의 일정으로 말이다.



트래블러스 하이의 시작을 함께한, 그야말로 동반자와도 같은 녀석이다. 대수술에 가까운 변화를 겪은지 불과 1년 밖에 되지 않았지만, 발전의 속도는 언제나 나의 예상을 앞서나간다. 현역으로 뛰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긴 하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할 수 없는, 새로움을 덧씌워야 할 순간이 찾아왔다.



구구절절한 사연은 어차피 이 한 컷의 사진을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니 거두절미 하려고 한다. 나는 '새로움'에 대한 강박이 은연중에 있다. 결국에는 더 잘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말미암아 스스로를 옭아매는 것인데, 그 오랏줄을 한동안은 풀어두어도 될 듯 하다.




개인적으로 많은 성장을 이뤄낸 3일이었다. 그것을 체감할 수 있었기에 더욱 값진 시간이기도 했다.


좋은 가방을 만들고 그것을 포장하는데 있어서 언제나 모자람을 느꼈고, 항상 느껴지는 투박함이 못내 아쉬웠다. 이번에는 그런 모자람을 적지 않게 채워낼 수 있었고, 결과물로 직접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여정에 큰 자산 하나를 축적하지 않았나 싶다.


계속 걸어도 창천은 여전히 구만리이다만, 그런 덕분에 앞으로의 시간들이 기대가 되고 더 잘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긴다. 이번에 한 번의 도약을 더 이루어낸 이 가방으로 말미암아,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얻을 수 있기를 바라본다.




더 견고해진, 더 편리해진, 더 예뻐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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