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sequence
눈앞이 훤히 보이는 일이 있고, 한 치 앞도 가늠이 가지 않는 일이 있다.
어떤 일을 더 선호하는가?
나는 당연히 눈앞이 훤히 보이는 일이 좋다고 생각했는데, 안 좋은 방향에서 그런 일을 겪으니까 차라리 후자가 낫다는 생각이 든다. 그냥 모르는 게 약일지도 모르니까. 한방에 4기 판정을 받는 암환자들이 몸이 조금 이상하거나 못 겪어보던 통증을 이따금씩 느낄 땐 그렇게 슬프지 않을 것이다. 모르는 거니까. 속이 썩어 들어가고 있어도 판정이 있기 전까진 모르는 거니까.
결과가 눈에 뻔히 보이는데 아무것도 할 수 없고 결단의 직전까지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 괴롭다. 정신이 썩어 들어가는 것 같다. 뻔히 아는데 왜 결정을 못 내리냐고 시시껄렁하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알면서도 결단을 내려야 하는 입장이 속 시원하진 않다.
결과라는 뜻의 consequence라는 단어가 있다. result라는 단어도 같은 의미를 뜻하지만 consequence는 필연적으로 일어날 결과를 뜻한다. 아는 용어로는 업보 정도로 풀이될 수 있으려나. 무엇이든 원인이 있고, 그 원인으로 인해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결과. 그리고 그 결과가 결과가 뻔히 보이는 상황. 간단하면서도 복잡한, 마치 폭풍 속의 눈을 보는 듯한 형상. 조금만 수틀려도 같은 결과에 정반대의 해석을 내놓을 수 있는 상황을 말하는 게 아닐까.
카페에 앉아서 글을 쓰는데, 전에도 이런 날씨에 글을 써본 적이 있지만 이렇게 무서워 보인적이 없다. 내편이 아닌 것 같고 당장이라도 비나 세찬 바람으로 혼을 낼 것같이 느껴진다.
이런 일이 하나만 있어도 정말 힘든데, 나는 지금 3개 정도를 겪고 있는 느낌이다. 결단의 기한이 당장 몇 시간 남은 일도 있고, 한 2달여 남은 일도 있다. 나는 임기응변이 약한 편이라 아무 대비 없이 닥치면 결과가 좋지 않아서 이에 대해 에너지를 쏟아 생각을 해야 하는데, 에너지를 쏟는 이 과정이 엄청난 고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