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계획 2] - 돈
2023년의 돈 관련 회고를 진행하면서는 느낀점이 다른 항목에 비해 많았다.
돈이라는게 항상 비슷한 금액이 들어오고, 나가는게 아니다.
나는 항상 일을 해왔고 씀씀이도 크게 변동이 없는 사람이여서, 현금 흐름이 유연했고, 어느정도 예측이 가능했다. 하지만 이번 년도엔 두가지 큰 사건이 터졌다. 바로 권고 사직과 연애다.
권고사직으로 인해 7월까지 따박따박 들어오던 월급이 끊겼다. 내 딴에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고 100%에 가까운 포션을 차지하던 수입 파이프라인 하나가 막혀버린 상황이다. 물론 당장 모아둔 돈도 많고 보상금이나 실업급여로 어느정도 버틸 수는 있었지만, 그건 지금의 상황이고 나중에 가정이 생기거나 과도한 투자를 하는 상황이라면 지금과 같은 사태는 비상사태다.
연애도 마찬가지다. 철저하게 돈의 관점에서만 보니 연애를 하면서 월 유동 지출의 거의 100%에 육박하는 돈을 추가로 쓰고 있었다. 물론 안쓸 순 없는 돈이지만 이 정도의 포션을 차지하는 지출이 갑자기 생겼다는 점은 현금 흐름을 더 타이트하게 조이는 결과를 낳았다.
수입에도 멀티파이프라인이 필요하다. 지출에는 이미 적용되어있다. 고정지출이 있고, 유동지출이 있다. 1년에 한번 빠져나가는 돈이 있고, 매일 빠져나가는 돈이 있는 것 처럼 말이다. 수입을 오롯이 월급에만 의존하는것은 미친짓이라는 사실을 너무 늦게 깨달아버린 것 같기도 하다.
우선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하려고 한다. 스마트 스토어니 유튜브니 하는 것들은 내가 잘 모르고 자신이없는 분야다. 하지만 글쓰기나 강의 같은 분야는 그래도 남들보다 잘할 수 있는 분야라고 생각한다. 이것부터 시작해보자. 단 1만원이라도 벌어보는거다.
내가 사실 돈을 쓸 때 별 생각 안하고 쓰긴 한다. 왜냐면 애초에 씀씀이 자체가 크지 않아서 이렇게 소비해도 월 200만원은 너끈히 저축할 만큼 수입과 지출의 비율이 알맞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게 최선인지는 아직 모르기 때문에 조금 더 타이트하게 관리해보려고 한다. 예산을 넘기면 넘기는가보다 하고 두고보지 말고, 평가하는 시간을 가지기로 했다. 물론 세간에 떠도는 오픈채팅방 '거지방' 과 같이 관리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누수를 막겠다는거지 수도꼭지를 꽉 조일 생각은 없다.
우연인건지 올해는 월급을 7월까지만 받고 8월에 퇴직금과 보상금 그리고 쭉 받은 실업급여를 합치니 작년에 받은 총 금액만큼 나왔다. 작년엔 월급을 9달치만 받고 성과금을 많이 받았는데 이게 같다니 놀랍다.
여튼 23년 총 수입은 반년이나 쉬었던 것 치고 나쁘지 않다. 확 떨어지지 않은게 다행이다. 그 덕에 쉬면서 많은 준비를 할 수 있었다.
사실 나같은 월급쟁이에게 수입에 대한 회고는 큰 의미가 없다. 항상 예상할만 하기 때문이다. 월급만 두고 보면 24년도 아마 비슷할것이다. 그래서 위에서 언급한대로 새로운 파이프라인을 뚫고싶고 그 파이프라인들로 월 100만원의 매출을 올리는게 올해의 목표다.
23년은 내가 살면서 가장 많은 돈을 쓴 해다. 군에 있을 땐 1년에 5백만원정도 쓸 정도였고, 회사 1년차일 땐 그보다도 적었던 것 같다. 지금껏 한번도 연말정산 소비의 기준인 연소득의 25%의 소비를 해본적이 없다. 근데 작년부터 조금씩 소비가 늘기 시작하더니 올해는 유난히 많이 썼다.
2회의 해외여행, 연애, 부모님 용돈 등 돈이 예년에 비해 지출거리가 늘긴 했다. 뭐 덩달아 술자리도 늘고 옷도 좀 샀고. 돌아보면 다 내가 쓴게 맞다. 24년엔 누수를 좀 막아볼 생각이다. 쓸 땐 쓰지만, 어느정도 큰 그림 내에서 써볼거다.
점심을 주는 곳에서 회사생활을 하게되면 평일 저녁 5끼와 주말 점심,저녁 총 4끼를 해결하면 된다. 그 중 주말 하루이틀이나 평일 하루 정도는 데이트를 하니까 한 7끼 정도를 해결하면 된다.
배달음식을 안시켜먹는다는 가정 하에 주 3~4만원이면 해결할 수 있다. 배달음식 1번은 1주일 치 식비라는 사실을 명심하자. 진짜 힘든일이 있거나 기분좋은 일이 있을 때 시켜먹자.
혼자 카페 가서 궁상떠는게 내 얼마없는 유희인데, 이걸 줄일 생각은 전혀 없다. 하고싶음 할꺼다. 내가 줄이고 싶은 비용은 그냥 회사 커피 마셔도 되는데 밥먹고 돌아오는 길에 루틴하게 사마시는 것이다. 이건 작년에도 목표로 삼았었는데 확실히 의식하고 사니까 많이 줄였던 경험이 있다. 내년에도 동일하게 유지할 예정이다.
데이트 비용에는 식비, 음주, 문화생활, 교통(택시비) 등등 가계부 전반에 영향을 준다. 오롯이 내 소비를 체크하기에 혼동이 되어 이 비용을 전부 분리해냈다. 그렇게하니 데이트에만 들어가는 비용을 확인할 수 있는 점도 좋았다. 이 예산을 줄이고 타이트하게 운영하기보다는 기준을 정하고 이보다 높냐 적냐 정도를 월마다 체크해보려고 한다. 부담이 될 정도로 높아진다면 서로 이야기 해볼것 같고 꽤 널널하면 따로 모아놨다가 선물할 때 보태면 좋지 않을까
이런식으로 고정비용과 유동비용을 나눠 예산을 편성했다. 최솟값으로 잡았는데도 150만원 정도 나온다. 심지어 숨만 쉬어도 나가는 월세, 교통비, 통신비 등을 합치면 60 정도가 잡힌다. 뭔가 운동이라던가 고상한 문화활동 같은 것을 하거나 가지고 싶던 물건을 사면 지출의 앞자리가 2로 바뀌는건 시간문제다. 어쩌면 좋지.
올해는 투자를 아예 쉬었다. 그냥 물려있던 주식에서 탈출하는 수준의 거래만 했다. 사실 주식을 조금 해보면서 느낀 점은 투자자의 실력에 너무 좌우되는 영역이라는 것이다. 사고파는 횟수가 많을수록 수익률은 내려가는 구조. 그래서 더이상 하지 않기로 했다.
금융수익은 그냥 수익률이 나쁘지 않은 예금통장이나 CMA에 돈을 넣어두고 확정이자만 받았다. 금리가 나쁘지 않아서 수익도 괜찮은 것 같다. 배당금이나 예탁금 이용료도 은근 쏠쏠했다. 물론 기업이나 증권사 입장에선 내 돈을 가지고 더 많은 돈을 벌었겠지만.
중요한 점은 여기서 조금 더 공격적인 투자를 할 필요성을 여실히 느끼고 있다는 점이다. 이대로라면 미래가 뻔히 보이는 지지부진한 미래밖에 없다. 꾸준히 벌어서는 도저히 답이 없다는 것을 알고있다. 내년엔 투자를 해야한다.
우량주 / 지수추종 ETF / 외화 구매부터 시작해서 부동산 공부를 좀 해볼 생각이다.
언제 써먹을지는 모르겠는데 일단 1000점 달성했다. 연말정산 기준에 맞춰 꾸역꾸역 신용카드 써주고 가끔 신용등급 올리기 기능으로 휴대폰 요금 잘 내고 있다는 둥 뭐 서류같은거 내니까 계속 올라갔다. 월급받고 일한지는 이제 5년이 넘어가는데, 시작할 땐 5등급이었지만 여차저차 올해 12월에 1000점을 찍었다.
나중에 정말 필요할 때 신용대출을 받을 일이 있으면 내 이율을 많이 낮춰주지 않을까.
23년은 내 기준엔 흥청망청하게 쓴 한해다. 이렇게 썼어도 총 수입에 반도 사용하지 않았고, 소비 중에서도 사고싶은것을 마구 사지도, 식비나 술값에 과투자하지도 않았다. 이만큼 써보는 경험도 뭐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고 본다.
24년엔 최대한 예산안에서 돈을 쓰기 위해 매주 회고를 하고, 예산별 점검을 할 것이다. 그렇게 누수를 막아보련다. 그리고 투자를 해볼거다. 23년엔 시장이 요동쳐서 너무 무서웠고 이미 잃은 돈 때문에 공포가 턱밑까지 차오른 상태였다. 이제 나이도 나이고, 종잣돈도 많이 모였으니 투자에 도전해볼 것이다.
결론은, 23년에 만족하고 24년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