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계획 1] - 일정관리
2023년을 복기하면서 크게 느낀 점 중 하나는 하려고 했던 일들을 많이 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나는 일일단위로 계획을 세우거나 루틴을 통해 생산적인 활동들을 하려고 했는데 그러지 못한 이유를 하루하루 돌아보며 분석해 보자면 다음과 같다.
1. 귀찮아서 : 퇴근할 때 마음과 집 도착했을 때 마음이 크게 다르다. 의지가 하늘과 땅 차이다. 보통 운동을 가거나 추가적인 공부를 할 때 이런 경우가 많다.
2. 시간이 없어서 : 정말로 시간이 없을 때가 있다. 계획대로 시간이 흘러가지 않을 때가 왕왕 나온다.
3. 미루기의 연속 : 미루기 시작하면 끝도 없다. "그냥 내일 하자" 이게 가장 위험한 말이다.
그래서 내린 결론은 '하루는 너무 짧아'다. 내게 주어진 시간 중 활용할 수 있는 시간은 얼마 없는데 너무 많은 것을 하려고 하면 삶을 사는 기계가 된 느낌이다. 열심히 사는 게 분명 궁극적으로 개개인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위함일 텐데, 그 가치와 바꾸기에 빡빡한 삶은 너무 손해다.
나는 2024년을 딱 52번 잘 지낼 거다. 한 주가 단위다. 완벽한 365일보다 여유로운 52주가 낫다.
어떻게 1주일을 살 것인가?
이 원론적인 이야기보다는 방법이 우선시 되어야 한다. 내가 모든 걸 의지로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면 물론 전자가 맞겠지만 나는 아니다. 어느 정도 시스템이 존재하고 강제성이 있어야 안 할법한 실천도 할 수 있다. 가장 좋은 예시가 루틴이다. 몸에 루틴이 새겨지기 전에 루틴 앱이나 목표달성 앱 같은 도구를 쓰면 좋은 것 처럼 말이다.
나는 자동화(automation)와 통합(integration)을 그 도구로 선택했다.
어떤 문제를 풀기 위해 도구를 쓴다는 건 아주 귀찮은 거다. 일정관리를 위해 캘린더 서비스를 사용한다고 가정해 보자. 일정을 기록하고 공유하는 행위에는 시간과 에너지가 들어간다. 더욱 디테일하게 시간을 쪼개고 시간을 분류하는 과정에서 더 큰 에너지를 소모한다.
그럼 최대한 안 쓰는 게 좋은가? 이러면 문제해결이 쉽지 않다. 쓰긴 써야 한다. 해답은 사용하는데 드는 피로감을 낮추고 굳이 내가 하지 않아도 되는 행위는 자동화하는 것이다.
나는 전자기기가 애플 생태계에 묶여있기 때문에, 기본 캘린더, 기본 투두 리스트(reminder), 메모 등을 쓴다. 그래서 쉽게 이 데이터를 다루기 위해 무료로 제공되는 단축어(shortcuts) 앱을 활용했다.
- 템플릿으로 캘린더 하루 일정 만들기
- 캘린더 일정을 리마인더로 옮기기
- 일주일치 건강 데이터를 내 개인서버로 전송하기
-...
영어로 만든 이유는 홈팟에서도 단축어를 실행하기 위해서다(홈팟은 영어밖에 지원하지 않는다)
이렇게 만들고 automation 탭에서 등록만 해주면 알아서 동작한다. 일어났을 때나 자기 전, 회사 도착 후 등등 여러 가지 방식으로 자동화를 커스텀할 수 있다.
데이터를 모아서 한 곳에 모으는 게 중요하다. 아무리 좋은 서비스들이 많아도, 자주 들어가서 일일이 확인하는 건 힘든 일이다. 내 데이터도 마찬가지다. 일정과 투두리스트, 건강데이터는 애플 기본앱에, 돈 관련된 데이터는 뱅크샐러드가, 개발공부 기록은 깃허브가 가지고 있다. 이밖에도 다양한 서비스들을 활용 중이다.
내 1주일치 현황을 알기 위해선 이 모든 서비스들에 방문해서 일일이 확인해야 한다. 귀찮아서 중간에 안 하게 하는 요소 중 하나다. 또한 이 데이터들이 한 곳에서 내 통제 안에 있지 없으면 융합할 수 없다. 유의미한 내용을 도출하기 힘들다.
나는 데이터를 내 개인 서버에 모을 생각을 하고 있다. 개인 서버에 주기적으로 전송해 주고
결론적으로 이 모든 데이터가 모여 회고록이 된다. 나는 모은 데이터를 특정 서비스에서 통합해 보여주고 아래 서비스는 이러한 내용들을 기반으로 회고를 작성하는 사이트인데, 일단 내가 필요해서 만들었다.
여기에 모은 데이터를 한 번에 보여주는 대시보드도 만들고, 이를 기반으로 회고를 더 빠르게 작성할 수 있도록 통합 서비스로 발전시킬 예정이다.
무슨 기준으로 좋은 1주일과 나쁜 1주일을 구분하고 평가할까? 천편일률적으로 점수표를 만들어 총점을 메길 수도 있고, 남들의 정성적 평가를 받을 수도 있다. 종단에는 랜덤으로 다른 사람들의 평가를 받는 시스템을 만들고 싶다. 이 아이디어가 플랫폼으로 발전하면 가능할 것 같다.
일단 그건 시기상조이니,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최대한 많은 데이터를 모아 점수화하기로 했다.
- 운동을 3회 이상 갔는가?
- 안 좋은 식습관을 몇 회 어겼는가?
- 주간 독서 할당량을 지켰는가?
-...
물론 점수화하기 굉장히 애매한 건 맞다. 각 카테고리별로 가중치가 다르고 단위가 다르다. 그래서 의미가 없을지 모른다. 일단 횟수 위주로 카운팅 해보려고 한다.
주말의 끝날인 일요일 밤 11시
살면서 많은 의식행사를 많이 해봤는데 단 한번도 이해가 된 적이 없었다. 그런 의식행사를 자발적으로 나만을 위해 해보려고 한다.
24년도에는 일요일 밤 11시부터 30분동안을 주간회고 시간으로 선포하고 엄숙하게 내 한 주를 돌아볼 것을 이 글을 기해 다짐한다. 마치 의식행사를 치루듯이 전용 브금과 조명으로 변경하는 등 장치를 만들어 강제할 생각이다. 내 주변 사람들에게도 알려 이 시간의 중요성을 알려줘야겠다.
하루를 365번 사는 것과 1주일을 52번 사는 것.
조삼모사 그 자체다. 하지만 마음은 편하다. 급박하게 돌아가지 않는다. 예전에 메이플스토리라는 게임을 했을 때 일일 퀘스트라는 개념이 있었다. 안하면 안되는 과제라 꼬박꼬박 지켰었는데, 사정상 못하는 날이면 마음의 짐이 컸다. 반대로 주간 퀘스트라는 개념도 있었다. 오늘 못하면 내일 하자가 가능했다.
생각해보면 반드시 일일단위로 해야할 일은 그리 많지 않다. 조금은 미뤄도 좋다. 미뤄서 마음속에 여유를 찾을 수 있다면 그게 나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