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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J Dec 04. 2022

목적 중심 조직의 허와 실

요즘 스타트업특

우리 조직의 리더들은 어떤 점을 기대하고 목적 중심 조직으로의 전환을 선택했을까요?


 입사와 동시에 시작된 조직개편을 통해 목적 중심 조직을 경험한지 벌써 8개월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일하는 방식에 있어 확실환 변화가 있었던 만큼, 목적 중심 조직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


 이 글은 실무자의 시각에서 쓰여졌습니다. 몇몇 리더들과 이와 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지만 그들의 관점을 모두 담기엔 제가 아직 경험이나 시각이 부족하기 때문에, 목적 중심 조직에서 일하고 있는 3년차 개발자의 시각으로 허상과 실상을 담아보려 해요.


목적 중심 조직이란?

 목적 중심 조직은 특정 목적 달성을 위해 짜여진 조직들로 팀을 꾸리는 것을 말합니다. 달성하고자하는 목적의 성격이나 규모에 따라 Squad, Chapter, Tribe, Guild 등으로 나뉘며 하나의 유닛 내에는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해 필요한 모든 인원이 포함됩니다.


 반면에, 이에 반대되는 개념이라기보다 기존 업계를 지탱하던 전통적인 모델은 기능 중심 조직이었습니다. 기획팀과 디자인팀, 개발팀 등으로 나뉘죠. 아래 사진은 버드뷰(화해)의 목적 중심 조직 구성도입니다. 기존의 기능단위 조직인 개발조직이나 운영조직등은 큰 틀로만 존재하고 실제 업무 자체는 밴드라는 새 유닛으로 진행됩니다.

출처 : http://blog.hwahae.co.kr/all/tech/tech-tech/5873/

 목적 중심 조직이 스타트업 신에 유행했던 이유는 아래에서 설명할 장점들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조직 개편같은 구성원들에게 메가임펙트로 다가올 의사결정을 단순히 유행한다고, 핫하다고 하진 않을꺼니까요.


 한마디로 말하면 회사가 집중하고 싶은 다양한 가치들을 구체화하고, 이것 하나만을 목적으로 하는 조직 구조로 편성하여 오너십을 가지고 그 목표를 이루게 하는 조직들로 이루어진 커다란 조직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제가 겪은 목적 중심 조직에서는 일부만 맞고 일부는 조금 달랐어요. 이럴바엔 돌아가는게 낫지 않을까 하고 몇몇 구성원에게 여러번 제시한 적도 있고요. 이 글에서는 이에 대해 소개하려 합니다.


장점

오너십

 과연 C레벨이 아니라면 프로덕트에 오너십을 가질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구성원의 오너십은 대부분의 경영자들의 고민거리라고 생각합니다. 모두가 프로덕트에 오너십을 가지게되면 스스로 관리되고 스스로 성장하는 프로덕트가 만들어지기 때문입니다. 금융으로 치면 돈이 돈을 버는 시스템을 가진 상품과 비유할 수 있고, 육아로 치면 손가락 하나 까딱 안해도 잘 크는 아이라고 할 수 있을꺼에요 (물론 그런건 이세상에 없겠지만)


 목적 중심 조직은 해당 목적에 관한 오너십은 확실히 생깁니다. 약간의 심리적인 요인이 관여했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업무의 측면에서 해당 목적을 위한 일 이외의 것을 생각하지 않아도 되서 그렇습니다. 좋게 말하면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고 표현할 수 있겠습니다.


 기존 기능 중심 조직에서는 특정 기능조직의 판단 하에 업무의 난이도나 기간, 성격 등을 보고 이에 맞는 조직원에게 할당하는 방식이었기 때문에 효율은 더 나았을지 몰라도 오너십은 가지기 힘든 상황이지 않았나 싶어요.


업무의 효율성

 목적 중심 조직은 잘 만든 모듈과 같습니다. 잘 만든 모듈은 시킨 동작만을 잘 해요. 만약 어떤 모듈이 다른일을 하거나 다른 곳에 의존하거나 외부 변수에 종속되거나 종속시킨다면 그건 시킨 동작만 하지 않는 오지랖 넓은 모듈이 되죠. 이런 관점에서 목적 중심 조직은 시킨 일만을 합니다. 다른 일을 하게되면 그때부터 그 조직은 목적을 잃어버려요.


 허나 그 목적만을 잘 달성하면 끝이기 때문에 외부에서 이 조직에 다른 일을 주지도 않고 그 조직도 이 목적만을 보고 달려갑니다. 즉, 앞만보고 달릴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다는 뜻이에요. 목적이 명확하고, 달성하는데 필요한 구성원이나 환경이 잘 세팅되어 있으니 매우 효율적입니다.


 PO가 결정권을 가지고 모든 구성원의 의견을 들으며 작은 이터레이션으로 기능을 내보냅니다. 그래서 린 스타트업 정신과 Data Driven한 환경에서 최적의 효율을 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자율성에서 오는 창의성

아마 목적 중심 조직에서 가장 기대하게 만드는 요소가 아닐까 싶습니다. 주어진 목적을 달성하라라는 아주 간단한  제약만 있는 상황에서 그 목적을 효율적으로 달성하려면 어떤 점이 필요할지 고민하고 시도하는 다양한 아이디어들은 기존 조직 구조에서 갈망하던 것들이니까요.




단점

 사실 이 글을 쓰는 목적과도 같은 부분입니다. 위와 같은 부분들에 있어서 우리 조직에 어울리겠다 싶어 도입한 목적 중심 조직이 저는 제대로 동작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집단의 크기

 가장 문제라고 생각했던 요소는 집단의 크기입니다. 저희는 간신히 원하는 목적조직에 구성원 1명씩을 배치할 정도로 인원이 적습니다. 그래서 “적재적소”에 인원을 배치하지 못했습니다. 어떤팀엔 손이 빠른 프론트 개발자가 필요하고, 어떤 팀엔 정확도가 필요한 백엔드 개발자가 필요한데 그런 점을 고려하고 배치할 정도로 큰 집단이 아니라면 실효성이 많이 떨어진다고 느꼇습니다.


목적 이외의 일을 하는 조직

 목적 중심 조직에서는 여러 목적을 수행하는 조직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리고 문제는 그 목적들 이외의 업무를 처리할 조직이 없거나 작을 때 발생합니다.

 일단 똑같이 돈받고 업무하는 입장에서 소외감이 듭니다. 목적 조직의 여집합을 담당하는, 마치 업무 쓰레기통이 된 것 처럼요. 이는 개개인의 태도의 문제를 떠나서 조직 구조와 연관되어 있습니다. 공식적으로 잡무를 처리하는 집단으로 보여지니까요.


 만약 이 조직이 해야 할 일 중 꽤 크고 쭉 유지해야할 작업이 있다면 새로운 목적 조직을 발족하는게 낫겠지만, 어중간한 크기의 작업이 들어온다면 이 조직이 목적 조직처럼 해내야합니다. 꽤나 큰 부담일 수 있어요.


업무의 비효율성

 위에서 장점으로 업무의 효율성을 꼽고 단점에서 비효율성을 꼽는 아이러니함을 추가한 이유는, 목적 중심 조직의 구성에 따라 효율적이면서 비효율적인 모순을 보인다는 점입니다. 저는 크게 두가지를 꼽았어요.


1. 자원 배분의 비효율성


 기능 중심 조직일 땐 들어온 업무의 성격이나 난이도에 따라 자원을 배치할 수 있었습니다. 빨리 쳐내야할 업무는 손이 빠른 사람에게, 중요하고 난이도가 있는 작업은 실력있는 사람이, 난이도는 낮지만 배울게 많은 작업은 신입에게 줄 수 있었죠. 당장 할 일이 없는 사람에게 프로덕트 관리의 측면에서의 업무도 부여할 수 있었어요. 하지만 이런 환경에서 그런 업무는 할 수 없게됩니다.

위 사진을 볼까요? 피쳐 개발 및 개선 과정에서 이런 방식의 워터폴 방식 진행은 어쩔 수 없는데 각 파트가 병렬적으로 진행하지 못한다는 측면에서 노는 사람이 생깁니다. 물론 그 사람은 나름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자신의 파트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겠지만. 그 부분은 그 사람의 자율성에 의존한다는 점 때문에 정말 커뮤니케이션이 잘 되는 조직이 아니면 믿을 수 없습니다. 


이렇게 되면 다른 조직 사람들의 밀려있는 업무엔 관심이 없게 됩니다. 내 목적 조직의 일만 하게 되요.

하지만 이게 의도한 바라면, 그럼 할 말이 없네요. 하하


2. 업무 속도의 차이

 10년차 프론트 개발자와 신입 프로덕트 디자이너가 같은 유닛에서 일한다고 가정해봅시다. 둘은 비슷한 속도로 업무를 쳐낼 수 없습니다. 개개인의 능력에 따라 해당 유닛의 진행속도는 천차만별로 변합니다. 업무가 어렵든 쉽든, 중요하든 중요하지 않든 항상 그 스쿼드에 속한 사람이 진행해야 하므로 천편일률적인 효율을 보이게 됩니다.


 가령 서비스에서 굉장히 복잡한 결제기능을 추가해야하는 백엔드 작업이 있다고 가정해봅시다. 하지만 우리 스쿼드엔 이런 작업은 해본적도 없는 개발자가 있다면 이 업무때문에 그 백엔드 개발자라는 자원은 쭉 점유된 상태로 해당 기능을 구현할 때까지 유지됩니다. 바로 건너편에 결제 기능을 빠르고 정확하게 구현할 수 있는 개발자가 있음에도 말이죠.


 물론 기능조직 내에서 조율하면 될 문제 아니냐라고 말하게되면, 그 빌어먹을 자율성이라는게 작동합니다. 바쁘다고 하면 그만이에요. 그럼 이슈 트레커나 업무 관리 도구를 사용하면 되지 않느냐고요? 그럼 자율성이 사라집니다. 목적 중심 조직의 관리는 PO가 담당하지 기능 조직이 담당하지 않거든요. 이를 해결하려면 또다시 기능조직 내에서 가장 효율적인 방식으로 업무를 할당하고 관리하는 방식으로 회귀해야합니다.


점조직

 제가 장교생활 할 때 정말 많이 들었던 말이 “점조직을 경계하라”였습니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점조직은 사조직에 가깝습니다. 비슷한 일을 하다보니 서로 비슷한 감정을 느끼고 분화되는 조직을 말해요. 보통의 조직들은 하나로 똘똘뭉친, 마치 하나처럼 움직이는 조직을 지향합니다. 점조직이 많아지고 커지면 전반적인 업무 진행이 되지 않고 소통의 방향이 내부로 향합니다. 그리고 해당 조직에 속하지 못한 사람들은 소외감을 얻는 악순환이 반복됩니다. 그래서 점조직이 늘어난다면 조직 전체로 봤을 때 좋지 못합니다.


 IT 업계에서 비슷한 용어로 TIGER Team이 있습니다. 특정 문제 해결을 위해 임시적으로 투입되는 스페셜리스트로 구성된 팀을 일컫는데 목적 중심 조직에서의 목적조직과는 거리가 있지만 비슷한 개념으로 볼 수 있습니다.


 목적 중심 조직들도 이를 해소하는 적절한 제도가 없다면 비슷한 결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알게모르게 어떤 팀은 재밋게 일하는 것 같고, 우리 팀은 딱딱해보일 수도 있습니다. 성과의 차이에서 질투를 느낄수도 있고요. 내가 하는 일이 잡무처럼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팀원들끼리, 소외된 사람끼리 점조직을 이루게 될지도요.


과한 자율성

 자율성은 목적 중심 조직이 가진 최고의 무기입니다. 잘 작동하는 목적 조직은 방법을 찾아내고, 구현해낸 다음 평가하고 보완합니다. 


 허나 목적만 달성하면 된다라고 하는 대전제 아래에서 움직이는 소그룹인만큼 자율성이 과도하게 부여될 수 있습니다. 목적만 달성한다면,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과도한 에너지 소모를 눈감아 줄 수도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가령 같은 목표를 달성하는데 드는 비용이 오히려 클 수도 있고, 남들 보는 눈에는 신선놀음을 하고 있다고 보일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그럴지도 모르죠.


이를 제어할 수 있는 장치가 없으면 자율성에 의해 자멸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나는 아직 반대합니다.

 실무자가 겪은 목적 중심 조직은 글쎄요. 조직의 규모나 그 조직을 이루고 있는 사람들의 능력이나 능동성, 의사결정 도구나 합치된 문화 등이 존재하지 않는 조직에서 효율성을 발휘하고 있다고 볼 수 없습니다. 


 자율성이라는 단어는 양날의 검입니다. 자율성을 가진 조직이 가진 힘은 무궁무진하지만, 실력도 생각도 없는 집단 구성원에게 자율성은 자멸하는 길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목적 중심 조직의 핵심은 자율성이라는 단어로 압축됩니다. 또한 그런 측면에서 구성원 하나하나가 뛰어나야합니다.


 언제나 유행하는 개념은 그럴만한 이유를 가지고 있습니다. 장점이 명확하죠. 목적 중심 조직은 여러가지 측면에서 좋은 제도임은 확실하나 실무진의 생각은 다를 수 있다는 점을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가능하다면, 잘 돌아가는 목적 중심 조직에서 한 번 일해보고 싶네요. 지금 조직이 그렇게 변한다면 더할나위 없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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