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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J Apr 01. 2023

2023년 1분기 회고

호준 컴퍼니 방만 경영 적발!

 개개인은 그 자체로 작은 회사입니다. 누구보다 주체적으로 운영할 수 있어요. 다만 주체적이라 함은 얼마든지 방만해질 수 있다는 뜻과 같아요. 신경 쓰지 않으면 남들 맘대로 흘러갈 수 있는 게 시간이잖아요.


 저는 1년 단위로 OKR을 세우고 실천해요. 오늘은 3월 31일 금요일, 1분기 평가일입니다. 오늘은 반차를 쓰고, 보고 싶던 영화를 본 뒤 가벼운 마음으로 카페에 와서 이 글을 써요. 날씨도 좋고 영화도 너무 좋아서 회고도 긍정적인 마음으로 쓸 수 있을 것 같아요.


관리

 작년에 회고를 하며 가장 크게 마음먹은 게 몸을 관리해야겠다고 다짐한 것이었습니다. 일과 사람, 건강, 돈 등 다양한 가치들이 있고 개인의 가치관에 따라 적절한 균형을 이루어야 하지만, 저는 그게 무너져 있다고 판단했고 지금이라도 하나씩 고치지 않으면 안 되겠다 싶었던 거죠.


 그런 점에서 1분기에 가장 잘한 일은 치과치료예요. 사랑니 4개 발치 및 거의 다 썩어가던 어금니 2개를 신경치료 및 크라운 시술을 받았습니다. 돈은 150만 원 정도, 연차는 4개, 시간은 주 1회씩 총 2달 반이 걸렸습니다. 이 기간 동안 이가 아파서 맛있는 것도 맛있게 못 먹고 내내 불편했지만, 한동안 걱정은 없게 되었고 경각심도 얻었습니다.


 못한 일은 운동을 잘 나가지 않았다는 거예요. 헬스장 등록도 치과 치료를 핑계로 3월 초에 등록했고, 그마저도 잘 안 갔어요. 다만 이런 점을 빨리 캐치하고 지난주에 클라이밍 원데이클래스와 방송댄스 수업에 등록했어요. 이런 거라면 약속도 피해서 잡을 테고, 자율성이 없는 수업이다 보니 꼭 가게 될 것 같아서요.


 체중, 체지방률이 Key Results 중 하나였는데 아직 측정을 못해봤네요. 그다지 바뀌진 않았을 것 같아요. 이걸 목표로 삼은 이상, 스마트 체중계나 인바디를 구매해서 앱으로 관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루틴 있는 삶을 사는 목표는 조기에 종료했어요. 야심 차게 작년에 시작한 목표였는데, 억지로 끼워 맞추다 보니까 잘 되지도 않고 의미 없이 사후약방문만 하고 있더라고요. 다만 작은 루틴들이라면 해도 좋을 것 같아요. 건강보조제 섭취와 잠들기 전에 내일 입을 옷 정해두기 같은 것이요. 이런 꼭 필요한 것들부터 다시 시작해 보면 좋겠습니다. 일단 1분기는 실패입니다.


 전반적으로 달성률은 낮아요. 어느 때보다 게을렀던 것 같고, 치열하지 못했어요. 결과적으로 시간은 있었고, 에너지도 있었지만 하지 않았다고 평가하면 알맞을 것 같아요.


성장

 지금껏 잘 성장해 왔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분기에는 자신감이 많이 떨어졌습니다. 결과적으로 오늘 받은 문자 하나가 결정타였는데요, 별생각 없이 하나 넣어본 IT 대기업 경력 공채에서 서류 불합격 통보를 받은 것입니다. 서류 합격은 당연히 될 줄 알았어요. 지금까지 제가 면접관으로 겪어본 족히 3~40명의 비슷한 또래 개발자들보다는 제가 훨씬 낫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렇게 3년 차 개발자 시장 자체를 평가절하했는데,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더 대단한 사람들이 넘쳐났다는 거죠. 서류 불합은 그냥 트리거가 된 사건일 뿐인데, 괜히 지난 제 노력들이 무너지는 것 같아서 실망스러워요.


 유독 어려운 문제들을 많이 만났던 1분기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병렬로 너무 많은 일이 들어오다 보니 하나씩 깊게 고민하거나 격파하지 않았고, 팀원들과의 사이도 변함이 없어서 으쌰으쌰 해결했다기보다 한두 명이서 그런 문제들을 고민하다가 백로그에 넣는 식의 업무가 반복되었던 것 같아요.


 다행히 이런 고민을 말해서 어느 정도 부담을 줄일 수 있었고, 어려운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다시 딥다이브할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2분기에는 쌓아뒀던 문제들을 해결하면서 보낼 거예요.

 

 브런치와 개발블로그 작성하기는 주 1건씩 발행하기로 했는데, 브런치는 총 7건, 개발 블로그는 5건 작성했어요. 각각 5건, 7건이 모자라네요. 더 열심히 해야겠습니다. 2분기에는 최소 8건 이상씩은 쓰고 싶어요.


 글쓰기가 공수 대비 효율이 안 나오는 건 맞아요. 굉장한 노력이 들어가지만 봐주는 사람은 적고, 전달할 수 있는 가치도 크지 않습니다. 하지만 글을 쓰면 마음도 정리되고 생각도 정리되기 때문에 여러모로 좋아요. 누군가가 내 생각을 보고 공감해 준다면 더할 나위 없고요.



 1분기 총지출은 6,078,805원입니다. 월별로 하면 1월(1,437,819) 2월(2,169,045) 3월(2,471,941)이에요. 


 저는 1분기에 무지막지한 지출을 한 줄 알았어요. 월소비 2백만 원을 넘겨본 게 살면서 손에 꼽을 정도예요. 자취하기 전에는 월 30~40만 원으로도 살아봤어요. 그런데 이번 분기엔 평균이 200이니까요. 버는 만큼 씀씀이가 커져버린 건가 두려워지기도 했습니다. (물론 조금은 그렇기도 해요)


 그래도 약간 위안을 삼을만한 부분은 제 소비가 아직 두려울 만큼 크진 않았고, 지키고자 했던 목표는 꽤 성공적으로 지켰으며 치과치료 같은 돈 많이 들어가는 소비가 있었다는 점이에요.


고쳐야 할 부분은 갑자기 확 늘어난 술값이에요. 저렇게 높았던 적이 없었는데, 이렇게 보니 술자리가 너무 많았네요. 분기 기준 30만원 이하로 줄여봐야겠어요.


 작년 회고에서 느끼고 정한 목표는 다음과 같아요.  

꾸밈비  → 연 200만 원 이상 쓰기

커피값  → 월 5만 원 이하로 쓰기

2023년에 3천만 원 모으기


꾸밈비

 200만 원 이상이라니 조금 의하하죠. 다들 줄이고 싶어하는 돈을요. 저는 내, 외적으로 멋있는 사람이 되자는 목표를 정했어요. 그래서 외적으로 꾸미는 비용이 들어간 것입니다. 이번 분기에 꾸밈비는 총 23만 원 지출했습니다. 아직 버젯이 180만 원 정도 남았네요. 여름옷이나 신발은 가격이 저렴하니 가을이나 겨울 옷을 한번 입고 싶은 스타일로 질러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습니다.


커피값

 3개월 동안 165,366원을 지출했습니다. 월 5만 원으로 한번 살아보려 했는데, 약간 오버했어요. 그래도 괄목할 만합니다. 작년엔 월평균 10만 원 정도를 커피에 지출했거든요. 근데 이 목표를 의식하고 살다 보니까 거의 절반 이하로 줄일 수 있었습니다. 스스로 칭찬해주고 싶어요. 그리고 다음 분기도 달성하고 싶습니다.


3천만 원 모으기

 분기에 750만 원씩 모아야 가능한 수치예요. 그러려면 월 250만 원씩 저축해야 하고요. 치과 치료같이 큰 지출이 없다면 지금까지 벌고 쓰는 수준에서 충분히 달성할 수 있는 목표입니다. 하지만 이번 연도에 해야 할 일이 많아서 가능할 것 같지 않아요. 라섹도 받을 거고, 운전면허도 따야 합니다. 여러 가지 운동도 배울 계획이에요. 아마 다음, 다다음 분기에 다시 평가를 해봐야겠지만, 일단 이번 연도엔 아슬아슬하게 달성했습니다. 연말정산을 월급만큼 받는 바람에 이걸 커버할 수 있었어요.


 이쯤 오니까 근로소득으로 지속할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최근에 독서모임에서 근로소득 말고 여러 가지 채널에서 돈을 버시는 분을 만났는데, 근로소득이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다 보니 편안해 보였습니다. 물론 그분은 치열하게 살고 계시겠지만요. 돈을 착실히 벌고, 모으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본주의 세상에 살면서 이를 불리지 못하는 것이나 얼마든지 더 벌 수 있는 상태를 지속하는 것도 문제가 됩니다.


*뱅크샐러드 기능 중에 내 순자산과 연소득 대비 얼마나 쓰는지에 대해 볼 수 있는 탭이 있는데, 이거 보니까 위안이 좀 되더라고요. 내가 벌벌 떨고 있는 수준의 소비가 현재 내 수준에서는 그리 많지 않다는 것. 지난달 연말정산 때, 소비가 소득의 25%가 안돼서 받을 게 없다고 하시면서 돈 좀 팍팍 쓰라고 하셨는데 그 생각이 났어요. 진짜 더 팍팍 쓸거에요..!

나와 비슷한 돈을 가지고, 벌고 있는 집단과의 비교


외부활동

 결론적으로 제가 원하던 만큼의 활동은 하지 못했습니다. 콘퍼런스, 트레바리, 메모어 같은 외부활동을 많이 하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메모 어는 바로 시작해서 활동 중이고 트레바리는 3월 마지막주에서야 파트너로 활동을 시작했어요. 콘퍼런스는 자주 다니고 싶었는데, 이걸 못했어요. 1회 정도는 하고 싶었는데 말이에요.


 1분기에는 생각보다 이런 시간을 많이 갖지 못했는데, 2분기에는 외부에서 진행하는 스터디나 간단한 작업 모임, 운동 모임 등에 더 적극적으로 나가보려고요. 요즘 생각이 확장되지 않음을 많이 느껴요. 생각하던 대로만 생각하고, 느끼던 것만 느끼고 싶어 하는 것 같아서 두렵습니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봐야겠어요.


2분기 계획

 더 실천 가능한 계획으로 가려고요. 오래 끌고 가던 일들을 정리하고, 생산적 루틴을 조금 더 추가하는 방향으로요.   

스터디 종료 : 1분기에 가장 기대했던 게 이 스터디에서 만들 서비스였는데, 사실 이것 때문에 못한 게 많아요. 사실 스터디는 조금씩 와해되는 분위기에 당장 이직 때 필요한 것도 아니라서 얼른 마무리하고 진짜 중요한 걸 하려고 해요.


외부활동 늘리기 : 클라이밍, 방송댄스, 헬스 주 3회, 드럼(고민 중), 콘퍼런스 1회, 트레바리 파트너 활동 잘 마무리, 메모어 2회 차. 이 중 제가 통제할 수 있는 계획은 다 할 거예요. 최대한 저를 바쁘게 하려고요. 술약속 줄이는데도 도움이 될 거고, 조금 더 많은 사람들과 만날 수 있겠죠?


꾸밈비 소비 : 1분기에는 많이 사용하지 못했어요. 2분기에 여름옷에 좀 투자해야 할 것 같아요. 저는 여름에 무지티만 입고 바지를 여러 가지 돌려 입어와서, 티셔츠랑 신발 가방 등을 사면 될 것 같습니다. (행복한 고민..!)


꼭 해야 할 커다란 일들 : 당장은 라섹수술, 운전면허 취득이 있습니다. 두 개는 2분기에 강행할 거예요. 휴가를 다 태우더라도요. 1분기에 치과치료라는 대업을 이뤘으니, 2분기엔 더 쉬운 두 가지를 진행합니다!


공부 : 브런치, 기술 블로그 주 1회 발행, 기술 개발도서 2권 읽기 (Functional Programming with JavaScript , SICP with JavaScript), 책 3권 읽기(for 트레바리), 메모어 주간 회고 빠지지 않기. 이 정도는 지난 1분기에 제가 기대한 모습이었지만 실패했고, 조정하려 했지만 물러설 수 없는 영역이기에 그대로 갑니다. 


돈 : 최대한 1달 예산 지켜보기 (150) 특히 월 커피예산(5). 크게 나갈 돈은 면허 취득이나 라섹수술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4월부터는  클라이밍, 헬스장 등이 고정비로 추가될 예정이고요. 


총평

원래 OKR은 명확한 지표로 평가되어야 하는데, 1분기 목표는 엉터리로 짰는지 평가할 수 있는 항목이 돈밖에 없네요. 어떻게 하면 더 좋은 목표와 지표를 세우고 달성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할 것 같아요. 

 

 여하튼 1분기의 종료와 동시에 2분기가 시작되었습니다. 1분기에 절반 정도의 성공을 거뒀으니 2분기에는 정신 차리고 10%만 더 성공했으면 좋겠어요. 욕심을 내려놓고, 진짜 해야 할 일에 집중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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