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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J Aug 11. 2023

우당탕탕 여행의 시작

베트남 여행기 2. 시작부터 뭐 이렇지

 여행이라는 게 뭐 계획을 조밀조밀하게 짜도 우당탕탕의 연속이긴 한데, 이번 여행은 시작부터 이상한 일이 너무 많았습니다.


공항 가는 지하철


제 비행기는 아침 6시 비행기라서 막차를 타고 공항노숙을 한 다음 출발해야 했습니다. 그래야 다낭에 10시쯤 도착해서 그날을 온전히 써먹을 수 있으니까. 그래서 홍대입구에서 밤 11:50에 출발하는 공항철도를 타고 인천 방면으로 가고 있었습니다.


 근데 갑자기 내 옆자리에 앉은 사람이 물대포를 처음 배운 꼬부기의 시범발사처럼 구토를 쏟아내기 시작했습니다. 이미 만취한 상태에서 본인의 자제력을 상실한 상태였고, 몸이 시키는 대로 그대로 쏟아낸 것입니다.


제가 당시 흰 트레이닝 바지에 흰 티셔츠를 입고 있었는데도 검은색 가방에만 조금 튄 것을 감안하면 정말 행운이 아닐 수 없습니다. 냄새가 나기 전에 얼른 물티슈로 닦아내고 옆옆자리로 옮겼죠. 주변 사람들은 전부 그 주변을 벗어나고 그 아저씨는 신기하게도 주섬주섬 본인의 물티슈를 꺼내더니 어느 정도 봐줄 만한 정도로 본인의 결과물을 치우고 조용히 다다음 역쯤에 내렸습니다.


아무리 심신 미약인 사람이었더라도 얼마나 창피했을까. 그리고 여행 시작부터 안 좋은 꼴 당하지 않았다니! 너무너무 다행입니다.


내 모자 어디 갔어..


 산 지 2주도 안된 내 모자. 없어졌습니다. 그것도 공항 도착해서 알았습니다. 밤에 가는 거라 모자 쓸 일이 없었는데, 모자를 마지막에 챙기느라 손에 들고 다녔던 게 화근이었습니다. 어차피 나중에 밤샘하려면 머리 망가지니까 적당히 시간 보내고 쓰고 있을 예정이어서 들고 있었던 것 같은데, 그럴 거면 그냥 쓰지..


머리를 감은 지 30분도 안돼서 모자를 쓸 순 없었던 것인지 그땐 그냥 쓰기 싫어서 손에 들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와중 옆사람이 꼬부기가 되어버리고 나는 놀라서 모자를 놓쳐 아래 떨어져 있던 것 같은데 그대로 저는 또 때마침 제1터미널역이길래 벌떡 일어나서 공항으로 이동했죠. 또 그때 조금 기쁜 일이 있어서 감정적으로 약간 격양된 상태여서 이것저것 신경 쓸 겨를도 없었습니다.


모자 없이 베트남 뙤약볕을 맞을 순 없어서 베트남에 도착하자마자 사러 갔는데, 진짜 쉐입도 색깔도 전부 별로인데 가격은 한국 돈으로 5~6만 원 하니 살 맘이 뚝 떨어져서 그냥 왔습니다. 개열받네 진짜. 더워 죽겠는데!


공항에서 커플이 매우 싸움


 서로를 존중하지 못하고 사소한 주제로 싸우던 커플이 있었습니다. 제삼자의 입장이지만 너무나도 잘 들리게 바로 옆자리에 있던 사람의 입장에서 평가하자면 다음과 같다. 그게 일상이라면 뭐 그럴 수 있겠다 싶다가도, 비행기가 45분 연착되었다는 사실을 알고도 왜 미리 말하지 않았느냐 따지며 시작된 이 싸움이 도대체 왜 발생했는지 모르겠습니다.


 함께 여행을 가는 시작점인데, 너무나 감사한 시간이 아닐 수 없는데 어떻게 저렇게 싸울 수 있을까. 너무나도 날카로운 사람과, 너무나도 물렁물렁한 사람의 만남이었는데 마치 영화 엘리멘탈의 엠마와 웨이드의 언러키 버전을 보는 것 같았다. 제발 조금이라도 더 행복해지는 것을 보라고 소리라도 지르고 싶었다.


충전기 어디 갔어


 집에서 나올 때 보조배터리를 100%로 충전하고, 디지털 노마드를 선언한 상황에서 꼭 필요한 곳에만 휴대폰과 아이패드를 쓰다 보니 배터리는 거의 보조배터리로 해결했습니다. 그리고 3일째 되던 날, 보조배터리와 아이패드를 충전하기 위해 충전기를 찾는데, 휴대폰 충전기는 있는데 아이패드와 보조배터리 충전을 위한 충전선이 없는 거예요...


 마지막에 나오기 전에, 애플 C타입 충전기와 여러 포트를 동시에 지원하는 멀티타입 충전기 중 하나를 선택해서 가져왔는데, 진짜 아무 생각 없이 이거면 되겠지 하고 애플 C타입 충전기만 가져왔던 것. 부랴부랴 충전을 위해 다낭을 백방으로 뒤졌는데 우리나라 마트처럼 휴대폰 충전기를 파는 곳이 없고, 휴대폰 대리점에 가도 없었습니다. 일반 마트 딱 한 군데서 A타입 충전기를 팔길래 샀는데, 불량품이어서 바로 버렸습니다.


결국 로컬 휴대폰 판매점 중 한 곳을 찾아서 겨우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없었다면 지금 이 글도 못쓰고 아이패드와 보조배터리는 전원이 들어오지 않는 고철덩어리가 될 뻔했어요.


그나마 다행스럽게도 이 이후엔 별문제 없이 잘 다니고 있습니다. 시작이 와장창이라고 끝까지 와장창이라는 법은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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