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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J Aug 16. 2023

누구도 나를 파괴할 수 없다.

Cannot Hurt!

 거의 10년째 카카오톡 프로필 메시지를 Full Speed Ahead로 해두고도 삶이 바뀌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열심히 산다는 말은 꽤 쉽게 뱉을 수 있는, 만연한 말이니까요. 이번 여행의 시작부터 데이비드 고긴스의 책 [누구도 나를 파괴할 수 없다]를 읽었습니다.


열심히 살기

 나는 열심히 살아야 하나? 왜 그렇지? 얼마나 열심히 살아야 열심히 산다고 할 수 있을까.


 열심히 사는 것은 중요하지만 모두가 그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자의 태도는 건강하고 진취적이며, 실제로 그런 자세를 바탕으로 많은 것들을 이뤄냈지만 반대로 잃은 것들도 많습니다. 가령 소대에서의 리더십이라던가 가족관계 등이 적절한 예시가 될 것 같아요.


 스스로 생각하기에 좋은 가치가 있고, 이를 스스로의 범위 내에서 적용하고 성과를 내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지만 강요를 하는 순간 폭력이 돼버립니다. 열심히 살기도 마찬가지입니다. 극단적으로 진취적인 삶이 의미 있고 다음 목표를 달성해 내며 한계에 도전하는 삶은 본받을만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현재 주어진 삶에 만족하고 그 안에서 절제와 균형을 맞춰 편안한 삶을 살아가는 게 미덕인 사람도 있습니다.


잠재력


 할 수 있음에도 하지 않는 삶. 한 발짝 더 갈 수 있음을 알고 있음에도 멈추는 삶. 마치 떠다니듯 사는 삶. 근데 그 자체로도 나쁘지 않은 삶 아닌가?


일본엔 프리터족이라 부르는 안분지족의 삶을 영위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뭐 그 사람들이 작은 것에 감사하고, 만족하며 사는지에 대해선 잘 모르겠지만 더 할 수 있지만 하지 않는 사람들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잠재력을 논하기 전에, 선택권이 누구에게 있는지에 대해 생각해야 합니다. 저자는 한계를 돌파하는 삶을, 반대에 선 사람들은 한계를 정해둔 삶을 선택한 것입니다. 두 선택 모두 존중받아야 마땅하며, 그 결과물이 물질적인 차이를 만들어내더라도 그 자체로 큰 문제가 없는 인생입니다.


문제는 선택권이 나에게 없을 때입니다. 내가 하고 싶은 선택이 있는데, 여러 문제 되는 상황 때문에 그 선택을 내리지 못할 때. 환경, 의지, 돈, 시간 등등 우리의 선택권을 앗아가는 요소는 셀 수도 없이 많습니다.


책임거울 이론


책에서 제시하는 방법론 중 책임거울 이론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열심히 살겠다 다짐하고, 거울을 봤을 때 비치는 모습은 눈 뜨고 볼 수 없을 지경일지도 모릅니다. 여기서의 거울은 내 생김새를 비추기도 하지만, 머릿속과 가슴속을 비추기도 합니다. 거울만큼 솔직하게 우리를 평가해 주는 물건은 없습니다. 마음속 이야기와 머릿속 상황도 그렇게 평가해 줄 수 있는 거울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결국 우리는 스스로를 냉정하게 진단하고, 문제 되는 요소를 제거할 때까지 달려가야 합니다. 달콤한 말로 스스로를 위로한다면, 스스로 거울에 얼룩을 만드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솔직하게 바라보고, 비친 모습을 겸허히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마치며

 책에서 굉장히 사실적으로 묘사한 저자의 삶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많이 갈릴 것이라 생각합니다. 어떻게 보면 굉장히 진취적이지만, 그 과정은 폭력적인 면이 있습니다. 그 폭력적인 면은 다른 성취에서는 어떤 형태로 나올지 모릅니다. 연구에 있어서는 외골수 괴짜가 될 수도 있고, 네트워킹에 있어서는 이기적인 샤일록이 될 수도 있습니다.


 열심히 사는 삶은 자칫 목적지향적인 이기적인 삶으로 잘못 해석되기 쉽습니다. 꼭 저자인 데이비드 고긴스처럼 좋은 사람만 있는 건 아니잖아요. 배울 점과 경계해야 할 점을 함께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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