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소득세 신고를 했다

2025.5.6.

by 이새벽

종합소득세 신고를 했다. 지난 한 해의 수익을 새삼스레 다시 들여다볼 수밖에 없었다. 2024년 동안 내 나름대로 열심히 애썼지만, 금액을 보니 마음이 쓰리다. 처참하게 실패했다고 해도 좋을 액수다. 나름 상승세를 이어갔지만, 그것마저 연말에는 곤두박질치고 말았다. 연말에 가장 큰 수익을 거두리라 예상했는데 말이다.


기대에 한참 못 미치는 결과로 인해서 계속해나갈 수 없다고 좌절하고, 나 자신에게 실망하기도 했다. 어떤 일이든 성공하는 사람보다 실패하는 사람이 더 많은 게 당연한 거지만, 그 실패한 쪽에 내가 들어갔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괴로웠다. 요령 있게 해나가지 못하는 것 같아 나 자신이 무능력하게 느껴졌다.


기껏 마음 잡고 시작한 일이 잘 되지 않은 것에 한심하고 속상하기도 하고,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 또다시 길을 잃은 기분이기도 했다. 부정적이고 암울한 생각에서 매 순간 나를 억지로 끌어올리는 것밖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는 것 같았다. 뭘 해도 제대로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지 않는 시간을 보냈다.


더군다나 챗GPT가 지브리풍 이미지를 생성할 수 있게 업데이트된 이후에는 기존 스타일의 이미지를 전혀 생성할 수 없게 되었다. 원래도 개성과 차별화를 두는 것이 어려웠는데, 어떻게 프롬프트를 수정해도, 생성되는 그림은 결국 지브리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게 되었다. 내 입장에선 챗GPT 이미지 생성 기능은 아예 못 쓸 게 되어 버렸다.


뭔가 이것도 저것도 다 삐그덕 대고 제대로 돌아가는 게 없어진 듯했다. 모든 게 다 어긋나고 되돌릴 수 없게 된 것 같기도 했다. 지금까지 내가 한 모든 것을 의심하고 부정하는 마음속에서 현재를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나아가야 할지 막연했다.


투병 생활로 멈췄던 삶을 뒤늦게 돌려보려고 애쓰는 나에게, 1년이 아니라 1개월도 지체할 여유가 없게 느껴진다. 빨리 지금 상황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초조함으로 인해 자꾸만 나 자신에게 불친절해진다. 지난 일 년에 대한 회의감이 나를 자꾸 집어삼키려고 한다.


삶의 불확실성에서 숨겨진 가능성이 아닌 불안과 두려움만을 느끼는 것은 괴로운 일이다. 꼴사납게 괴로워하며 발버둥 치다 지쳐 널브러지니 다시 위로 떠오르기 시작한다. 그리고 받아들였다. 이렇게 진창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기분을 느끼는 순간도 과정의 일부라고 말이다.


오랫동안 삶이 멈춰졌던 탓에 자꾸 잊었던 모양이다. 어떤 일에서 성과를 거두고 성공을 거두는 것이 아니라, 어떤 보증도 기약도 없이 불확실성을 견디며 앞으로 나아가는 게 삶을 살아간다는 것이란 걸. 나는 이제 정말로 멈췄던 삶을 다시 살아가고 있기에 이 모든 것을 겪고 있는 것이란 걸. 끊임없이 뭔가를 시도하고 해보려고 하기에 실패도 한다는 걸.


나는 다시 시작하는 사람으로서, 예전처럼 걷고 있던 길을 쭉 가고 있는 게 아니기에 작은 것 하나도 순탄치 않은 과정을 겪기도 할 수밖에 없다는 걸, 그리고 그것이 때론 말도 안 되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는 걸 받아들여야 한다. 경험해보지 않았던 길을 걷는 사람으로서, 겸허한 마음이 부족했던 것 같다.


돌이켜 보면 나는 늘 적당한 선이 뭔지, 균형을 어떻게 잡아야 할지 고민했다. 상황에 따라 수도 없이 바뀌는 적정선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대응하는 경험이 아직 쌓이지 못했기에 늘 힘들었던 것 같다. 벌써 1년이나 지난 게 아니라, 아직 1년밖에 지나지 않은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기계적으로 지금까지 해오던 걸 마냥 답습하며 그냥 버티기만 하는 걸로 끝나서는 안 될 것이다. 지난 일 년의 시행착오를 통해 다른 관점이나 방향으로 접근해 보기로 했다. 그리고 조금 더 나 자신을 믿어 주기로 했다. 처음 계획했던 형태는 아닐지라도, 결국은 내가 해낼 수 있을 거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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