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바쁘고 고되다

2025.1.29.

by 이새벽

하루가 바쁘고 고되다. 눕기는커녕 앉아있는 때도 별로 없다. 요즘 매일 틈만 나면 청소하기 바쁘다. 닦고 쓸고 정리하는 것보다 필요 없는 물건 버리는 일이 더 중요하다. 책상 위에 흐트러진 작은 종이 하나만 버려도 달라지는데 쓰레기 봉지 하나 가득 물건을 버리는 건 오죽할까.


청소하는 내내 참 미련하게도 많은 물건을 부여잡고 살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건 도대체 왜 가지고 있던 걸까 싶은 물건이 있는가 하면, 아직 버리기 아까워서 뒀다가 이제 이쯤 미련 뒀으면 됐다 싶어서 버리게 되는 물건도 있다. 이런 건 뭐 하러 궁상맞게 모아두고 있었나 싶은 물건도 있다.


내 공간에 소유하고 있다고 해서 과연 그게 내 물건이라고 말할 수 있는 걸까. 물건은 가지고 있는 것보단 그 쓰임을 다할 때야 가치가 있고 생명을 가지게 된다. 나는 내 주변 물건의 생명을 죽이고 있었던 건 아닌가 반성하게 된다. 그리고 결심했다. 물건을 살 때는 더욱 신중하고, 버릴 때는 더욱 과감해지기로.


작업 환경이 쾌적해졌음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오히려 더 효율적으로 공간을 쓰게 될 수 있게 되고 넓지 않은 방 안이더라도 특정 공간에서는 딱 그 용도의 일만 집중할 수 있도록 나름대로 구획도 나눴다. 아직 완성된 형태라고 할 수 없지만 정리를 하며 마음도 가뿐해진다. 서두에 바쁘고 고되다 했으나 하루하루가 이 정도로 만족스러웠던 것은 최근 몇 년을 놓고 봐도 손에 꼽을 것이다.


이전에 병으로 앓아누워있던 몇 년 동안 정리되지 못하고 방치되어 있는 부분도 많다. 묵은 때를 벗겨내는 것은 방치된 세월이 길수록 힘들어지는 법이다. 그래도 매일 꾸준히 지치지 않고 조금씩 하나씩 바꿔나가는 것으로 모든 것이 달라졌다. 행복은 가까이에 있다더니 그냥 집에 있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게 된다.


미니멀리스트까지 될 생각은 없지만, 괜한 기억에 잡히지 않고 수명을 다하거나 내게 쓰임이 사라진 것은 모두 버릴 생각이다. 옷이나 화장, 다이어트로 나를 가꾸고 꾸미는 것만이 자신을 돌보는 일이 아니다. 내 환경을 청결하고 단정히 돌보고, 그 환경이 또한 나를 가꾸도록 하는 선순환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흔히 너무 일만 하지 말고 휴식을 취하라고, 쉬라고 하지만, 그저 넋 놓고 쉬거나 여행을 다녀오거나 요란하게 사람들을 만나 노는 것만으로 피로가 풀리지 않기도 한다. 오히려 더 피곤해지는 경우도 많다. 순간은 즐거워도 일상으로 다시 돌아오면 한여름밤의 허무한 꿈처럼 그 순간의 즐거움은 일상의 활력으로 이어지지 않고 사라지기도 한다. 카드값만 남긴 채.


진정 쉬는 것은 내 몸과 마음과 주변을 정돈하고 비워내고 삶에 여백을 찾아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더하는 것보다 빼는 것이 더 중요하고, 늘리는 것보다 줄이는 것이 더 중요하고, 하는 것보다 하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할 때가 있다.


나는 지식으로 이것이 중요하다는 걸 알고 있으면서 그 지식을 얼마나 내 삶에 적절히 잘 적용했던가를 생각하면 아직 갈길이 멀다. 그러나 갈 길도 멀지만 지금껏 지나온 길도 길었다. 나는 그토록 먼 길을 포기하지 않고 여기까지 온 것이다. 그것은 불변의 과거로 부인할 여지도 없고, 스스로 자랑스럽게 여겨도 될 만한 부분이다.


2025년도 지금 하고 있는 일은 계속해야 하고, 계속할 거고, 계속하고 싶다. 하나의 목표를 향해 내 모든 일상 하나하나를 그 목표에 포커스를 맞추고 이뤄나가는 과정 자체가 나에게 크나큰 희열을 준다. 어떤 의미에서 나는 결과보다 과정이 더 중요한 사람이다.


진심으로 그렇게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찾을 수 있느냐가 대부분의 사람이 누구나 고민하는 가장 크고 중요하고 어려운 문제일 것이다. 언젠가가 아니라 지금 현재 당장 현실에서 쓰면서 물건의 가치와 생명을 살리듯 나의 삶도 살려 나갈 수 있길 설날을 맞아 소망해 본다. 새해 복 많이 받자. 새해 복을 스스로 불러들이고 만들어 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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