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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새벽 Mar 21. 2024

줄이면 줄일수록 더 좋아진다

2024.3.20.

줄이면 줄일수록 더 좋아진다. 무작정 투입량을 늘리고 더 많이 생산하려는 욕심을 내려놓는다. 내가 하고 있는 일은 점검하고 개선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핵심을 파악하고 본질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난다. 비슷한 일을 해도 더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다. 그동안 머리를 안 써서 몸이 고생했다는 생각이 들어 실소가 나왔다.


새로운 것을 더 하지 않고 이미 있는 것을 약간 새롭게 하는 것만으로 허들 하나를 바로 넘었다. 비록 아주 작은 허들이지만, 무조건 더 많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이 고작 이런 걸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였다니 허탈해지기까지 했다. 나는 현재 가지고 있는 것을 최대한 활용하지 못하고 있었다. 더 많이 가지기 위해 힘들게 애쓰지 않아도 바로 원하는 걸 얻을 수 있었다.


늘리는 게 아니라 줄이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으니 나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도널드 밀러의 "무기가 되는 시스템"에서 나왔던 제품군 최적화를 진행하고 있다. 새 제품 출시를 고려하기 전에 이미 잘 팔리는 제품을 더 잘 파는 법을 고민하고, 잘 팔리는 제품을 두 배로 늘리면 안 팔리는 제품은 과감히 버리는 것을 고려하라고 했다. 할 수 있다고 다 하지 말고, 만족할 결과가 나올 일을 해야 한다. 


정량적인 것만이 아니라 정성적인 것도 무조건 늘리는 쪽으로 생각이 가게 되곤 한다. 더 많은 지식을 얻으려고 하고, 그러기 위해서 더 많은 책을 읽으려고 하고 여러 분야를 다 알려고 한다. 시간이 부족해서 그렇게 하지 못하면 내가 놓치고 있을지도 모르는 유용한 어떤 것에 조바심 내며 작은 불안감이 지박령처럼 마음속에 자리 잡게 된다.


가지고 있는 책을 전부 읽지 않더라도, 책을 끝까지 읽지 않더라도, 내가 품고 있는 몇 가지 구절을 실제로 적용하고 실천하는 것만으로 많은 것이 변할 수 있다. 반드시 쓸모가 있어야만 책은 읽는 것은 아니고 그저 책 읽는 행위 자체에서 오는 기쁨과 즐거움만으로도 책을 읽을 가치는 충분하지만 말이다.


모든 것을 완벽하게 알고 있는 상태에서 시작할 수 없다. 시작하는 단계에서는 지나고 보면 시간과 노력이 아깝고 진작 이렇게 했으면 좋았을 거란 생각에 아쉬움이 몰려드는 순간이 많다. 고작 이런 작은 거 하나 챙기지 못했다는 사실에 자괴감 같은 감정이 들기도 한다. 과정이 너무 힘들고 길면 보상이 있어도 그다지 기쁘지 않기도 하다. 그렇더라도 사무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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