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새벽 Feb 16. 2024

요즘 하루가 정신없이 흘러간다

2024.2.13.

요즘 하루가 정신없이 흘러간다. 일어나서부터 잠들기 전까지 뭘 하고 있기는 한데 정신이 시간의 흐름에 떠내려 가서 내가 했다는 실감이 잘 나지 않는다. 내가 마리오네트 인형이 되어 누군가에게 조종당하는 느낌은 아니다. 내가 조종하는 마리오네트 인형이 뭔가 하는 걸 멍하니 지켜보고 있는 기분이다.

하루종일 블루투스 키보드와 마우스를 조작하기 때문일까? 내가 하는 일 중 많은 부분에서 생성형 AI를 활용하기 때문일까? 매일 정해진 일을 스케줄에 맞춰 기계적으로 하고 있기 때문일까? 그냥 단순히 스스로에게 너무 많은 일을 부과했기 때문일까?

현재 내가 하고 있는 일을 내가 온전히 다 장악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어떤 시스템 안에서 그 시스템에 맞춰서 정해진 일을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지금까지 가보지 않았던 길을 걸어가고 있다. 이 길의 끝에 무엇이 있는지도 알 수 없고, 이 길이 맞는지도 잘 모른다. 난 그냥 무작정 이 길을 가기로 결정했고, 작은 성과에 기대어 쉬지 않고 걸어가고 있다.

혼자 모든 것을 판단하고 결정하고 행동해야 하는 것이 고달프기도 하다. 지금은 무엇에 중점을 둬야 하는 때인지, 뭘 해야 하는 때인지, 그 무엇 하나 제대로 알 수 없다. 이전부터 하고 있던 것을,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다급하게 하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멈출 수 없기 때문에 달리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요즘 차분히 책을 읽지 못했다. 그렇게 오늘 하루도 끝나고 말았다. 책을 읽어야 하는데, 강의를 들어야 하는데, 이런 생각에 마음이 또 불편해진다. 현재 내가 감당하기에는 너무 많은 스케줄을 무조건 해야 하는 것으로 스스로에게 부과하면서 힘들어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내가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그렇게 해야 한다면서 힘들어도 버티라고 자신에게 말한다. 그러나 그렇게 한다고 해서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는지는 나 자신도 모른다.

며칠 전, 잘 쉬는 게 뭔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어딘가에서 잠이 모든 걸 해결해 주길 바라지 말아야 한다는 글을 봤다. 지독히 공감했다. 아무리 자고 일어나도 잘 쉬었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때가 많다. 그나마 찾은 방법 중 가장 좋은 것은 몸의 근육을 충분히 풀어주고 잠드는 것이다. 운동 부족 때문인지 그것만으로도 아침에 못 일어나고 뻗어 버리지만, 그래도 기분 좋게 자고 일어날 수 있다.


그리고 이렇게 글을 쓴다. 글이야 매일 하루종일 쓰는 것이지만, 오롯이 나에 대해서만 글을 쓰는 건 오랜만이다. 계속 에너지를 외부를 향해서만 쓰고 있었기 때문에 지쳤던 거 같기도 하다. 그냥 이렇게 가만히 내 안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갖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느긋해지고 싶었던 걸지도 모른다.

하루종일 내 스스로 정해 놓은 것들에 쫓기고 달아나기에 바쁘다. 오늘 해야 할 일을 마쳤는데도 쫓기고 달아났다는 느낌이 드니 이상한 일이다. 나는 하루종일 무엇에 쫓기고 무엇으로부터 달아난 걸까. 무엇을 끝마친 것이 하나를 쌓은 것이 아니라, 부족한 것을 메꾼 것으로 여기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저 부채를 갚아 나가기만 한 하루, 멈춰 서있던 인생의 공백기를 필사적으로 메꿔야만 하는 나날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