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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새벽 Feb 16. 2024

구태여 외출을 했다

2024.2.14.

구태여 외출을 했다. 조금 여유를 두고, 현재 내가 하고 있는 일을 조망하기 위한 시간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전에 알게 된 옆 동네에 있는 구움 과자집에 들러 까눌레와 휘낭시에를 몇 개 샀다. 꽤 거리가 있었기 때문에 걸으면서 노래처럼 강의를 듣기도 하고, 음성지원 기능으로 웹소설을 읽기도 했다. 그리고 북카페 느낌으로 꾸며진 스터디 카페에 갔다. 블로그 리뷰에서 사진을 보고 생각했던 것과는 느낌이 달라서 조금 실망했다. 역시 다른 사람이 만든 프레임을 통해 봐서는 알 수 없는 것이 있다.

까눌레 한 개와 아메리카노를 먹으면서 한숨 돌리고, 불렛저널을 펼쳐 두 페이지에 걸쳐 2월 달력을 그렸다. 그리고 날짜별로 스케줄을 쭉 정리해서 한눈에 볼 수 있게 정리했다. 내가 뭘 했었는지, 지금 얼마만큼의 일을 하고 있는지, 남은 한 달 동안 뭘 더 해야 하는지. 정리해놓고 보니 그동안 아등바등 뭘 하긴 했구나 싶은 생각이 들면서, 현재 하고 있는 일에서 자리를 잡기 위해서 조금 더 체계를 잡았다.

원래는 하고 있는 일을 정리하고 여유를 챙기려고 했는데, 오히려 현재 하고 있는 일보다 할 일을 더 늘리게 됐다. 위축되기보다는 현재 하고 있는 일을 압축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하기로 했다. 현재 하고 있는 일은 유지하면서 질적인 향상을 당분간 꾀하지 않기로 했다. 현재 하고 있는 일을 유지하고 익숙해지는 것. 현재 단계에 능숙해는 것. 그것에 집중하기로 했다.

지금까지는 일정 수입을 기준으로 목표를 설정했는데 그러다 보니 하루도 마음 편하게 쉴 수가 없어서 힘들었던 것 같다. 경주마처럼 하염없이 달릴 수밖에 없었고, 목표를 달성하지도 못하니 의욕이 떨어지고 지치기만 했다. 노력해야 하는 건 최소한의 조건이긴 하지만, 마냥 힘을 쏟아붓는다고 해서 그에 정비례해서 결과를 얻을 수는 없는 일이다.

현재 상태에서 성장 한계치에 도달한다면 마냥 시간과 노력을 쏟아붓는 게 아니라, 딱 한계치만큼만의 시간과 노력을 들이고 다른 대안을 모색하는 것이 나을지도 모른다. 당장 여기서 크게 이루겠다고 덤빈다고 해서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는 일이고, 그러기에는 아직 내 경험과 실력이 부족하고 역량을 키울 시간이 필요하다. 어쩌면 지금까지의 시간은 내가 얼마나 부족한지를 깨닫기 위한 시간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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