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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새벽 Sep 21. 2024

재미난 일을 하면 어떻게든 굴러간다, 미시마 쿠니히로

2024.9.16.

썩 잘된다고는 할 수 없지만 나름 잘 굴러가는 회사의 생생한 이야기


애당초 ‘일상’은 극적이지 않습니다. 해피엔딩도 새드엔딩도 없다 보니 살아 있는 한, 그러니까 적어도 계속 일하는 한, 좋은 일도 있고 나쁜 일도 있습니다. 분명한 것은 일상에는 엔딩이 없다는 것입니다. 이 끝이 없는 일상을 ‘나름 잘 굴리며’ 지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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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굴러간다’는 느낌을 계속 유지하려면 우리의 일을 그리고 우리 출판사에서 나오는 책들을 우리 스스로 재미있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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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이 생각하는 재미’만 목표로 삼아서는 잘 굴러간다고 말하기 어렵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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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하게 여기는 ‘재미’를 살리면서 담담하고 극적이지 않은 일상을 사는 것. 그것은 시장의 낌새를 살펴 다른 사람의 재미를 쫓는 행위와는 다릅니다.


1장 '재미있는 것'을 계속하려면


우리의 '재미 추구'가 위협받고 있다?


이렇게 생각한 배경에는 위기감이 있습니다. 위기감이 없으면 애당초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겠지요. 이 위기감이 무엇인가 하면, 우리의 ‘재미 추구’가 위협받고 있다는 데서 기인합니다. ‘재미’를 형태로 만들어서 독자들에게 전하는 것. 이것은 우리 일의 핵심이자 생명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우리가 재미를 추구하는 환경이 점점 안 좋아지고 있다고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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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하다 보니 바뀌었던 거죠. 바뀌고자 해서 바뀌었다기보다 발버둥 치며 겨우겨우 위기에서 탈출하려고 바뀌었던 거죠. 행운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서점이 버팀목이 되어 주면서


당장 내일도 유지된다는 보장이 눈곱만치도 없는 회사를 어떻게든 유지하려고 발버둥 쳤습니다. 단지 그뿐이었습니다.


냉엄한 현실을 인정하자 찾아온 '명랑함'


"도대체 나는 '원점회귀'와 '명랑'이라는 말에 어떤 생각을 담으려고 했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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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저도 그 말을 제대로 알고 사용한 것이 아니라는 걸 이제야 깨달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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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이쪽이다!’ 하고 직감합니다. 그리고 그 직감이 가리키는 말을 찾아냅니다. 혹은 직감과 동시에 말을 붙잡습니다. 그렇게 붙잡은 말을 큰 연못에 던집니다. 풍덩. 동심원으로 퍼져 나가는 파문을 보며 천천히 가라앉는 말의 움직임을 느낍니다. 그럼 말의 주위로 자석에 이끌리듯이 뭔가가 달라붙습니다. 그것은 그 대상에 동화하도록 반응하는 감도를 높입니다. 그러면 그것들이 그 말을 형성하는 ‘의미’인 것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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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하든 책 만드는 일은 힘든 일이라는 것, 게다가 앞으로는 책을 편집하는 일만으로는 살아남지 못한다는 것, 영업과 경영 등 모든 일을 해야 한다는 것. 내리막길을 점점 굴러 내려가고 있는 듯한 업계에서 말이죠. 그래서 적어도 매일 일을 하는 동안에는 ‘명랑’하게 지내자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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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함'은 이 업계가 놓인 냉엄한 현실을 인정하지 않으면 실현되기 어렵습니다. 그 현실을 회피해서는 불가능한 일이죠.


두 거점 체제로


지유가오카와 교토, 두 거점을 두는 체제를 시작했습니다. 그렇다고는 하지만 도쿄에 중점을 둔 채로 일을 진행하는 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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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로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닙니다.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이 이도 저도 아닌 것이야말로 우리 자신의 숨길 수 없는 실력이고 현실이라는 점입니다. 만약 그때 도쿄(사무실)를 걷어치웠다면 회사는 유지되지 못했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두 가지 현실 사이에서


종수 늘리는 것을 생각하지 않고 최적의 타이밍에 '재미'를 구현하는 동시에 우리가 먹고살 수 있을 만큼은 출간해야만 한다는 두 가지 '현실' 사이에서 땀 흘리며 열심히 일한 결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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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하고 싶다'고 강력하게 바라는 현실 하나. 그리고 책을 만들어 파는, 이것 말고는 돈이 돌 방법이 없는 또 다른 현실 하나. 이것이 두 가지 현실입니다. 두 가지 모두 현실이고 둘 중 하나만으로 사업은 성립하지 않습니다. 유지할 수 없지요. 하나의 현실을 부정하고 다른 하나의 현실만을 선택하면 사업은 아무래도 취약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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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거점 체제가 미시마샤의 두 가지 현실을 반영한 결과인 것처럼 누구든 두 현실 사이에 있습니다. 우리의 출판 활동은 이 두 현실에 피가 통하게 해야 합니다.


어떤 변화가 필요할까


'재미있는 것'을 작은 조직과 회사에서 계속하기 위해서 제가 지금 생각하고 싶은 것은 '그것을 위해 어떤 변화가 필요한가'입니다. "항상 두 가지"는 있다는 해답에서 하나의 '답'을 찾아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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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당장은 우리 회사가 추구하는 방식이 특이해 보일지 모르겠지만 시간이 흐르고 우리의 운영 방식에 공감하는 회사가 하나둘 등장하면 결과적으로 '특이함'이 '특이함이 아니게 되는' 것을 목표로 삼아 변화하고 싶습니다. 그렇게 '재미'를 계속 추구하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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