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새벽 Sep 14. 2024

단세포적 소비(동아비즈니스리뷰 400호), 여준상 지음

2024.9.10.

고가의 소비재조차도 충분한 숙고를 통해 결정하기보다는 순간의 감정이나 주변 분위기에 영향을 받아 즉흥적, 단편적으로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

사회, 정보, 기술의 발달이 판단의 신중성을 키울 것이라 봤지만 오히려 전에 없던 불확실성과 정보 과잉에 소비자의 집중도가 떨어지면서 복잡한 의사결정을 기피하고 단순한 소비를 지향하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소비의 성격이 장기, 계획, 체계에서 단기, 즉흥, 지름길로 바뀌면서 쉽고 가벼운 충동성을 띤 소비, 즉 ‘저관여화된 소비’가 늘고 있는 셈이다.


1. 커지는 불안... 현재 감성 충족에 초점

불확실한 미래보다 확실한 현재를 즐기자


불확실성이 만들어내는 또 다른 결과물은 자기중심적 감정 발현이다. 불확실성이 커지면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방어기제를 발전시킨다. 살기 위해, 자신을 지키기 위해 자기중심적 경로를 택한다. 확실한 상황이라면 주변 환경을 살피면서 넓은 시야에서 이성적 판단을 하려 하겠지만 환경의 불확실성으로 불안을 느끼는 순간 시야는 좁아지며 자기중심적인 근시안이 된다. 느린 이성보다 빠른 감정이 개입된다. 순간의 자기감정에 충실한 충동적 의사결정이 일어나기 쉬운 것이다. 합리적 예측을 뛰어넘는 불확실성이 합리성 기반의 체계적 사고를 무력화하며 자기중심의 감성 발현이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된다.

-

미래는 불확실하지만 과거와 현재는 확실성을 가진다. 따라서 레트로(Retro) 등 과거 소재의 아이템과 ‘역주행 콘텐츠’는 긍정적이고 안정적인 기분을 자아내 불확실성의 시대에도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2. 선택지가 넘쳐나는 사회, "휴리스틱 소비"

대충 한두 가지 보고 선택하는 지름길 찾자


선택지가 넘쳐날 때는 오히려 한두 가지 정보에 방점을 찍고 의사결정을 단순화시키는 진화된 휴리스틱에 대한 관점 전환이 필요하다.

-

최근 들어 마케팅에서 특정 사람을 내세우고, 특정 장소를 언급하며, 특정 브랜드와의 협업을 강조하는 것은 복잡하고 어렵게 생각하는 소비자를 단순화시켜 팬으로 만들기 위함이다.

-

휴리스틱은 고정돼 있지 않고 진화한다. 소비자들은 시시각각 변하는 구매 환경과 기업 마케팅에 적응해 가면서 속단의 지름길을 만들어간다. 예를 들어 구매 후기 기능이 마케팅에 사용되던 초기에는 그 개수가 많지 않아 후기 내용이 판단의 근거로 사용됐다. 그러나 지금은 후기가 너무 많아져 비슷비슷한 점수의 내용보다는 전체 후기 개수로 품질을 판단하는 진화가 일어나고 있다. 정보가 많아진다는 것은 속단과 추단, 어림짐작할 기회가 많아짐을 의미하며 전에 없던 새로운 휴리스틱의 등장을 의미하기도 한다.


3. 시간 압박과 숏폼 시대의 압축 소비

시간 없으니 결론부터 빨리 보여줘!


시간 압박은 행동의 충동성을 키운다. 시간이 없어 놓칠 수 있다는 걱정이 강박을 가져오는 것이다. 시간 여유가 있으면 본질을 탐구하면서 의미를 찾아가는 느린 소비가 가능하지만 여유가 없으면 당장 눈에 보이는 것 위주로 빠른 소비를 해야 한다.


4. AI 발전이 불러온 게으른 소비

맡겨 놓으니 고민 없이 세상 편하네


자동 추천 시스템은 소비자의 생각과 고민을 줄여줘 편리하게 해주는 한편 소비를 저관여화된 양상으로 변모시키고 있다. 즉 자기만의 방식으로 능동적 소비를 하기보다는 시간과 노력을 덜 들이고 시스템에 수동적으로 반응하는 소비를 확산하는 것이다.


5. 대체재가 넘쳐나는 시대의 가벼운 소비

더 나은 제품이 금방 출시되니 고민 필요 없어


가격 부담이 덜한 제품은 잘못 사더라도 구매로 인해 손실이 적기에 그만큼 후회도 적다. 가격과 비슷한 논리로 구매에 투입되는 시간과 노력도 줄어들고 있다. 같은 가격이라면 너무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하는 구매는 피하는 것이다. 나중에 후회하더라도 손실이 적도록 구매 시 투입하는 인풋을 조금이라도 줄이고자 한다. 이런 이유로 최근 비싸지 않은 가격에 적당한 기능이나 성능을 가진 무난한 디자인의 제품에 대한 소비가 늘고 있다.


6. 쉬운 처분 가능해 일단 사는 소비

맘에 안 들면 반품하거나 당근에 팔면 되지


구매 후 처분이 쉬우면 신중하지 않고 조급한 구매를 부추긴다. 마음에 안 들면 중고 거래로 팔아 현금화하거나 다른 제품으로 교환 거래할 수 있기에 일단 ‘사고 보자’는 식의 충동적 구매가 일어나기 쉽다.


지나친 단세포적 소비는 경계 해야


기업들은 기다렸다가 기회를 보고 홈런을 친다는 전략으로 대응해선 안 된다. 소비의 성격이 휘발성을 띠기에 방망이를 짧게 잡고 계속해서 안타를 친다는 생각으로 빠르고 가벼운 전략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3 꿈과 돈, 니시노 아키히로 지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