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새벽 Oct 16. 2024

프롤로그_질문과 글쓰기

생성형 AI 시대에는 어떻게 질문하는지가 중요하다고 한다. 생성형 AI가 글도 그림도 영상도 모두 만들어 줄 테니 직접 만들 필요가 없다고 한다. 더 이상 작가와 화가가 필요 없는 시대가 오고 있다고 한다. 다만, 생성형 AI가 더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도록 프롬프트로 어떻게 질문하는지가 중요해지고 있다.


Garbage in, garbage out, 쓰레기가 들어가면 쓰레기가 나온다. 형편없는 데이터를 넣으면 형편없는 결과가 나온다는, IT 업계에서 자주 쓰이는 말이다. 생성형 AI에도 여지없이 적용되며, 더할 나위 없이 적합한 표현이다. 최적의 결과물을 낼 수 있는 프롬프트를 개발하는 프롬프트 엔지니어라는 직업이 주목받기도 한다.


기술은 부족한 노동력을 보충하고자 하는 필요에 의해 발달한 지혜다. 서양이 동양보다 과학 기술이 더 발달하게 된 것에는 부족한 인구수를 대신하기 위한 이유도 있다고 한다. 필요하지만 단순하고 반복적인 노동에서 벗어나 높은 가치를 창출하는 일에 시간과 노력을 쏟을 수 있게 하는 것이 기술의 본질이 아닐까 한다.


글쓰기는 결과물의 그럴듯함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글 쓰는 과정이 단순 노동이 아닌 글쓰기가 있다. 생각과 감정을 정리하고 나의 언어를 만들어 나가는 작업 자체가 의미가 있는 글쓰기가 있다. 내가 담기고 나만의 것을 만들어 내는 순간이 글 쓰는 과정 안에 있다.


어떤 일은 질문, 즉 어떤 비전과 아이디어를 가지고 방향을 잡느냐가 중요하지만 글쓰기는 평범하고 단순한 질문에 자기 자신을 어떻게 담는지가 더 중요하다. 그래서 생성형 AI가 질문하게 하고, 내가 답변을 생성, 즉 글을 쓰고자 한다. 지금부터 할 연재는 생성형 AI를 이용해서 가치를 만들어 내는 여정에 대한 기록이다.


그냥 아무거나 이것저것 글 쓰면서 혼자 놀고 싶은 것이기도 하다.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이 뭔가 그리면서 놀고 싶은데 뭘 그릴지 모르겠는 그런 기분이랄까. 폴라로이드 사진이 나오는 게 신기해서 자꾸 찍고 싶은데 뭘 찍어야 필름이 아깝지 않을지 고민하는 그런 기분이랄까.


생성형 AI에게 질문에 대해서 몇 가지 주문을 했다. 너무 평범하고 뻔한 질문을 하지 않을 것, 생성형 AI와 관련된 질문을 하지 않을 것, 너무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은 하지 않을 것. 5개의 질문 중 하나를 고를 수 있게 해 줄 것. 질문을 받은 후 과정을 정리하면 이렇다.


1. 생성형 AI가 생성한 5개의 질문 중 하나를 골라 답변을 작성한다.

2. 답변을 입력하여 그에 대한 생성형 AI의 반응을 받는다.

3. 질문과 답변, 그에 대한 반응을 하나의 대화 기록을 정리한다.

4. 대화 기록을 보고 새로운 대화창에서 생성형 AI가 질문을 5개 생성하도록 한다.


매 회차마다 하나의 대화 기록을 정리해서 연재할 생각이다. 매일 하루에 몇 시간씩 생성형 AI을 사용하지만 이런 시도는 처음이라서 기대도 되고 설레기도 한다. 한편으로는 브런치북에 처음으로 연재까지 하는데 너무 시시하고 재미없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된다. 어떤 여정이 될까. 이 여정을 무사히 잘 마칠 수 있을까.


무엇을 얻을지 알 수 없어도, 무엇을 얻지 않아도, 일단 그냥 그곳에 가보라고 했던 어떤 여행가의 말이 떠오른다. 오즈의 마법사에서 도로시는 노란 벽돌 길의 끝에 자신이 원하는 것이 없다는 것을 알고서야 더 이상 노란 벽돌길을 따라 걷지 않아도 되었다. 이 여정의 끝에 무엇이 있든, 그것 또한 그 나름의 완결일 테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