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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실은통한다 Dec 22. 2020

백수가 되고 청소를 했다


백수 2일 차를 맞이한 우리 신랑은
마치 2년 동안은 일을 안 한 것 같은 공허한 기분이라고 했다

“그건 우리가 무수리 근성이라서 그래”

방송계에 발을 들인 순간부터
주말 반납은 기본
휴가가 뭔가요
크리스마스가 뭔가요  
일, 일, 일에 파묻혀 살아왔고
그것은 마치 그림자처럼 당연하듯
어둡지만  
멀리서 희미하게 보면 좀 멋져 보이는 실루엣 같은 것이다.

이 불안감을 어떻게 떨쳐야 하지...라고 고민하던 신랑은
청소를 시작했다.

갑자기 안방 침대를 작은방으로 옮기고
한편에 박제돼 있던 박스를 뜯더니 정리했으며
방 한구석에서 잃어버린 줄 알았던

넷플릭스 리모컨과 생활비 카드를 찾아냈다

대청소를 하면서 달라져가는

집 사진을 전송해 주는 신랑이 참 귀엽다.

요 며칠 동안 나는 참 많은 상상을 했다.
수능을 다시 봐서 로스쿨에 입학해 변호사가 되거나
몇 달 동안 천부적인 소질을 발휘해 책을 발간한 뒤
베스트셀러 작가 반열에 등극하고   
비법 양념으로 숙성한 오리 고기 배달 사업으로

대박을 칠 수 있다면!!!

그냥... 나도 김은희 작가처럼 성공해서
우리 신랑 장항준 감독처럼

호의호식하게 해주고 싶은 마음일 뿐!  

오늘, 네 마음에 있는  
묵은 감정들까지도 쓸어버리길~



이삿날인줄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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