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진실은통한다 Jun 12. 2020

OPEN YOUR EYES


고니는 말했다.  “근데... 이 일곱 끝이 구라다, 이 새끼가 이 타이밍에 나한테 구라를 치고 있다! 이걸 어떻게 아십니까?”

짝귀가 답했다. “그 사람의 마음을 읽어야지 화투는 손이 아니라 마음으로 치는 거지”

(......)

“그 마음을 그걸 어... 어떻게 읽죠?”
“내도 모르지... (술을 한 잔 들이켠 뒤)  구라 칠 때 절대 상대방 눈을 보지 마...!”

영화 <타짜>의 한 장면이다. 짝귀의 멍하면서도 단호한 눈빛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또 다른 영화 <살인의 추억>에 박형사는 용의자를 보며 "내 눈을 똑바로 보시지!"라며 자백을 요구한다.  인간이 갖고 있는 신체 장기들 중에 '눈'만큼 정직하게 움직이는 것이 또 있을까.

가끔 예정에 없던 늦은 귀가를 하는 신랑에게 “좀 늦었네? 혹시 술 마셨어?”라고 물어보면, “어? 아니~ 술은 무슨! 여태 작업하다 왔지”라면서 동공이 흔들리는 것이 느껴진다. 난 마음속으로, ‘어디서 개구라를...!!’외치지만, 겉으로는 “그래, 피곤하겠다. 얼른 들어가서 쉬어”하고 넘어가 준다.
 
말에 진실이 담긴 사람과 거짓을 이야기하는 사람은 눈빛에서 분명 차이가 있다. ‘눈빛이 살아있다,

초롱초롱하다’ 혹은, ‘눈빛이 흐리멍덩하다, 음산하다’등 어떤 사람의 분위기를 말할 때도 ‘눈빛’을 중요하게 보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기에 정말 무서운 게 눈빛에 감정이 없는 사람들이다. 남편을 잔혹하게 살해한 고유정이나, N번방의 조주빈이 그러했다. 사이코패스처럼 자신의 거짓을 태연하게 포장하는 사람들은 정말 ‘눈 하나 깜짝 안하고’ 거짓말을 일삼는다.
 

그래서 난 진짜 ‘인간미’ 있다는 것은, 눈빛이 감정에 따라 쉽게 움직이는 사람이라 말하고 싶다. 설령 거짓말을 할지언정 눈에서 티가 나는 허술한 사람, 왜 거짓말했냐고 따져 물으면, 해명은 제대로 못할지언정 그 눈에 미안함이 담겨 있는 그런 사람 말이다. 화려한 언변이 없더라도 진심이 담긴 눈빛이면 사람의 마음이 움직이는 법이다.


내가 좋아하는 노희경 작가의 작품 중 <아직 사랑하지 않는 자, 유죄>라는 에세이가 있다. 여러 에피소드 중 배우 윤여정 씨에 대한 내용이 참 와 닿았는데, 작가는 그녀를 ‘눈빛 하나로 삶을 보듬는 사람’이라 표현했다.


칠순의 나이에도 그녀가 배우로서 롱런할 수 있는 비결은 ‘또릿한 눈빛’으로 연기하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그냥 지긋히 쳐다만 보는데도 위로받고 눈물을 흘리게 되는 내공의 눈빛 말이다.    

눈이란, 사람의 기분, 성품, 성향, 본능까지 들어있는  광활한 우주와도 같은 곳이지만 그 안에 딱 한 가지, 거짓을 담을 수는 없다. 그렇기에 신성하고 순수한 것 아닐까 싶다.


누군가를 진정 위로해야 할 때, 혹은 누군가에게 무언의 항변을 할 때, 그리고 사랑하는 이를 바라볼 때, 그 어떤 순간에도 눈은 '깨어있어야'겠다.   
 


작가의 이전글 한낮의 습격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