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면 우리 가족은 모든 방문과 모든 창문을 열어놓고 거실바닥에 요를 깔고 잤다(방충망은 물론 다 닫아 놓는다). 전기세가 아까웠기 때문에 에어컨과 선풍기를 틀어놓고 잠을 잔다는 건 사치였던 시절이었다. 그런 거 없이도 우리 가족은 잘만 잤다. 여름에 거실에서 네 명이서 다 같이 자는 것은 우리 가족의 전통이었다. 이 전통은 우리 가족이 이곳, 두 번째 집을 떠날 때까지 계속되었다.
꼬마였던 나는 매일 이부자리 안쪽에서만 잠을 잘 수 있었다. 언제는 자리를 바꿔서 자고 싶어서 아빠에게 이번엔 내가 테두리 자리에서 잠을 자고 싶다고 말했다. 같은 자리에서만 자니까 지겹기도 했고 아빠 자리가 더 시원해 보이기도 했다. 바로 옆에 응달 같은 방이 있었고 그 방 창문이 커서 시원한 바람이 더 잘 들어오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자 아빠는 내게 말했다.
“저 창문 타고 곰 들어온다. 아빠가 곰 잡아야지. 곰한테 잡아 먹힌다.”
튼실한 아빠가 모서리에서 자야지, 아니면 형이. 꼬마인 넌 아직 안 된다는 것이었다. 네댓 살이었나.
나는 처음에 반신반의하였다. 하지만 크기가 크고 털이 복슬복슬한 곰을 떠올리자 나는 무서워졌다. 그러고선 그대로 매일같이 자던 내 자리에서 잠을 잤다. 역시 아빠는 믿음직스러웠다. 무거운 걸 잘 드는 아빠면 곰 정도는 까짓것 별 거 아니라고 생각했다!
아마 새벽바람이 차가워서 열 많은 아빠가 그 자리에서 자는 게 나았기 때문에 그랬을 것이다. 어린아이는 찬 바람에도 감기가 잘 걸린다. 그 자리에서 안 잔다고 쪄질 듯 못 자는 건 아니었다.
어쨌든 우리 아빠는 든든했다. 다음날 아침이면 아빠가 밤새 곰을 잘 때려잡았는지 나는 궁금해했다. 나는 아빠가 곰과 레슬링 하는 장면을 상상했다. 곰이 창문으로 들어오면 아빠가 곧 곰에게 뛰어가 곰의 얼굴에 주먹을 날린다. 그대로 정신이 혼미해진 곰은 어쩔 줄 몰라하지만 아빠는 기세를 몰아 그대로 곰을 업어치기 한다. 곰은 그대로 정신을 잃고 쓰러진다. 아빠는 창밖으로 곰을 던진다. 불쌍한 곰. 상대를 잘못 만난 것이다!
아빠는 곰과 결투를 벌이느라 피곤했는지, 아니면 주말이어서 그런 건지 나보다 오래 잠을 잤다. 아빠의 팔뚝에서 작은 생채기 같은 것들이 보였다. 건방진 곰 녀석! 곱게 갈 것이지 아빠의 몸에 상처를 입히다니. 다음엔 깔끔하게 처리해줄 테다. 그래도 역시 아빠는 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