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불었다가 진중했다가 우울했다가
많은 것을 하고 있다.
2016년부터 시작한 인스타와 블로그, 21년에 시작한 브런치, 그리고 SNS에 지칠 때쯤 나타난 스레드까지.
마케팅을 목적으로 시작했지만 이게 마케팅인지, 이 목소리들 자체가 난지 헷갈릴 정도다.
각 채널마다 계정이 여러 개이고, 계정마다 색깔이 다르고 캐릭터도 달라서, 대체 자아가 몇 개인지 모른다.
자아가 많으면 다중인격 같으니 우아하게 페르소나라고 하자. 글을 쓸 때도 페르소나라는 가면을 쓰고 심리학에서도 원만한 사회적 관계를 위해 페르소나라는 가면을 쓴다. 이 짝에서도 저 짝에서도 같은 말을 쓴다.
차분한, 혹은 지치는 일상에서 현재의 내 정서를 잠시 닫아두고 여러 개 중의 하나의 페르소나를 꺼내어 발랄하거나 우울하게, 또는 전문적으로, 때론 아이처럼 떠든다.
진짜 나는 누구일까?
깊이가 있던 없던, 순간적으로 소비하는 콘텐츠이던 전문적이던 글은 누군가에게 메시지를 전달한다. 그것이 꼭 '나'일 필요는 없다는 것을, 내 본성의 목소리보다 다른 페르소나의 목소리일 때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것을 절절히 느끼는 중이다.
그렇게 여러 개의 페르소나를 동시에 발산하며 일하다 보니, 심리학에서 말하는 자기 객관화가 좀 더 쉬워지는 느낌이 든다. 그렇게 프로이트가 무의식을 파고 애들러가 어릴 때 일을 파고 뭐 여차저차 열심히 해서 자기 객관화를 하는데, 정작 스레드에서 인스타에서 떠드는 것만으로 관조적인 태도가 주어지니 참 웃기는 일이다.
학문이란 건 우리가 하는 일들을 정리하고 의미 부여하는 일을 한다. 그러니까 가볍디 가벼운 SNS가 우리에게 주는 것이 무엇인지, 거꾸로 정의해 줄 가치가 있을 것이다. 먼 길을 돌아, 가벼운 일상에서 삶의 이치를 찾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