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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민베어 이소연 Mar 12. 2024

폭식과 좋은 사람이 무슨 상관?

더 괜찮은 사람이 되고 싶으니까



내가 만난 내담자들은 하나같이 좋은 사람들이었다. 


최선을 다해, 몸이 망가질 정도로 노력하고, 더 나은 자신을 만들기 위해 살았다. 

남을 위해 배려하고, 모든 사람에게 열심히 대응해주며, 나쁜 소리도, 남탓도 하지 않는다. 

하고 싶은 것도 많고, 욕심도 많다. 

마음은 늘 멀리보고, 이상을 꿈꾼다. 




사실 그래서 그렇다. 

남탓 하지 않아서, 모든 원인을 나에게 돌려서, 볼멘소리를 할 줄 몰라서 폭식으로 터진다.


이 모든 실패와 좌절은 나 때문이니까, 못나고 뚱뚱한 나 때문이니까 

극단적인 다이어트를 하다가 폭식증이 온다. 


어디가서 큰소리 한 번, 미운 말 한 번 하지 못하고 가슴에 다 묻어두니 

혼자 숨어서 먹는 것으로 감정을 풀어야만 한다.


더 크고 나은 사람, 존경받고 사랑받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더 예뻐지고 싶어서 참고 참다가 터진다.


열심히 살아온 삶이 무엇으로도 응답하지 않을 때,

아무리 노력해도 나의 가치는 거기 그대로 있을 때,

누군가의 칭찬과 인정을 받아보아도 자존감은 여전할 때

이 모든 것을 잠시라도 잊고 싶은 마음과, 숨어버리고 싶은 마음, 

그리고 그 동안 매몰차게 나 자신을 억압해왔던 욕망들을 풀어헤치기 위해 음식을 택한다. 

그리고나서 정신을 차리고는 더 못생겨지고 더 뚱뚱해질 내가 두려워서 토하고 만다. 


세상에 없는 완벽한 상태를 그려놓고 달리다가 지치고 자신에게 실망하고 마는 것이 그들이다. 

몇 번의 실패는 인생에서 당연한 것이거늘, 겪어보지 못한 실패에 완전히 무너지고 만다.





그래서 폭식증은 성장통과 같다. 


실패는 당연히 존재하고, 그것을 이겨내가는 과정에서 회복탄력성이 높아진다는 것을, 

많이 얻어맞을수록 더 단단해진다는 것을, 

누군가에게 인정받기보다 나 스스로를 인정해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아는 나이가 되면 

자연스럽게 벗어나기 때문이다. 


물론 그 나이는 사람마다 다르다. 죽을 때까지 모를지도 모른다. 






 폭식증은 기본적으로 호르몬 기제의 문제다. 


화학물질 덩어리인 배달음식과 인스턴트들도 한 몫 (아주 크게)하고 있다. 

우선적으로 호르몬을 정상화하고, 대사순환을 원활히 하기 위해서 

함께 규칙적이고 건강한 식생활을 유지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다. 

첫 번째 난관이자, 함께 하지 않으면 버텨내기 힘든 과정이다. 





그리고 다음 순서가 사실은 더 중요하다.


당장의 폭식문제를 위해서가 아니라, 앞으로의 나를 위해서 필요하다. 

호르몬은 정상화해서 되돌려 놓을 수 있다. (물론 고통스럽지만)

하지만 마음을 정상화하지 않으면 폭식은 다시 터지고, 호르몬은 다시 망가진다. 



실패를 거쳐야 진짜 의미있는 나를 찾게 됨을 알고, 

그 가치의 기준을 SNS에서 찾지 않는 방법을 배우고, 

때로는 부모님의 기준에서, 평가에서 벗어나는 과정이 필요하다. 


정말 힘든 성장과정을 거쳐와 어떻게 해도 자존감이 회복되지 않는다면,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하나 뿐이다. 

정말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을 만나는 것. 

변함없이 나에게 긍정적인 메세지를 주는 사람을 만나는 것. 

그리고 나 또한 그런 메세지를 줄 수 있는 사람이 되도록 훈련하는 것. 


그것이 심리학이 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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